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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데스크칼럼」 '더 이상 애국심에 기대지 마라'

불과 2~3년 전만 해도 '중국산 전기차 배터리는 화재 위험이 커 불안하다', 'IT나 전자제품의 경우 중국보다는 우리 기술력이 앞선다'는 인식이 지배적이었다. 그러나 국산차보다 1000~2000만원 가량 저렴한 가격을 무기로...

「데스크칼럼」 '더 이상 애국심에 기대지 마라'

사진=이성철 기자

한국금융경제신문=이성철 기자 | 미국과 이란 간 전쟁이 글로벌 에너지 시장을 강하게 뒤흔들고 있다.

최대 40%까지 폭등했던 국제 유가는 전 세계 경제에 마치 쓰나미 처럼 몰려와 물류비와 생산비는 물론이거니와 농산물, 난방비 등 국민들의 생활 전반에 걸쳐 큰 충격을 주고 있다.

그중에서도 특히나 휘발유와 경유 등 내연기관 차량을 이용하는 소비자들의 연료비 부담 증가는 향후 국제 뿐만 아니라 국내 자동차 시장의 판도마저 바꿀 수 있는 기폭제가 되고 있다는 점에서 기대와 우려가 교차하고 있다.

최근 유가 폭등을 경험하면서 전기차에 대한 소비자들의 관심이 더욱 커지고 있다.

최근 한 에너지 분야 시장조사 업체의 보고서에 따르면 이번 중동전쟁으로 인한 유가 상승 영향으로 과거 3년간 침체했던 전 세계 전기자동차 시장의 수요가 크게 늘어날 것으로 전망됐다.

향후 유가가 안정되는 상황이 오더라도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을 우려하면서 전기차 구매로 이어질 것이라는 설명이다.

국내 자동차 시장을 보더라도 내연기관에서 전동화 전환 작업이 가속화되고 여기에 유가 급등이 더해지면서 전기차 판매량이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로 한국자동차모빌리티산업협회(KAMA)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국산 전기차 판매량은 5만1000대로 전년 동기 대비 126.1%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기술 개발과 유통 구조 변화, 정부의 보조금 지원 등이 전기차 수요를 끌어올리면서 시장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정작 문제는 국내 전기차 시장에서 3대 중 1대는 중국산이라는 점이다. 다시 말해 중국산 전기차의 국내 시장 공략이 심상치 않다는 것이다.

같은 기간 중국산 전기차는 2만5000대로 286.1% 급증했다. 중국산 시장 점유율은 지난 2022년 4.7%에서 지난해 33.9%까지 급증한 반면 현대차·기아 등 국산 비중은 75%에서 57.2%로 하락했다.

현대차·기아가 미국을 제외한 해외 시장에서 판매량이 늘고 있지만 마냥 웃을 수 없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가격 경쟁력과 기술력 상승이 돋보이는 중국산 전기차가 과거 ‘싼 맛에 쓴다’는 소비자들의 인식마저 바꿔놓고 있는 상황이다.

중국의 대표적인 전기차 업체인 비야디(BYD)는 지난해 한국 진출 이후 11개월 만에 국내 누적 판매 1만대를 돌파하며 수입차 업계 최단 기록을 달성했다.

시장 환경은 이미 빠르게 변하고 있다.

불과 2~3년 전만 해도 ‘중국산 전기차 배터리는 화재 위험이 커 불안하다’, ‘IT나 전자제품의 경우 중국보다는 우리 기술력이 앞선다’는 인식이 지배적이었다.

그러나 국산차보다 1000~2000만원 가량 저렴한 가격을 무기로 각종 편의성을 갖춘 소프트웨어 옵션이 추가된 중국산 전기차는 말 그래로 ‘가성비’를 쫒는 국내 소비자들의 환심을 사기에 충분하다.

떄문에 완성차 업계에서는 향후 중국산과의 경쟁이 더욱 격화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이에 현대차·기아 등 국내 완성차 업계가 이 거센 도전에 맞서 어떤 카드를 꺼내 들지 관심이 커질 수 밖에 없다.

현재 기술력에서 대등한 수준을 보이고 있다면 생산비용을 낮춰 가격 경쟁력을 끌어올리는 수 밖에 없다.

하지만 현재로서는 불가능해 보인다.

현대차·기아의 생산직 근로자들에게 지급되는 높은 인건비에다 핵심 부품인 배터리에서도 국산 NCM배터리가 중국의 LFP배터리보다 최소 30% 이상 가격이 비싸다는 점에서 쉽사리 해답을 찾을 수 없다.

더 이상 '애국심'에 기대어 국민들이 국산차를 선택해 줄 것을 바랄 수 없는 지경에 이른 것이다.

중국의 파상 공세를 막기 위해 정부는 전기차 보급 확대에만 치중할 게 아니라 국내 생산 비용을 낮추는 획기적인 방안을 찾아야 한다.

연구개발 및 세제 지원 확대, 인프라와 관련 산업 생태계 유기적 결합 등이 가성비 좋은 제품의 생산을 가능케 한다.

기업들은 기술 혁신을 통한 최상의 제품으로만 글로벌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

‘어디서 만들었나’는 더이상 중요하지 않은 시대가 됐다.

소비자들이 추구하는 가치가 무엇인지 기업들은 다시 한번 되새겨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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