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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동수(同數) 의회가 남긴 숙제

제9대 남구의회 원 구성은 예상보다 긴 시간이 필요했다. 의회가 문을 열자마자 주민들께 가장 먼저 보여드린 모습이 민생이 아닌 원 구성 논의였다는 점에서 의회는 무거운 책임을 느껴야 한다.

동수(同數) 의회가 남긴 숙제

이혜인 울산남구의회 의원·복지건설위원장

제9대 남구의회 원 구성은 예상보다 긴 시간이 필요했다. 의회가 문을 열자마자 주민들께 가장 먼저 보여드린 모습이 민생이 아닌 원 구성 논의였다는 점에서 의회는 무거운 책임을 느껴야 한다. 주민들께서는 "왜 의회가 제 역할을 하지 못하는가"라는 의문을 가졌을 것이고, 의회를 바라보는 시선 또한 결코 가볍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이번 원 구성을 단순히 자리다툼으로만 해석한다면 남구의회가 마주한 현실을 온전히 설명하기는 어렵다. 제9대 남구의회는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이 각각 7석을 차지한 동수 의회로 출범했다.

어느 한쪽도 다수가 아니며, 어느 누구도 독자적으로 의회를 운영할 수 없는 구조다. 제7대에도 동수 의회가 있었지만, 지금의 정치 환경과 의회 구성은 당시와는 또 다른 조건을 갖고 있다. 기존의 의회 운영 방식만으로는 쉽게 풀기 어려운 과제를 안고 출발한 셈이다.

많은 사람들은 민주주의를 다수결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다수결은 민주주의의 중요한 원칙이다. 그러나 의회를 실제로 움직이는 것은 다수결 이전의 과정이다.

수많은 대화와 설득, 협의와 조정이 쌓여야 비로소 하나의 결론에 이를 수 있다. 표결은 마지막 절차일 뿐이며, 의회의 운영은 그 이전의 신뢰와 정치력에 의해 좌우된다.

특히 동수 의회에서는 더욱 그렇다. 다수 의회에서는 표결로 결론을 내릴 수 있지만, 동수 의회에서는 표결이 곧 해결이 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어느 한쪽이 일방적으로 밀어붙이는 순간 다른 한쪽의 협력은 기대하기 어려워지고, 결국 의회 전체의 운영도 흔들릴 수 있다. 동수 의회에서 가장 필요한 것은 상대를 이기는 힘이 아니라 함께 의회를 운영할 수 있는 신뢰다.

이번 원 구성 과정에서도 다양한 의견이 충돌했다. 절차를 우선하는 의견도 있었고, 정치적 합의를 중시하는 시각도 있었다. 서로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가 달랐기에 논의는 길어질 수밖에 없었다. 주민들께는 답답한 시간이었겠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지방의회가 얼마나 많은 조율과 협의를 통해 운영되는지를 보여준 과정이기도 했다.

갈등 자체를 민주주의의 실패로 볼 필요는 없다. 민주주의는 다양한 의견이 공존하는 제도이며, 서로 다른 생각이 부딪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중요한 것은 갈등의 존재가 아니라 갈등을 해결하는 방식이다. 대화가 끊기는 순간 협치는 멈추고, 협치가 멈추는 순간 주민의 신뢰도 흔들리기 시작한다.

이번 원 구성은 남구의회에도 분명한 과제를 남겼다. 동수 의회에서는 승패의 논리보다 운영의 논리가 우선되어야 한다는 점이다.

의회는 선거에서는 경쟁하지만, 의정활동에서는 함께 주민의 삶을 책임지는 공동의 책무를 가진 공간이다. 결국 의회를 지속 가능하게 만드는 것은 숫자가 아니라 신뢰이며, 신뢰는 끊임없는 대화와 약속을 지켜가는 과정 속에서 만들어진다.

이번 원 구성은 끝났지만, 의회의 진짜 평가는 이제부터 시작이다. 주민들은 누가 어느 자리를 맡았는지를 오래 기억하지 않는다. 맡은 자리에서 어떤 성과를 만들었는지를 기억한다.

의회는 경쟁으로 구성되지만, 협력으로 운영된다. 주민 앞에서는 누구도 혼자 의회를 움직일 수 없다. 이번 원 구성이 남긴 숙제를 성과로 풀어내는 것, 그것이 지금 남구의회가 주민들께 보여드려야 할 가장 큰 책임이다.  이혜인 울산남구의회 의원·복지건설위원장

이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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