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브버그 때문에 불편?…잘 알면 덜 무서워”
펼치기/접기
글 | 오경민 기자
사진 | 서성일 선임기자
기사 읽기
요약
기사를 재생 중이에요
기사 읽기
조수정 시민과학자가 바라본 ‘도심 곤충 대발생’
야생벌 조사 모임 만들어 활동
국내 미기록종 나방 발견 성과
“서식지 파괴로 특정 곤충 급증
포식자 말벌 없어 더 기승 우려”
화창한 봄날, 꽃밭을 거닐다 만난 벌은 귀엽지만 두렵다. 벌이 가까이 오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손사래를 치고, 벌에 쏘일세라 멀찍이 몸을 피한다. 하지만 이런 벌들을 일부러 찾아다니며 들여다보고 기록하는 사람들이 있다. 야생벌을 조사하는 시민과학자 모임 ‘유니벌스’다.
유니벌스는 최근 서울 남산 야간조사에서 국내 미기록종 나방을 발견했다. 학계에 보고된 뒤 이 나방은 ‘색동비단명나방’이라는 이름을 얻었다. 색동비단명나방을 최초로 발견한 조수정 ‘벌볼일있는사람들’ 공동대표를 지난 22일 서울 어린이대공원에서 만났다.
이날 조 대표는 포충망을 휘둘러 말벌 친척인 ‘쌍살벌’을 잡아 작은 비닐백에 넣거나 빠르게 날갯짓하는 일본애수염줄벌을 맨손으로 붙잡고 관찰했다. 벌이 움직일 때마다 움츠리는 기자에게 조 대표는 “수벌은 쏘지 않는다” “벌도 도망가기 바쁘다”고 설명했다.
이런 조 대표도 10여년 전엔 곤충을 싫어했다. 그중에서도 벌은 두려움의 대상이었다. 조 대표는 “병원에서 벌독 알레르기가 있다는 얘기를 들어서 벌 소리만 들려도 도망 다녔다”고 말했다.
일본애수염줄벌 수컷을 맨손으로 잡고 있는 모습. 조수정 대표 제공
어느 날 아이들과 ‘꿀벌과 밀원식물 기록’ 과제를 하다 꿀벌의 매력에 빠졌다. 조 대표는 “무서운 마음을 안고 사진을 찍으려고 꿀벌에 가까이 갔는데 나한테는 관심도 없었다”며 “자기 할 일만 열심히 하는 모습에 충격을 받았고, 두려움이 호기심이 됐다”고 말했다.
그 이후 한강변과 남산 등 집 주변을 다니며 도시의 벌을 기록하기 시작했다. 가까이서 들여다보며 사진을 찍고 자료를 찾아 이름을 불러주다보니 곤충이 좋아졌다. 꽃벌 연구가인 이흥식 박사 등 곤충생태전문가, 연구자, 관찰자들과 만나며 시민과학커뮤니티인 ‘벌볼일있는사람들’을 만들었다. 벌볼일있는사람들과 서울환경연합, 생명다양성재단은 시민들과 야생벌을 조사하는 ‘유니벌스’를 운영하고 있다.
같은 장소를 반복해 관찰하던 조 대표는 2023년 남산 야간 생태조사에서 낯선 나방을 발견했다. 전문가 확인 결과 국내 미기록종으로 밝혀졌고, 이후 채집과 연구를 거쳐 지난해 ‘색동비단명나방’이라는 이름으로 공식 보고됐다.
색동비단명나방은 중국 남부, 대만, 베트남을 비롯한 아열대 지역에 주로 분포하는 종이다. 서울에서 이 나방이 발견된 것은 기후변화의 또 다른 신호일 수 있다.
조 대표는 “여름부터 겨울까지 자야 하는 좀뒤영벌이 늦가을에 깨어나 활동하는 것을 관찰한 적도 있다”고 말했다.
기후변화와 서식지 파괴는 생태계 먹이사슬을 무너뜨리며 특정 곤충이 급증하는 현상을 유발하기도 한다. 러브버그, 대벌레, 동양하루살이 같은 곤충이 도시에서 대발생하는 것이 그 예다. 조 대표는 “포식자인 말벌이 대벌레 같은 다른 곤충을 먹으며 개체 수를 조절하는 역할을 해야 하는데, 사람들 눈에 띄면 바로 제거 대상으로 여겨진다”면서 “사람들이 필요에 따라 곤충을 없애기 때문에 천적이 없어진 곤충의 대발생이 더 많아지는 것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곤충을 ‘극혐’했던 입장에서 불편함을 겪는 사람들의 입장을 이해 못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잘 몰라서 무섭고 싫은 것이라 저처럼 좀 더 자세히 보면 나아질 수 있다”고 했다. 이어 “그 상황이 영원하지 않고, 며칠만 기다리면 된다고 생각하면 조금은 참을 수 있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조 대표는 시민과학자로서 하는 기록들이 훗날 곤충을 위한 변화를 만드는 데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 믿는다. 그는 “예쁜 곤충, 새로운 곤충 같은 행복한 모습만 전하고 싶지만 살충제에 쓰러진 벌, 죽은 벌 등 슬픈 모습도 기록한다”며 “작은 생물을 기록하고 남기는 이유는 우리가 알아야 도울 수 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글 | 오경민 기자
정책사회부
배우자 외도 메시지 몰래 촬영한 사진···대법 “민사재판 증거로 인정”
노들섬 나무 절반 넘게 자르고 조형물 설치···기존 숲 밀고 만드는 ‘글로벌 예술섬’
사진 | 서성일 선임기자
사진부
지방선거 3주 앞, 우리는 ( ) 을 요구한다
“러브버그 때문에 불편?…잘 알면 덜 무서워”
왼쪽으로
오른쪽으로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