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캐시 호컬 (Kathy Hochul) 미국 뉴욕주 주지사. 사진=Flickr
뉴욕주가 미국 주 정부 최초로 신규 데이터센터 건설을 1년간 금지했다. 전력과 물을 과도하게 사용하고 전기요금 상승을 유발하기에 시민을 보호할 방안을 먼저 마련해야 한다는 취지다.
트럼프 대통령은 ‘끔찍한 결정’이라며 반발했다. 데이터센터는 막대한 일자리를 창출하고 지역에 수익을 안겨주는 돈 버는 기계라는 것이다. 그야말로 데이터센터는 일자리를 쏟아내는 ‘노다지’라고 강변했다.
하지만 뉴욕주 상황은 정반대처럼 보인다. 가령, 뉴욕주에 위치한 JP모건체이스의 데이터센터는 일자리 창출 명목으로 총 7700만 달러의 세금 혜택을 받았는데, 그 대가로 정규직 일자리 단 한 개만 창출한 것으로 드러나 대중적 공분을 샀다. 이는 미 역사상 최대 규모의 일자리 보조금이다.
뉴욕주 제니시에 건설 예정인 500메가와트(MW) 규모의 데이터센터도 마찬가지다. 단 125개의 일자리를 창출하는 조건으로 14억6천만 달러의 세금 혜택을 받았다. 일자리 하나당 1170만 달러에 달한다. 이에 지역 주민들이 거세게 반발하고, 주 의원들도 세금 혜택을 제한하는 법안을 발의했다.
뉴욕주 상황에 빗대면 데이터센터는 그저 세금만 축내는 기계다. AI 광풍 속에서 데이터센터 유치 경쟁에 나선 지방 정부들이 앞다퉈 보조금과 세금 혜택을 쏟아붓지만 정작 일자리 창출은 손가락으로 꼽을 정도니 말이다.
트럼프 말처럼, 정말 데이터센터는 일자리 노다지일까? 미국 상공회의소의 보고서는 이를 반박한다. 보고서에 따르면 데이터센터는 건설 기간에 평균 1688명의 건설노동자를 고용하지만, 완공 후에는 대략 157개의 일자리만 창출한다. 데이터센터가 가장 밀집된 버지니아주의 고용 현황도 거의 흡사하다. 펜실베이니아주 아치볼드에선 AI 데이터센터 6개가 건설 예정이었으나, 주민의 반대로 부결됐다. 데이터센터가 5만 명 분의 물을 소비하고 막대한 전력을 흡수하면서도 고용 인원이 단 10명에 그칠 것으로 드러났기 때문이다.
▲ 2026년 7월27일(미국 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미시간주 밀포드에 위치한 제너럴 모터스(GM) 주행 시험장에서 연설하고 있다. 사진=Flickr (White House)
미국에 국한된 경향일까? 그렇지 않다. 전 세계에 걸쳐 데이터센터의 고용 창출은 빈약한 수준이다. 2025년 보리치 전 칠레 대통령은 ‘AI 강국’을 선언하며 AI 데이터센터들이 8만 개 이상의 일자리를 창출할 거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글로벌 기술 전문 매체인 Rest of World가 칠레의 데이터센터 17개를 분석한 결과, 직접 고용 직원이 총 1547명에 불과했다. 그것도 소수 기술전문직을 제외하면 보안과 청소가 다였다. 심지어 정부와 기업들이 지역 대학교와 연계해 청년 일자리 교육에 나섰지만, 막상 건설된 이후에는 일자리가 거의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러한 왜곡은 구글과 마이크로소프트가 데이터센터를 짓는 멕시코 케레타로에서도 똑같이 재현되고 있다.
인도 안드라프라데시주의 사정도 비슷하다. 구글의 AI 데이터센터가 들어설 계획인데, 주 정부는 220억 루피의 인센티브를 제공하겠다며 이 데이터센터들이 18만 개의 일자리를 창출할 거라고 큰소리를 쳤다. 그러나 시민단체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상시 고용 인력이 총 1225명에 불과한 것으로 추정됐다. 고작 1225명의 일자리가 주지사 입을 통해 18만 개의 일자리로 둔갑한 것이다. 곧바로 지역 주민들이 반대 운동에 돌입했다.
미국은 말할 것도 없고 전 세계에서 AI 데이터센터 반대붐이 형성된 데에는 이렇듯 일자리 창출에 대한 허황된 거짓말의 비중이 크다. 엄청난 양의 전력과 용수를 사용하고 공적 보조금마저 게걸스레 빨아들이지만, 정작 일자리 창출과 지역 경제에 대한 기여도가 적기 때문이다.
애초에 데이터센터가 일자리를 창출한다는 표현 자체가 형용모순이다. AI 데이터센터는 최첨단 컴퓨팅 시설이 집적된 서버 창고일 뿐이다. 고용은 대부분 데이터센터 건설 과정에서 발생한다. 시설이 완공되면 일자리는 사라진다. 미국 에너지 햄 연구소(Hamm Institute)에 따르면, 100메가와트(MW) 규모당 20~30명의 정규직 직원만으로 운영이 충분히 가능하다. 그나마 연계 일자리가 파생되려면 클러스터 규모가 되어야 한다.
▲ 데이터센터. 사진=gettyimagesbank
사정이 이런데도 한국 정치인들은 AI 데이터센터가 일자리를 쏟아낼 것처럼 요란하게 호들갑이다. 트럼프의 저 허풍처럼 도무지 영양가가 없다. 왜곡된 수치로 점철된 ‘일자리 창출’이라는 공허한 약속은 사실 메가 프로젝트에 막대한 자원과 세수를 들이붓는 것에 비해, 지역 주민들이 얻을 게 별로 없다는 뼈저린 사실을 은폐한다. 이익은 소수가 가져가고, 물 부족과 환경오염과 같은 피해는 지역에 전가된다는 그 혹독한 사실 말이다.
이제는 AI 데이터센터가 일자리를 창출한다는 저 화려한 뻥을 걷어낼 때도 됐다. 그래야 비로소 메가 프로젝트와 AI 데이터센터의 실상을 온전히 응시할 수 있다. 우리가 맞닥뜨린 그 실재의 사막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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