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노호 한국외대 명예교수
더불어민주당은 지난 31일 말도 많고 탈도 많은 ‘형사소송법 개정안’을 국민의힘이 불참한 가운데 기어코 통과시켰다. 이로써 검찰의 직접 수사권은 물론 보완수사권까지 완전히 박탈했으며 경찰 수사에 대한 견제책으로 보완수사요구권만 남겨놓았다. 지난 3월 국회를 통과한 공소청법과 중대범죄수사청법, 그리고 이번의 형사소송법 개정안 통과로 민주당이 부르짖었던 ‘검수완박’이 완성됐다.
그동안 검찰의 잘못을 인정한다 해도 검찰청 자체를 없앨 만큼의 잘못을 저질렀는지, 검찰청 해체만이 유일한 대안이었는지, 아니면 다른 목적이 있었는지는 언젠가는 밝혀져야 한다. 공공, 민간을 불문하고 어느 조직이나 본연의 목적을 벗어나는 경우가 있다. 그 잘못을 바로잡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면 될 일을 78년을 유지해온 검찰 조직을 완전히 형해화(形骸化)할 필요는 없다. 일부가 일시적으로 본연의 목적을 벗어났다고 그 조직을 해체한다면 아마도 국회는 아주 오래전에 이 나라에서 없어져야 했을 것이다. 대통령 역시 여기에서 벗어날 수 없다. 일반 국민의 권리를 보장해주고 억울한 일이 생기지 않도록 꼼꼼히 살피겠다지만 검수완박의 모든 절차에서 가장 큰 혜택을 받을 사람으로 딱 한 사람이 떠오르는 것은 무슨 이유일까?
11일간의 미국·남미 순방 일정을 마치고 8월 3일 오전 귀국한 이재명 대통령은 귀국 직후 부동산·주식시장 점검회의를 주재했는데 여기에서 재정경제부가 발표한 ‘2026 세제 개편안’이 주요 의제로 다뤄졌다. 이재명 대통령은 후보 시절부터 줄곧 ‘세금으로 집값 잡지 않겠다’고 호언장담했으나 그동안 수차례의 부동산시장 정책이 번번이 무위로 끝나자 이제는 세금만이 유일한 부동산정책인 양 부동산 관련 세제를 마치 조자룡 헌 칼 쓰듯 휘두르려 하고 있다. 이번 세제 개편안이 국회를 거쳐야 하지만 이 또한 절대다수 여당의 힘으로 무난히 통과될 것이다.
국내·외적으로 시장을 잡기 위해 세금을 무기로 쓰는 정책은 거의 모두가 실패하고 말았다는 교훈을 잊지 말아야 한다. 정부는 시장을 이길 수 없다. 시장은 바로 국민이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부동산시장은 과거 정부의 누적된 정책실패로 말미암아 실타래가 단단히 꼬여 있는 상태다. 따라서 세제를 건드리거나 단기적이고 임기응변적인 대책으로는 실타래를 풀 수 없다. 제대로 된 정부라면 국민의 소리에 더 귀를 기울이고 여야 간 토론과 합의를 바탕으로 국민이 신뢰할 수 있고 시장을 교란하지 않는 중장기정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모든 부동산정책은 필연적으로 실패하게 돼 있다.
우리나라 주식시장을 보면 코스피지수(KOSPI)가 역대 기록을 경신하는 등락 폭을 보이며 출렁이고 있다. 올 증시 첫날 4300선에서 출발한 KOSPI는 지난 6월 18일에는 9385선을 넘어서며 ‘1만 피’를 넘실거리더니 7월 한 달 극심한 내림세를 보이며 한때 5590선까지 곤두박질쳤다. 이후 KOSPI는 전대미문의 변동성을 보이다가 지난 3일 6257선에 마감됐다.
이재명 대통령은 올 초 본인 소유의 아파트를 매물로 내놓으면서 국민 모두에게 ‘집 팔아 ETF(상장지수펀드) 사라’는 메시지를 던졌다. 그러자 집 사려고 모은 돈들이 부동산시장을 떠나 주식시장으로 몰리기 시작했다. 삼전닉스 주식이 고공행진을 계속하자 주식시장에는 해괴한 이론의 상품이 난무하기 시작했고 증시는 활활 타올랐다. 주식으로 돈을 모아 집을 사야겠다는 ‘영끌족’이 증시에 넘쳐났고 대부분 젊은이였다. 그러다 ‘1만 피’를 넘보던 증시가 폭락세로 돌아섰고 자금이 넉넉지 않은 그들은 빚더미에 앉게 됐다. 불과 반년 동안 일어난 일이다. 온 국민을 주식 열풍에 몰아넣고 결국 빈털터리로 만든 배경이 무엇인지, 국민연금은 어떤 역할을 했는지 등 머지않아 그 실체가 하나하나 드러나게 될 것이다.
꼭 해야 할 일만 해도 모자란 시간이다. 하물며 하지 말아야 할 일에 목을 매고 있으면 이 나라 꼴은 어떻게 될 것인가? 이 나라 이 시장의 주인은 국민이다. 다만 당신들이 책임지고 잠깐 맡아 꾸려갈 뿐이다. 국민을, 시장을 이기려 하지 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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