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수완박’. 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이라는 이 조어를 국민들은 문재인 정부 5년 내내 지겹도록 들어야 했다. 추미애 당시 법무부 장관과 윤석열 검찰총장은 1년여 동안 검찰 개혁을 놓고 대치했다. 이후 검찰총장 출신 대통령이 탄생했고 대한민국은 비상계엄이라는 초유의 사태까지 겪었다.
우여곡절 끝에 정권이 바뀌고 검찰청도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하지만 검찰 개혁은 여전히 뜨거운 화두다. 경기도로 자리를 옮긴 추미애 지사가 ‘개혁’을 다시 부르짖고 있고 유시민 전 의원은 검찰 개혁을 두고 “대통령이 국민을 속였다”며 반기를 들었다. 이재명 대통령과 여권 강경파의 충돌은 위태로워 보인다.
야당도 다르지 않다. 국민의힘은 정권을 되찾으면 다시 검찰청 체제로 돌려놓겠다고 벼르고 있다. 검찰 출신 한동훈 의원은 노무현 전 대통령을 소환했다. 23년 전 노 전 대통령이 ‘검사와의 대화’를 자청했을 당시 속칭 엘리트 검사들의 수준과 무엇이 다른가. 여권 강경파도 야당도 2028년 총선과 2030년 대선 시계에 맞춰 지지층 결집을 위해 검찰 개혁 돌림노래를 부르는 셈이다.
그 시간 동안 내 삶은 바뀌었을까. 한국은행이 최근 발표한 순자산 지니계수는 2017년 0.584에서 지난해 0.625까지 상승했다. 소득과 순자산이 모두 하위 20%에 속하는 가구 중 20·30대 비중은 2020년 7.9%에서 지난해 15.2%로 약 두 배가 됐다. 한국은행은 한국 사회를 ‘자산격차 심화와 소득격차 재확대가 맞물린 복합 양극화’ 상황으로 진단했다. 쉽게 말해 열심히 일하고 월급을 모으면 집을 사고 계층의 사다리를 한 칸씩 올라가 부모 세대보다 나은 삶을 살 수 있다는 믿음이 흔들리고 있다.
정치사상가 존 롤스는 ‘정의론’에서 ‘무지의 베일’을 제시했다. 자신이 부자인지 가난한지, 어떤 부모에게서 태어날지 모르는 상태에서 사회의 원칙을 결정하라는 개념이다. 무지의 베일을 적용하면 강남 아파트를 물려받을지, 월세방에서 사회생활을 시작할지 모른다. 부모에게 전세보증금을 받을지, 학자금 대출부터 갚아야 할지도 모른다. 수도권에서 좋은 교육과 일자리의 기회를 얻을지, 소멸을 걱정하는 지방에서 태어날지도 알 수 없다.
검찰 개혁은 국가 제도의 중요한 문제지만 국민의 삶을 뒷전으로 밀어놓는 정쟁의 면죄부가 될 수 없다. 정치권이 검찰 개혁을 놓고 다투는 23년 동안 집값은 치솟았고 청년 취업, 지방 소멸, 자산 격차 어느 것 하나 정치권의 논쟁이 끝날 때까지 기다려 주지 않았다.
“도대체 너희의 그 다툼이라는 게 우리(국민)의 삶과 무슨 상관이 있느냐(6월19일 유럽 순방 성과 브리핑)”는 정치권의 공방을 향한 이 대통령의 현실 진단은 정확했다. 다만 그 질문이 여당 강경파만을 향해서는 안 된다. 대통령 스스로에게도 돌려 묻고 채근해야 한다. 국민의 먹고사는 문제에는 마침표가 없다. 이재명 정부 2년 차, 황금 같은 시간이 지나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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