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이란 잇는 군수 보급선 등
우크라 드론 공격에 잇따라 피격
해묵은 갈등 표면화…충돌 가능성
우크라이나가 카스피해에서 러시아와 이란을 잇는 군수 보급 선박을 드론으로 타격하면서 미·이란 전쟁과 러·우 전쟁이 하나로 맞물리게 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우크라이나와 이란의 해묵은 갈등이 충돌로 격화하면 전선이 걷잡을 수 없이 확대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27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보안국(SBU)은 지난 25일 텔레그램에서 러시아 루코일이 운영하는 필라노프스키 유전 플랫폼, 화물선 포트올랴2, 건화물선 베게이, 미사일 함정 1척 등을 카스피해 해상에서 드론으로 타격했다고 밝혔다. 이란 측은 이 공격으로 이란 상선 선원 1명이 사망하고 1명이 부상했다고 했다. 앞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장거리 타격으로 매우 강력한 성과를 달성했다. 이란과 관련된 군수 화물 수송 선박과 군함이 포함된다”고 말했다. WSJ은 러·우 전쟁과 미·이란 전쟁이 카스피해에서 만나게 됐다고 평가했다.
우크라이나의 이란 관련 선박 공격은 ‘예고된 갈등’이다. 이란은 2020년 1월 테헤란 인근 상공에서 우크라이나 여객기를 오인 격추해 탑승자 176명을 사망하게 한 이후부터 우크라이나와 불편한 관계를 맺어왔다. 2022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전면 침공 직후부터 자폭 드론 ‘샤헤드’를 러시아에 공급하고 제작 기술을 이전했다. 러시아는 샤헤드를 개조한 드론 ‘게란’을 우크라이나 주요 도시와 에너지 시설 공격에 쏟아부었다.
문제는 시점이다. 우크라이나의 이번 공격은 미국과 이란의 종전 양해각서(MOU) 파행 이후 호르무즈 해협 통제권을 놓고 다시 공습을 주고받는 상황에서 이뤄졌다. 미·이란 전쟁 후 우크라이나가 카스피해에서 선박 공격에 나선 건 이번이 처음이다.
우크라이나가 미국 또는 이스라엘과의 교감하에 대이란 공조 의지를 드러낸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한나 노테 제임스마틴비확산센터 유라시아비확산프로그램 국장은 WSJ에 “젤렌스키는 도널드 트럼프에게 자신이 이란에 맞설 같은 편임을 알릴수록 유리하다”고 말했다.
이란은 민감하게 반응했다. 아바스 아라그치 이란 외교장관은 지난 26일 주이란 우크라이나 대리대사를 초치해 항의하고, 확전을 유발할 적대적 범죄행위라고 규탄했다.
이란의 반응에는 카스피해가 사실상 ‘유일하게 남은 해상 숨통’이라는 절박함이 깔린 것으로 보인다. 호르무즈 해협이 미군 해상 봉쇄로 막힌 상황에서 카스피해는 러시아 등과 교역할 수 있는 유일한 대안 항로지만, 취약한 해군력으로 방어하기 쉽지 않은 ‘급소’로 꼽힌다. 독일 국제안보연구소(SWP)의 하미드레자 아지지는 WSJ에 “이란은 이번 사태를 남쪽과 북쪽 양쪽에서 봉쇄당하는 큰 그림의 일부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우크라이나와 이란의 직접 충돌 가능성도 제기된다. 에브라힘 아지지 이란 의회 국가안보위원장은 SNS에 “우크라이나도 곧 이란이 행동을 그냥 넘기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란이 실제 대응에 나서면 지금껏 따로 움직이던 러·우 전쟁과 미·이란 전쟁이 하나가 될 수 있고, 종전 협상도 한층 복잡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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