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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 부유층이 딸에게 불리한 이슬람 상속 규정을 비켜 가려고 영국 법을 끌어다 쓰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최근 걸프 지역 자산가들 사이에서 이런 흐름이 확산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슬람 샤리아법은 유산 배분 비율을 명시하고 있고 대체로 딸이 받는 몫은 아들의 절반이다. 반면 잉글랜드 법은 재산을 누구에게 얼마나 남길지 본인이 정할 수 있는 ‘유언의 자유’를 폭넓게 인정한다. 이 차이를 활용해 본국 밖 자산만이라도 자녀에게 균등하게 물려주려는 시도가 늘고 있다는 것이다.
런던 로펌 미시콘 드 레야의 찰리 소스나 파트너는 걸프 국가 부유층이 해외 자산의 승계 문제를 스스로 원하는 방식으로 정리하려는 분위기가 커지고 있다고 전했다. 위더스의 해나 웨일루 파트너도 상속 방식이 평등주의 쪽으로 옮겨 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딸이 아들보다 많거나 딸만 있는 가족일 경우 국제적인 시각에서 딸을 보호하려는 사례가 나온다는 것이다.
자녀 세대의 생활 방식 변화도 배경으로 꼽힌다. 부모 세대와 달리 별거나 이혼 등 혼인 관계가 복잡한 경우가 많아 상속을 둘러싼 계산도 까다로워졌는데, 잉글랜드 법을 적용하면 부모가 의도한 대로 재산을 넘기기가 수월하다는 것이다. 로펌 패러앤코의 올리버 파이퍼 파트너는 이런 방식을 두고 샤리아 규정을 느슨하게 적용하는 ‘샤리아 라이트’ 경향이라고 표현했다.
올해 벌어진 이란 전쟁도 자극이 됐다. 찰스 러셀 스피칠리스의 조너선 버트는 전쟁을 계기로 중동 자산가들이 재산의 소유 구조를 다시 점검하고 승계 계획을 세우는 데 더 공을 들이게 됐다고 말했다.
다만 이 전략이 실제로 통할지에 대해서는 영국 법률업계 안에서도 회의적인 시각이 있다. 잉글랜드 법에 맞춰 유언장을 써 두더라도 영국이 아닌 곳에 있는 자산에는 본국 법이 적용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워드 케네디의 사이먼 멀킬 파트너는 이의를 제기하는 사람이 없으면 통할 수 있지만 믿고 맡길 만한 방법은 아니라고 지적했다. 결국 자산의 종류와 보유자, 불만을 품은 상속인의 대응에 따라 결과가 달라진다는 설명이다.
이 때문에 영국과 다른 법체계를 갖춘 저지섬의 신탁을 활용하는 방식도 대안으로 거론된다. 저지금융청 집계를 보면 역내 거주자가 아닌 신탁 보유자 중 중동계 비율은 2020년 10.6%에서 2024년 11.8%로 늘었다. 웨일루 파트너는 신탁 구조에서는 수혜자와 지급 시점을 직접 정할 수 있어 사실상 자산을 샤리아 체제 밖으로 빼내는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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