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대 TV로 쌓은 ‘버추얼 비너스’ 최초 공개
지난 16일 개막식 시작으로 5일간 축제
▲ 백남준아트센터 제1회 백남준미디어아트페스티벌 ‘백남준의 행성’ 전시 현장 모습. /박지혜 기자 pjh@incheonilbo.com
“백남준미디어아트페스티벌의 첫 번째 목표는 그를 기념하는 것이 아닌 그의 레거시가 동시대와 작동하도록 하는 것입니다.”
지난 16일 백남준 20주기를 기점으로 출발한 제1회 백남준미디어아트페스티벌 ‘백남준의 행성(Waiting for UFO)’은 그의 예술정신을 현재형으로 작동시킨다. 그가 보여줬던 자유분방하고 실험적인 정신을 축제와 잔치, 굿을 통해 예술과 기술, 인간과 자연, 지역과 세계를 연결하는 가능성의 장으로 확장하는 자리다.
백남준에게 우주는 서로 다른 장소와 시간, 문화와 기술이 신호를 주고받으며 새로운 관계를 만들어내는 공간이었다. 페스티벌의 주제 ‘UFO를 기다리며’는 1992년 미국 뉴욕 인근 스톰킹 아트센터에 설치한 동명의 작품에서 출발했는데, 아직 도착하지 않은 신호를 기다리듯 미래를 향해 열려 있는 회로를 제안한다.
페스티벌은 크게 전시, 퍼포먼스, 스페셜 렉처, 기술랩, 대중 참여 프로그램으로 나뉘어 진행된다.
특히 이날 개막한 2개의 전시 ‘별, 괘卦’와 ‘달들’은 페스티벌의 중심으로, 별과 행성, 달과 우주를 서로 다른 방향으로 탐색하는 ‘백남준의 행성’을 입체적으로 보여준다.
▲ 백남준아트센터 제1회 백남준미디어아트페스티벌 ‘백남준의 행성’ 전시 현장 모습. /박지혜 기자 pjh@incheonilbo.com
▲ 백남준아트센터 제1회 백남준미디어아트페스티벌 ‘백남준의 행성’ 전시 현장 모습. /박지혜 기자 pjh@incheonilbo.com
먼저 ‘별, 괘’는 백남준의 예술을 교차하는 두 가지 시선 ‘별’과 ‘괘’를 축으로 그의 우주적 스케일을 보여주는 동시에, 동양적 사유로 변화하는 세계를 읽어낸 독창적 시선을 조명한다.
전시장 입구에서 가장 먼저 마주하는 1990년 작 ‘시리우스’가 대표적이다. 지구에서 멀리 떨어져 빛나는 별을 TV 화면 속 이미지와 기호, ‘북두성’과 ‘남십자성’ 같은 천체 관련 문자로 재창조해 우리 앞에 새로운 정의로 내보인다.
국내 최초로 소개되는 ‘버추얼 비너스로 향하는 우주선’(1991)은 알루미늄 구조와 네온, 13인치 텔레비전 36대를 결합해 로켓 형상으로 만든 작품이다. 로켓 꼭대기에 달린 19세기 석조 불두와 텔레비전을 통해 끊임없이 전송되고 변형되는 이미지들은 과거의 기억과 미래의 상상, 현실과 가상의 행성을 가로지르는 새로운 시공간을 구축한다.
제2전시실에서 열리는 전시 ‘달들’은 백남준의 대표작들에 대한 해석을 확장하고, 지구 안팎에서 보는 ‘달’에 대한 다각적 사유를 백남준의 ‘행성적 사유’와 연결한다. 또, 그의 사유와 공명하는 동시대 작가들의 작품을 통해 백남준이 바라본 우주를 새롭게 제안하는 작업이다.
오랜 세월 살아남아 동서양을 막론하고 음양을 결합한 영험한 존재로 인식된 거북이를 166대의 TV 모니터로 형상화한 ‘거북’(1993)은 그가 전개해 온 ‘행성적 사유’를 잘 드러내는 작품 중 하나다.
우주, 창조, 지혜, 복을 상징한 자연 매개체와 미디어를 병렬 배치하고, 거북이의 신화적 상징성을 전 세계의 민속적 가치로 연결한 작품은 신화와 역사, 전설의 맥락을 관통하는 그의 인문학적 사유가 집약된 결과물이기 때문이다.
▲ 백남준아트센터 제1회 백남준미디어아트페스티벌 ‘백남준의 행성’ 전시 현장 모습. /박지혜 기자 pjh@incheonilbo.com
▲ 백남준아트센터 제1회 백남준미디어아트페스티벌 ‘백남준의 행성’ 전시 현장 모습. /박지혜 기자 pjh@incheonilbo.com
이외에도 백남준의 대표작 ‘달은 가장 오래된 TV’, ‘해왕성’ 등과 함께 동시대 작가 김덕희, 박고은, 박소영, 우주여행자 언해피, 이지연, 로랑 그라소, 로르 프루보, 류타 아오키, 스카이 호핀카의 작품들이 백남준의 우주를 새롭게 제안한다.
전시 외 프로그램으로는 개막날 선보인 ‘임용주 퓨처사운드랩’의 공연을 시작으로, 백남준의 우주적 상상력과 동양적 세계관을 탐구하는 강연, 학술 프로그램 및 대중 참여 프로그램이 열렸으며, 백남준의 생일인 20일에는 국가무형유산 동해안별신굿 이수자 방지원과 굿패가 ‘생일굿’을 진행한다.
우주를 하나로 연결하는 백남준의 행성적 사유를 엿볼 수 있는 두 전시 ‘별, 괘’와 ‘달들’은 각각 내년 2월14일, 오는 10월4일까지 백남준아트센터 1·2전시실에서 열린다.
/박지혜 기자 pjh@inche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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