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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대통령과 거꾸로 가는 정책에 반색하는 밀수업자들

유튜브와 인스타그램 등 SNS에는 생소한 화학구조식을 배경으로 한 광고가 범람하고, AI로 제작된 영상까지 동원해 제품의 안전성과 효과를 강조한다. "규제와 무관" "반복흡입독성시험 완료" "안전성 검증 완료" "관세청...

대통령과 거꾸로 가는 정책에 반색하는 밀수업자들

지난 2월 3일 서울의 한 전자담배 매장에 전자액상담배가 진열되어 있다. photo 뉴스1

지난해 국회를 통과한 담배사업법 개정안 시행이 4월 24일로 다가오면서 유관부처들의 막바지 후속작업이 이어지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과 구윤철 재정경제부 장관 등이 국무회의에서 유사니코틴을 사용한 전자액상담배가 제2의 가습기 살균제 사태가 될 수 있다며 강력하게 경고조치를 하면서 후속 작업은 안전성 강화에 초점이 맞춰진 상황.

지난해 12월 16일 국무회의에서 구 장관은 유사니코틴을 두고 '가습기 살균제 사태'에 빗대어 "화학물질로서 사전 유해성 검증을 해야 한다"고 보고했다. 이어 "관계부처 합동으로 협의해 나가겠다"며 단속과 관리에 대한 적극적인 의지를 드러내기도 했다. 이에 이 대통령도 호응하며 "성남시장 시절에도 공무원이 (성분을 속인 불법제품) 관련해 과세하게끔 했던 것으로 기억한다"고 구 장관을 독려했다.

담배사업법 개정안 시행을 앞두고 가습기 살균제 사건이 거론된 건 개정안으로 인해 가장 큰 규제를 받는 것이 전자액상담배이기 때문이다. 현재 국내에서 유통되는 전자액상담배의 95%는 중국에서 밀수해서 들여온 합성니코틴이 사용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런 제품은 사실상 연초임에도 성분을 속인 경우가 많은 데다, 유해성 검사까지 통과하지 않은 것이 대부분이다. 이러한 인체 흡입 화학물질의 위험성은 바로 호흡기로 빨아들인다는 점에서 가습기 살균제보다 더 치명적이다. 이 대통령도 이런 점 때문에 국무회의를 통해 후속 조치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담배사업법 개정안에 불법 액상담배 활개

문제는 관련 부처의 후속조치가 오히려 중국산 원료를 사용한 제품들의 판매를 허용하게끔 하는 방향으로 흐르고 있다는 점이다. 본지가 지난해 12월 20일자를 통해 보도했듯이 국내에는 현재 판매량 기준으로 약 160년치에 해당하는 중국산 니코틴이 이미 수입된 상태다. 중국산 합성니코틴은 중국에서조차 생산하는 것이 발각될 시 법정최고형인 사형으로 처벌할 정도로 엄격하게 규제한다. 중국 정부의 허가를 받는 니코틴은 애초에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생산처가 불분명하고, 정식적인 통관 여부도 알 수 없다. 이는 수입 단계의 성분 검증과 유통 관리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음을 보여주는 방증이다.

중국산 니코틴을 통해 전자담배를 제조한 업자들은 개정안 시행 전 최대한 재고를 떨어내려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적극적인 홍보에 나서고 있다. 유튜브와 인스타그램 등 SNS에는 생소한 화학구조식을 배경으로 한 광고가 범람하고, AI로 제작된 영상까지 동원해 제품의 안전성과 효과를 강조한다. "규제와 무관" "반복흡입독성시험 완료" "안전성 검증 완료" "관세청 인증 제품" "타격감 탁월한 무니코틴" "차세대 유사니코틴"과 같은 문구가 반복되며 소비자를 유인한다.

하지만 이런 광고 문구는 전부 거짓일 가능성이 크다. 개정안이 통과되어도 판매에는 큰 타격이 없다는 분위기도 업계에 형성되어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주간조선에 "사재기를 이미 한 업체 입장에서 (행정예고를) 딱히 신경 쓰는 것 같지 않다"며 "다 방법이 있기 때문일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 역시 "실효성이 아예 없지는 않을 것"이라면서도 "전혀 아랑곳하지 않고 걱정조차 안 하는 업자도 있다"고 전했다. 단속 대상인 합성니코틴을 과세 대상에서 제외된 유사니코틴으로 쉽게 바꿀 수 있기 때문이다. 유사니코틴은 화학물질로서 담배사업법 개정안의 영향을 받지 않아 상대적으로 낮은 가격에 판매될 수 있다. 유사니코틴이 제대로 된 유해성 검사 통과와 같은 규제를 받지 않으면 시행안은 의미가 없다.

재고를 떨어내기 위해 고농축 니코틴을 판매하는 사례도 늘어났다. 고농축 니코틴은 그동안 각종 중범죄에 활용되어 와서 사회적으로 큰 논란이 일었었다. 이로 인해 제품 용기에 '삼키면 치명적' '보호장갑 착용' 등의 문구를 표기하도록 되어 있다. 업자들은 고농축 니코틴과 액상을 소비자가 직접 혼합해 사용하게끔 판매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해당 제품은 "취향에 따라 조절 가능한 타격감"이라는 표현으로 홍보되고 있다. 심지어 해당 제품은 농도가 500㎎ 수준으로 판매되고 있다. 이는 일반적으로 니코틴 치사량의 8배가 넘는다.

부처 간 책임 떠넘기기

개정안 취지로 보면 이러한 제품들은 진작 시장에서 퇴출되게 관련 부처가 유도해야 한다. 지난해 7월에도 구 장관은 국회에서 합성니코틴 규제에 따른 유사니코틴의 '풍선효과'를 언급하며 그 위험성을 강조했다. 이때도 과거 줄기니코틴을 규제하자 합성니코틴이 시장을 장악했던 과정을 지적하며 대책 마련에 나서겠다고 했다. 당시 구 장관은 "니코틴 대체물질에 대해서도 유통 현황과 인체 유해성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적정한 규제 체계를 논의해야 할 필요가 있다"며 유해성 검사를 철저히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재경부가 지난 3월 10일 행정예고한 '액상형 전자담배 재고제품 안전관리 기준' 제정 고시에는 '과세 전에 제조돼 6개월이 지난 제품에 대해서는 판매 중단을 권고한다'는 조항이 포함됐다. 특히 소비자기본법 50조를 적용해 권고를 넘어 사실상 강제 조치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해당 조항은 '제품이 소비자의 생명·신체에 위해를 끼칠 것으로 우려되는 경우, 정부가 수거·파기 조치를 할 수 있다'는 내용이다.

하지만 실제 부처들의 움직임은 그렇지 않다. 이제껏 '담배'의 범주 바깥에 있는 니코틴 제품은 식약처·재정경제부·기후에너지환경부 등 관련 부처의 단속 대상이 아니었지만, 개정안이 시행되면서 니코틴 성분 역시 단속 대상에 포함된다. 그러나 유사니코틴의 경우 담배가 아니기 때문에 신규화학물질이자 유독물질 담당 부처인 기후에너지환경부가 담당한다. 유사니코틴 역시 유해성 검사를 통과하지 않으면 인체에 해로운 건 마찬가지로 알려져 있다.

따라서 까다로운 유해성 검사를 통과해야 하지만, 기후환경에너지부가 자의적인 유해성 심사기준을 만들어 오히려 기존 심사보다 유사니코틴 전환을 쉽게 만들려는 움직임도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한 업계 관계자는 "유해성 검사도 제대로 받지 않은 상태의 제품이 시중에 유통되고 있다"면서 "오히려 중국산 불법니코틴을 합법적으로 팔 수 있게끔 하는 것 아닌지 모르겠다"고 주장했다.

부처 간 책임 떠넘기기 역시 문제로 꼽힌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유해성 검사를 빨리 시행해달라고 기후부에 요청하면 '그건 식약처 소관'이라며 발을 빼고, 식약처에 물으면 '그건 복지부에서 지정돼야 가능하다'며 책임을 떠넘긴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시장에서는 사재기 된 합성니코틴이 유사니코틴으로 바뀌고 유해성 검증도 안 된 상태로 유통되는 것"이라며 "결국엔 불법 업체들의 탈세를 또 봐주는 건 아닐까 싶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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