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머노이드 탑재량 19GB서 39GB
브레인용 메모리 수요 급증 전망
저전력 D램·낸드플래시 수요 확대
로봇 D램 수요 전망(단위=테라비트). 카운터포인트리서치 제공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에 이어 로봇의 연산장치에 들어가는 D램 수요가 2030년까지 올해 대비 약 20배 증가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로봇 한 대당 D램 탑재량도 두 배 이상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면서 메모리 양강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도 새로운 기회가 될 것이라는 관측이다.
11일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의 휴머노이드 로봇 인사이트 보고서에 따르면 2030년 휴머노이드 로봇의 연산장치인 브레인용 D램 수요는 올해 대비 약 20배 증가할 전망이다. 로봇 한 대당 D램 탑재량은 올해 19GB에서 2030년 39GB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됐다.
이에 따라 휴머노이드 로봇용 D램 전체 수요는 이 기간 약 8300테라비트(Tbit)에서 17만2000Tbit로 확대될 것으로 보고서는 내다봤다.
휴머노이드 로봇의 브레인은 카메라와 라이다(LiDAR), 촉각센서 등에서 수집한 정보를 처리해 행동을 결정하는 연산 장치다. 로봇이 주변 환경을 인식하고 장애물을 피하거나 물체를 잡는 등 상황에 맞춰 움직이려면 여러 센서에서 들어오는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처리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연산에 필요한 데이터를 임시로 저장하는 D램이 사용된다. 로봇이 수행하는 작업이 복잡해지고 처리해야 할 정보가 많아질수록 메모리 용량과 성능에 대한 요구도 커진다.
카운터포인트리서치는 로봇의 AI 처리 방식 변화를 메모리 수요 증가 요인으 로 꼽았다. 시각과 촉각 등 여러 입력 정보를 통합해 행동을 결정하는 엔드 투 엔드(end to end) 방식이 확산하고, 현실 세계의 물리적 특성을 학습하고 예측하는 월드모델 적용도 확대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로봇이 주변 상황을 인식하는 수준을 넘어 복합적인 정보를 바탕으로 판단하고 행동하는 방향으로 발전하면서 연산장치에 필요한 메모리 용량도 늘어날 것으로 분석됐다.
용량뿐 아니라 판매량도 늘어날 전망이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마켓앤마켓에 따르면 로봇용 반도체 시장은 작년 112억3000만달러에서 2030년 412억4000만달러로 확대될 전망이다.
연평균 성장률은 29.7%다. 해당 시장에는 연산·센서·메모리·전력관리·연결용 반도체 등이 포함된다. 휴머노이드뿐 아니라 산업용·서비스용 로봇 등 다양한 유형을 포괄하는 통계다.
휴머노이드 로봇 출하량도 증가할 전망이다. 시장조사업체 IDC는 2030년 전 세계 휴머노이드 로봇 출하량이 75만대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했다. 로봇이 제조업과 물류 등 산업현장에서 작업을 수행하는 사례가 늘어나면서 관련 부품 수요도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스마트폰의 연간 출하량이 12억대 안팎인 것과 비교하면 휴머노이드 로봇 시장은 아직 초기 단계다. 장기적인 시장 규모를 가늠하려면 출하량 증가와 함께 실제 보급 속도도 살펴야 한다.
로봇에는 메모리 외에도 연산을 담당하는 반도체가 들어간다. 엔비디아의 그래픽처리장치(GPU)가 로봇의 AI 연산에 활용되는 가운데 테슬라와 샤오펑 등 완성차 업체들도 자체 개발 반도체를 활용해 자율주행과 로봇 관련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메모리 업계는 자율주행차와 휴머노이드 로봇의 메모리 수요가 유사한 양상을 보일 것으로 보고 있다. 산제이 메흐로트라 마이크론 최고경영자(CEO)는 지난달 30일 실적 발표에서 레벨4 이상 자율주행차에는 통상 200GB를 넘는 메모리와 수 테라바이트(TB) 규모의 저장장치가 탑재된다고 설명했다.
휴머노이드 로봇도 이와 비슷한 수준의 메모리와 저장장치를 필요로 할 것으로 전망했다. 다만 실제 탑재량은 로봇의 기능과 연산 구조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로봇용 메모리에는 모바일에 주로 들어가는 고부가 제품인 저전력 D램과 낸드플래시가 활용될 수 있다. 배터리로 작동하는 로봇은 전력 소모를 줄이면서 데이터를 처리해야 하기 때문이다.
D램은 연산 과정에서 필요한 데이터를 임시 저장하고, 낸드플래시는 운영체제와 학습 데이터 등 대용량 정보를 보관하는 데 쓰인다. 로봇의 기능이 고도화하고 처리하는 데이터가 늘어나면 메모리 용량뿐 아니라 전력 효율과 데이터 처리 성능을 동시에 충족해야 한다.
카운터포인트리서치는 "고대역폭메모리(HBM)이 AI 데이터센터 수요로 폭발적으로 성장한 데 이어, 이번엔 로봇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새로운 메모리 수요처로 떠오르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상현 기자 ishsy@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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