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기업과 산업에서 일어나는 변화는 국내 주식뿐 아니라 글로벌 주식 투자에도 중요한 의미를 가집니다. 필자는 20년간의 중국 및 글로벌 투자 분석 경험을 바탕으로 중국 산업과 증시의 변화를 생생하게 전달하고 그 영향이 독자의 글로벌 투자에 어떠한 의미를 가지는지 조목조목 살펴보겠습니다.
유니트리(宇树科技)는 앞서 소개한 애지봇(智元机器人)과 함께 중국 휴머노이드 로봇을 대표하는 스타트업이다. 특히 유니트리는 중국의 설날 방송 프로그램인 춘완에 3년 연속 출연하며 깊은 인상을 남겼다. 올해 2월 무대에서 선보인 유니트리 G1 로봇들의 화려한 무술은 일년 전과 비교해 몰라보게 성장해 시청자들을 놀라게 했다.
그런데 지난 3월, 유니트리는 투자자들을 놀라게 했다. IPO를 앞두고 관계 당국에 제출한 투자설명서(prospectus)가 공개되었는데 회사의 이익률이 예상보다 좋았기 때문이다. 2024년 20%의 (조정) 순이익률을 기록하더니, 2025년에는 35%에 달했던 것이다.
이는 산업 발전 단계를 고려할 때 매우 이례적인 수치다. 사실 우리가 알고 있는 거의 모든 휴머노이드 기업은 현재 적자 상태다. 산업이 이제 막 걸음마를 떼기 시작했으니, 수익을 내는 것이 오히려 이상한 일일지 모른다.
필자는 지난해 중국 매체 완디엔(晚点)에 실린 유니트리 창업자 왕싱싱의 인터뷰를 읽으며 놀랐던 기억이 있다. 그는 제조 비용을 어떻게 낮출 것이냐는 질문에 “핵심은 제품 설계이지, 규모의 경제가 아니다”라고 단호하게 답했다. 로봇 역시 자동차나 스마트폰처럼 연간 수십만 대는 찍어내야 이익을 낼 수 있다고 생각했던 필자에게 그의 주장은 허풍처럼 느껴졌다. 하지만 이번 투자설명서를 보니 그의 말이 빈말이 아니었다.
이것이 상징하는 바는 두 가지다. 첫째, 휴머노이드 로봇 시대가 생각보다 우리 곁에 가까이 와 있을 수 있다는 점이다.
그동안 로봇 대중화가 늦어진 데에는, 로봇 지능 문제도 있었지만, 로봇 몸값이 가장 큰 걸림돌이었다. 과거 보스턴다이내믹스로 대표되는 휴머노이드 로봇들은 보통 한 대당 수억 원을 웃돌았다. 공장이나 상점, 연구실에서 선뜻 구매를 결정하기 힘든 가격대였다. 이 장벽을 허물고 대중화의 길을 연 주인공이 바로 유니트리다. 보급형 모델인 G1의 시작가는 약 1만 6천 달러, 이번 춘연에서 시범을 보인 모델 G1 EDU도 3만달러(원화 약 4500만원)에 불과하다. 키 127cm, 무게 35kg의 체구에 43개의 관절 모터라는 좋은 스펙을 갖추고도 자동차 한 대 값보다 저렴한 가격표를 붙인 것이다. 완전히 접으면 배낭에 넣을 수 있을 만큼 휴대성도 좋다.
이러한 가성비에 힘입어 유니트리는 2025년 한 해 동안 5,500대 이상의 휴머노이드 로봇을 판매했다. 이는 에지봇과 함께 세계 시장 1, 2위를 다투는 뛰어난 성적이다.
그런데 유니트리는 어떻게 원가를 낮출 수 있었을까? 핵심은 주요 부품을 스스로 개발한 데 있었다. 유니트리는 핵심 부품인 서보모터, 감속기, 제어 시스템 거의 대부분을 직접 설계하고 생산한다. 다른 로봇 기업들이 외부에서 비싼 산업용 부품을 사다 조립할 때, 유니트리는 자사 로봇에 딱 맞는 전용 부품을 직접 디자인했다.
이러한 전략은 창업자 왕싱싱의 독특한 이력에서 비롯됐다. 그는 대학생 시절인 2013년부터 혼자서 로봇을 뚝딱뚝딱 만들곤 했다. 당시 수백만 원에 불과했던 예산으로 부품 하나조차 사기 벅찼던 그가 택한 길은 아예 부품을 직접 설계하는 것이었다. 그리고 선전과 항저우의 부품 시장을 돌며 자신의 설계대로 부품을 가공해 줄 공장을 찾아다녔다.
구체적인 사례로 로봇 부품의 핵심인 서보모터를 들 수 있다. 서보모터는, 일반 모터와 달리 자신이 움직인 각도를 스스로 계산해 멈추는 ‘똑똑한 모터’이자 사람으로 치면 ‘근육’과 같다. 기존 로봇 제조사들은 대형 자동화 장비에 쓰이는 서보 모터를 그대로 가져다 썼다. 이 모터들은 정밀도가 매우 뛰어나지만, 무겁고 개당 가격이 수백만 원을 웃돌 만큼 비쌌다. 사실 산업용 로봇처럼 한 자리에 고정된 채 반복 작업을 하는 기계와 달리, 휴머노이드에게는 정밀함보다 외부 충격을 견디고 몸체를 띄워 올리는 힘(토크)이 더 중요하다. 왕싱싱은 휴머노이드에 최적화된 서보 모터를 스스로 개발했고, 덕분에 비용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었다.
감속기 역시 마찬가지였다. 감속기는 모터의 빠른 회전을 무거운 몸체를 움직이는 묵직한 힘(토크)으로 변환해주는 장치다. 왕싱싱은 기존 로봇 기업들이 선택했던 정밀한 ‘하모닉’ 감속기 대신, 자동차 자동변속기 등에 널리 쓰여왔던 ‘유성’ 감속기를 변형해서 썼다. 무엇보다 제작 비용이 하모닉 감속기의 10분의 1 수준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물론 걸림돌은 있었다. 유성 감속기 방식은 기어 사이 틈새가 비교적 커서 기어가 헛돌기 쉽고, 이로 인해 로봇이 움직일 때 오차가 자주 발생한다. 그동안 로봇 회사들이 비싼 값을 치르더라도 틈새 없이 맞물리는 하모닉 감속기를 고집했던 이유다. 하지만 왕싱싱은 기어 오차를 미리 예측해 보정하는 알고리즘으로 이 문제를 극복했다.
그동안 시장에서는 유니트리의 저가 정책을 두고 제 살 깎아먹기식 ‘출혈 경쟁’이 아니냐는 의심의 눈초리를 보냈다. 하지만 이번에 공개된 35%의 순이익률은 그간의 의구심을 씻어냈다.
업계의 리더가 소비자의 구매 욕구를 자극할 만큼 원가 구조를 확립했다는 점은 산업의 중요한 전환점을 시사한다. 선도 기업이 부품 설계 혁신 등을 통해 안정적 흑자 모델을 증명해냈다면, 이는 후발 주자들 역시 수익 창출 궤도에 진입할 수 있음을 암시하기 때문이다.
둘째, 필자는 유니트리의 행보를 보며 묘한 기시감을 느꼈다. 유니트리의 전략은 ‘잘나가는’ 중국 테크 기업들이 보여온 어떤 전형적인 모습과 닮아 있었기 때문이다. 중국의 산업별 선두 기업들을 살펴보면 꼭 이런 유형의 회사들이 존재한다. 즉 엔지니어 출신 창업자가 핵심 기술, 부품과 장비를 직접 설계하고 보유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는 기업들 말이다. 화웨이와 BYD, DJI가 대표적인 사례다.
화웨이가 오늘날 글로벌 기술 경쟁력을 갖춘 배경에는 ‘매출의 10% 이상을 연구개발에 쏟아붓는다’는 철칙이 있었다. 최근에는 그 비중이 20%까지 상승했다. 제조업 기반 기업이 매년 매출의 10% 이상을 기술 개발에 투자하는 것은 드문 일이다.
1995년 창업한 BYD도 마찬가지다. 단 5년 만에 세계 리튬 배터리 시장 2위에 오른 비결은 일본의 값비싼 자동화 장비를 사 오는 대신, 가성비 좋은 장비를 직접 개발해 공정을 최적화한 데 있었다. 당시 일본의 배터리 자동화 설비 대신 독자적인 공정 설계로 원가를 40% 절감했다. 자동차 회사로 변신한 지금도 전세계 자동차 기업 중 가장 높은 수준의 부품 내재화를 자랑하며 초기 문화를 이어가고 있다.
세계 드론 시장을 제패한 DJI 역시 비행 컨트롤러와 짐벌의 핵심인 모터, 제어 알고리즘을 직접 개발했다. 남들이 외부 부품을 사다 조립할 때 핵심 기술을 내재화한 덕분에, 드론 산업 초창기때부터 일찌감치 흑자 궤도에 올라설 수 있었다. 한편 왕싱싱이 유니트리 창업 전 DJI에서 근무했다는 사실이 더 의미심장하게 다가온다. 그는 부품 내재화가 어떻게 제품 경쟁력으로 이어지는지를 배웠을 것이다.
핵심 부품 및 장비의 내재화는 현재 중국 산업 전반을 관통하는 핵심 흐름이다. 필자가 현장에서 체감한 중국은 태양광, 배터리, 전기차, 로봇, 반도체 등 신흥 산업에 진입할 때마다 ‘장비 국산화’와 ‘부품 내재화’를 예외 없이 최우선 과제로 삼고 있었다. 산업의 중추를 담당하는 핵심 부품 분야에서는 반드시라고 해도 좋을 만큼 이를 국산화하는 중국 기업이 어김없이 등장하곤 했다.
그런데 유니트리의 앞날이 마냥 장밋빛인 것만은 아니다. 이들에게는 약점이 있다. 바로 로봇 지능 수준이다. 원격 제어로 화려한 동작을 뽐내는 데는 세계 최고지만, 스스로 상황을 판단하는 능력은 그에 미치지 못하기 때문이다. 유니트리의 G1 모델 등은 시연장에서 놀라운 퍼포먼스를 보여주지만, 이는 대부분 사전에 꼼꼼히 계산된 프로그래밍의 결과물이다. 업계에서는 유니트리 로봇을 두고 “운동 신경은 국가대표급이지만, 머리는 아직 초등학교 수준”이라고 평가한다. 필자 역시 2025년 중 실물을 직접 테스트해보고 약간 실망했던 기억이 있다. 반면 테슬라, 애지봇 등은 창업 초기부터 AI 학습을 통한 로봇 지능 구축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여기서 흥미로운 상상을 해보게 된다. 중국 로봇 지능의 선두 기업인 애지봇 혹은 갤봇(銀河通用)과 압도적인 하드웨어 성능을 가진 유니트리가 합병한다면 어떨까?
일례로 지난 3월, 갤봇(Galbot)은 로봇이 날아오는 테니스공을 정확히 받아치는 시연을 통해 전문가들의 극찬을 받았다. 흥미로운 점은 이때 사용된 하드웨어가 바로 유니트리의 G1이었다는 사실이다. 갤봇의 설립자 왕허(王鹤)는 로봇 몸체 개발에 시간을 쏟는 대신, 로봇 지능(Embodied AI)에만 집중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가장 명석한 ‘뇌’와 가장 민첩한 ‘몸’이 결합했을 때의 시너지는 상상만으로도 위협적이다. 물론 현실적인 실현 가능성은 낮다. 스타일이 확실한 창업자들이 주도권을 양보하기란 쉽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개별 기업의 합병 여부를 떠나 지능과 신체 능력을 주도하는 기업들을 동시에 보유하고 있다는 사실은 중국 휴머노이드 생태계의 저력을 보여준다.
[이필상 미래에셋자산운용(홍콩) 전무]
20년간 글로벌 주식 리서치 및 투자 업무를 수행했습니다. 2010년부터는 미래에셋자산운용(홍콩)에서 중국 현지 기반으로 중국 및 글로벌 기업의 분석과 투자 업무를 담당했습니다. 저서로는 『아시아 투자의 미래』(2018)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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