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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동양칼럼/ 유류분 제도의 새로운 변화를 기대하며

상속 분쟁에서 가장 안타까운 순간 중 하나는, 평생 부모를 정성껏 모신 자녀가 부모 사망 후 그동안 얼굴조차 비추지 않던 다른 형제들로부터 ‘유류분 반환청구’ 소장을 받아 들 때다.

동양칼럼/ 유류분 제도의 새로운 변화를 기대하며

▲ 박재성 변호사

상속 분쟁에서 가장 안타까운 순간 중 하나는, 평생 부모를 정성껏 모신 자녀가 부모 사망 후 그동안 얼굴조차 비추지 않던 다른 형제들로부터 ‘유류분 반환청구’ 소장을 받아 들 때다. 이는 민법 1112조 이하의 유류분 조항이 피상속인의 의사나 자녀의 기여도를 배제한 채, 생전에 부모로부터 증여받은 재산 전부를 반환 대상인 특별수익으로 평가해 왔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그동안의 유류분 소송은 헌신한 상속인의 기여를 고려하지 않은 채 기계적으로 진행되는 경향이 강했다.

그러나 마침내 법의 흐름이 바뀌었다. 헌재는 2024년 4월 상속재산을 나눌 때는 피상속인을 특별히 모시거나 재산 형성에 기여한 공동상속인의 기여분을 인정하면서도, 유류분을 계산할 때는 이를 반영할 수 없도록 한 구 민법 조항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이후 2026년 3월 17일 개정된 민법은 피상속인에 대한 부양이나 재산 유지·증가에 대한 보상으로 이뤄진 증여·유증에 대해서는 유류분 산정을 위한 기초재산에서 제외하도록 했다. 그리고 최근 대법원은 헌법불합치 결정 당시 법원에 계속 중이던 관련 사건에 대해 위헌성을 해소한 개정 민법을 적용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위 사건의 원고와 피고는 모두 피상속인의 자녀인데, 피고는 노환으로 쓰러진 피상속인을 홀로 20년 넘게 모시며 막대한 병원비와 생활비를 전담하고 마지막 임종까지 곁을 지켰다. 피상속인은 자녀의 이러한 헌신에 대한 깊은 고마움과 미안함의 표시로 생전 소유하던 부동산과 일부 자금을 피고에게 넘겨주었다. 문제는 피상속인의 사망 직후 발생했다. 원고는 피상속인이 피고에게 넘겨준 재산이 자신의 유류분을 침해한 특별수익이라며 소를 제기한 것이다. 피고는 “피상속인에게서 받은 재산은 단순한 증여가 아니라, 장기간 모시고 기여한 데 대한 대가이므로 유류분 계산에서 제외해야 한다”고 항변했으나 하급심의 벽은 견고했다. 1, 2심은 원고의 청구를 일부 받아들여 피고가 피상속인으로부터 생전에 받은 재산은 특별수익에 해당하므로 유류분을 계산하기 위한 기초재산에 포함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대법원의 시각은 달랐다. 원심을 파기환송한 대법원의 판단은 단순한 조문 해석을 넘어 헌법재판소가 지적한 위헌적 상태를 사법적으로 즉시 바로잡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담아 ‘이 사건이 개정 민법 부칙에서 정한 경과조치의 적용 범위에 포함되지 않더라도 구법 조항을 그대로 적용할 수 없고, 위헌성이 제거된 신법 조항을 적용해야 한다’고 판시했다.

이번 판결의 핵심은 “장기간의 특별부양과 실질적 기여에 대한 대가로 이뤄진 ‘보상적 증여’는 유류분 산정의 기초재산(특별수익)에서 배제된다”는 법리를 명확히 한 점에 있다. 이는 증여라는 외형을 취하고 있더라도, 그것이 단순히 재산을 부당하게 편중시키기 위한 ‘무상 증여’인지, 아니면 다른 상속인들이 방치한 의무를 대신 이행한 것에 대한 ‘보상적 증여’인지를 엄격히 구분하라는 요구이면서, 정당한 보상까지 유류분이라는 명목으로 반환청구하도록 두는 것은 민법이 추구하는 형평의 원칙과 정의 관념에 정면으로 위배된다는 사법부의 선언인 셈이다.

이 판결은 향후 상속 분쟁에 적잖이 영향을 미칠 것이다. 종전의 유류분 소송은 “피고에게 재산이 얼마나 넘어갔는가”를 확인하는 것이 관건이었다면, 이제는 거기에 더해서 “그 증여가 어떤 대가와 경위로 이뤄졌는지”를 입증할 수 있는지에 따라 소송의 승패가 좌우될 것이다. 나아가 부모를 부양하면서도 사후에 발생할 형제들과의 법적 분쟁을 두려워했던 상속인들은 이제 당당히 ‘보상적 증여’임을 주장해 자신의 정당한 재산권을 지킬 수 있게 됐다. 다만 특별부양 또는 실질적 기여 사실을 어떻게 객관적으로 입증하느냐가 재판의 핵심 쟁점이 될 것이다.

상속법의 궁극적 목적은 망인의 뜻을 존중하고 상속인들 간의 공평한 재산 분배를 도모하는 데 있다. 대법원의 이번 판결은 실질적 기여와 보상의 가치를 법적으로 명확히 인정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형평과 정의에 부합하는 정당한 권리가 사법부의 판결을 통해 제대로 보호받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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