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철성 기자 〈리서치센터 국장·칼럼니스트〉
■ 대한민국은 지금 왜 들떠 있는가 〈4〉 분노는 왜 사건보다 진영을 먼저 찾나
■ 스타벅스를 때렸더니 진영이 움직였다
■ 소비 논란은 왜 정치 상징 전쟁이 됐나
■ 흥분한 사회에서는 사건보다 편 가르기가 먼저 달린다
▲스타벅스 탱크데이 논란은 소비자 분노에서 출발했지만, 불매운동과 소송, 고발, 정치권 비판을 거치며 진영 대립의 상징으로 커졌다. 사건을 따지는 시간보다 편을 가르는 속도가 더 빨랐다. 일러스트=AI 생성
분노는 필요하다.
잘못한 기업에는 책임을 물어야 한다.
역사를 가볍게 다룬 마케팅에는 사과를 요구해야 한다.
스타벅스 탱크데이 사태도 그 출발점은 분명했다.
5·18 민주화운동 기념일.
계엄군 탱크를 연상시키는 문구.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을 조롱하는 듯한 표현.
역사 인식 문제였다.
마케팅 실패였다.
기업 책임이었다.
사과와 재발 방지.
여기까지는 상식의 영역이었다.
그런데 한국 사회는 거기서 멈추지 않았다.
분노는 빠르게 커졌다.
불매운동이 붙었다.
스타벅스 선불충전금 환불 소송이 시작됐다.
시민단체는 정용진 회장을 고발했다.
경찰은 수사에 착수했다.
정치권이 들어왔다.
진영 논리가 얹혔다.
그리고 어느 순간 장면이 바뀌었다.
사람들은 스타벅스를 말하는 게 아니라 정용진을 말하기 시작했다.
■ 사건보다 진영이 먼저 움직였다
기업 논란은 정치 상징 전쟁이 됐다.
한국 사회는 자주 이런 방식으로 움직인다.
누군가를 강하게 때린다.
그러면 반대 진영은 그를 상징처럼 받아든다.
응징은 오히려 이름값을 키운다.
비판은 어느 순간 동원 구호가 된다.
그렇게 적이 만든 상징이 탄생한다.
정용진 회장은 논란 직후인 19일 서면으로 1차 사과문을 냈다.
손정현 스타벅스코리아 대표 교체까지 단행했다.
관련 임원도 징계했다.
그러나 파문은 가라앉지 않았다.
이재명 대통령이 SNS에서 직접 비판하면서 논란은 오히려 더 커졌다.
결국 정 회장은 26일 서울 강남구 조선팰리스호텔에서 직접 대면 2차 대국민 사과에 나섰다.
그룹 차원의 자체 진상조사 결과도 함께 공개했다.
1차 서면 사과로는 멈추지 않았다.
직접 얼굴을 내밀어야 했다.
그 장면이 한국 사회의 분노 온도를 보여준다.
■ 소비 분노가 정치 흥분으로 바뀌는 순간
이 장면이 무서운 이유는 단순하다.
분노가 사실보다 빨라졌기 때문이다.
사건을 따지는 시간보다 편을 가르는 시간이 더 빨랐다.
무엇이 잘못됐는가보다 누가 우리 편인가가 먼저 달렸다.
흥분한 사회에서는 늘 이런 일이 벌어진다.
소비자는 시민이 되기도 하지만, 동시에 진영의 병사가 되기도 한다.
비판은 필요하다.
책임 추궁도 필요하다.
그러나 분노가 과열되면 계산은 어긋난다.
스타벅스를 때렸더니 진영이 움직였다.
대통령이 움직였다.
경찰이 움직였다.
소송이 움직였다.
그리고 정용진이라는 이름은 더 커졌다.
한국 사회는 지금 그런 방식으로 달리고 있다.
※ 이 기사는 시리즈로 이어집니다.
소비 분노가 진영의 언어로 바뀌는 동안, 언론은 그 흥분을 더 빠르게 전달하고 더 크게 키웠다. 〈5〉편에서는 흥분한 사회에서 언론이 왜 감시자보다 증폭기가 되기 쉬운지 짚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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