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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로봇 들어오고 공장은 해외로" 노동자는…'생존위기'

공장으로 들어온 AI 로봇, "동료인가, 대체자인가" 자동차 공장의 모습이 바뀌고 있다. 생산라인 곳곳에... AI가 실제 세상에서 사람과 함께 작업을 수행하는 이른바 피지컬 AI가 생산 현장에 들어오는 구상이 구체화되고...

"로봇 들어오고 공장은 해외로" 노동자는…'생존위기'

금속노조가 2일 완성차지부를 중심으로 청와대 사랑채 앞에서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사진=최은총 이코노믹리뷰 기자

인공지능과 디지털 전환 속도가 빨라지면서 자동차 산업의 경쟁 환경이 급격히 달라지고 있다. 하루만 뒤처져도 따라잡기 어려울 만큼 기술 도입이 가속화되는 가운데 생산 구조 재편 역시 속도를 높이고 있다.

동시에 고용과 공급망, 인간의 역할을 둘러싼 논의가 뒤처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국금속노동조합은 2일 청와대 사랑채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자동차 산업 공급망·일자리 보호를 위한 노사정 협의체 구성을 요구했다. 산업 전환 속에서 인간의 자리를 어떻게 남길 것인지가 주된 골자다.

공장으로 들어온 AI 로봇, “동료인가, 대체자인가”

자동차 공장의 모습이 바뀌고 있다. 생산라인 곳곳에 자동화 설비가 자리 잡았고 이제 판단하고 움직이는 로봇이 투입되는 단계로 넘어가고 있다. 현대차그룹이 올해 CES에서 공개한 휴머노이드 로봇 아틀라스는 변화의 상징이다. AI가 실제 세상에서 사람과 함께 작업을 수행하는 이른바 피지컬 AI가 생산 현장에 들어오는 구상이 구체화되고 있다.

변화는 미래에 머물러 있지 않다. 현대차그룹 로보틱스랩이 선보인 이동형 로봇 플랫폼 모베드는 험지 주행과 자율 주행을 기반으로 물류·산업 현장에서 상용화를 앞두고 있다. 인간의 형태를 지닌 휴머노이드가 현장에 투입되기 전 이미 산업용 로봇이 공장 안에서 스스로 이동하고 임무를 수행하는 셈이다.

기자회견에 참석한 완성차 3사 노조 지부장들이 공통적으로 꺼낸 화두도 여기에 맞닿아 있다. 노조 측은 “기술 전환 자체를 부정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의 자리를 함께 논의해야 한다”고 주장하며 산업 전환 논의 구조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완성차 업계는 기술 도입의 방향이 인간 배제가 아닌 인간 중심에 있음을 강조하고 있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은 수차례 “기술의 중심에는 사람이 있어야 한다”고 밝혀왔으며 현동진 현대차그룹 로보틱스랩장 역시 2월 한국경영자총협회 포럼에서 “기술보다 중요한 건 사람이며 노동을 완전히 대체하기까지는 시간이 남아있다”고 밝힌 바 있다.

다만 현장의 모습을 보면 안심하기 이르다고 노조는 판단하고 있다. 이종철 금속노조 현대자동차지부장은 “이미 프레스와 도장 등 일부 공정에서는 자동화 비율이 상당 수준까지 올라왔다”며 “전체 노동자들을 대표해서 노동이 배제된 산업정책을 비판한다”고 말했다.

현대차그룹의 휴머노이드 아틀라스. 사진=연합뉴스

조용히 줄어드는 내 옆의 동료

강성호 금속노조 기아자동차지부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최근 5년 동안 6011명이 정년퇴직했지만 신입사원 충원은 1728명에 그쳤다”며 “신입사원 충원율은 28%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기술이 바로 사람을 내쫓는 방식이 아니라 채용의 문을 서서히 좁혀 인력 구조를 바꾸는 형태가 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 같은 고민은 한국만의 것이 아니다. 미국에서는 2023년 9월 전미자동차노조(UAW)가 GM과 포드, 스텔란티스를 상대로 동시 파업에 돌입했다. 로이터는 “UAW가 전기차 전환 과정에서 일자리 축소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으며 전기차가 내연기관차보다 생산 부품 수가 적어 고용 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을 문제 삼았다”고 전했다.

유럽에서도 유사한 논의가 이어지고 있다. 폭스바겐은 2024년 9월 독일 내 일부 공장 폐쇄 가능성과 고용보장 협약 종료 방안을 검토하며 노조와 갈등을 빚었다. 같은 해 12월 독일 전역 공장에서 동시 파업이 벌어졌고 약 70시간 협상 끝에 노사 간 합의가 도출됐다. 합의의 핵심은 감축 방식이다. 로이터에 따르면 폭스바겐은 2030년까지 독일 내 인력 약 3만5000명을 줄이되 강제해고 대신 자연 감소와 조기퇴직 등을 활용하는 것으로 알려진다.

같은 흐름에서 노동계는 고용과 산업 전환을 함께 논의할 구조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날 완성차 3사 노조가 한자리에 모인 배경 역시 동일하다.

강성호 금속노조 기아자동차지부장. 사진=최은총 이코노믹리뷰 기자.

공장마저 국경 밖으로…논의가 필요하다

미국과 유럽을 중심으로 자국 내 생산을 유도하는 정책이 강화되면서 완성차 업체들은 현지 생산 비중을 확대하고 있다. 관세 정책에 따라 생산지를 이동시키는 것이 경쟁력 확보의 조건으로 작용하는 것이다.

동시에 국내 생산 기반 약화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특히 한국GM과 르노 코리아 등 외국계 완성차의 경우 글로벌 본사의 전략에 따라 생산 물량이 조정되는 구조로 중장기적인 생산 유지 여부가 반복적으로 도마 위에 오른 바 있다.

실제로 한국GM은 최근 약 8800억원 규모의 투자 계획을 발표하며 일부 불확실성이 해소됐지만 철수 가능성까지 거론될 정도로 긴장감이 이어져 왔다. 생산 결정권이 해외 본사에 있는 구조적 한계가 드러난 사례다.

이 같은 배경 속에서 금속노조는 기자회견을 통해 정부와 완성차 업계를 향해 자동차 산업 공급망·일자리 보호 노사정 협의체 구성을 요구했다. 안규백 금속노조 한국지엠지부장은 “단기적인 지원이 아니라 국내 생산과 고용을 유지할 수 있는 산업정책이 필요하다”며 “국내 생산 없는 산업정책은 실패”라고 강조했다.

금속노조가 정부 관계자에게 노사정 협의체 구성을 위한 노정협의 요구서한을 전달했다. 사진=최은총 이코노믹리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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