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덕(大德)이 대기(大器)의 중심이 되는 이치
보편적 도리로 사회의 뜻이 하나로 모이면, 대동사회에 이를 수 있다. 일시적으로 천하의 뜻을 하나로 모을 수는 있으나, 그것을 유지하는 일은 쉽지 않다. 천화동인(天火同人) 다음에 화천대유(火天大有)가 이어지는 이치다. 바른 도리의 덕행(德行)이 대중의 삶 속에 뿌리를 내릴 때, 풍요로운 사회에서 발생하기 쉬운 도덕적 해이와 부조리를 방지할 수 있다. 악(惡)을 방비하고 선(善)을 장려하는 정신문화는 대동사회를 완성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다. 이 점에서, 진선미(眞善美)를 선양하는 도덕이 문화의 중심을 잡을 때 대동사회는 꽃을 피우는 법이다.
화천대유(火天大有)괘
괘사(卦辭)는 간명하다. “대유는 으뜸으로 형통하다(大有, 元亨).” 대유(大有)는 풍요로운 삶을 의미한다. 가난과 결핍은 사회의 갈등과 다툼을 일으키는 원인이다. 따라서 물질적으로 여유가 생기면, 사람들의 관계가 부드러워진다. 그러나 물질적 풍요가 지나치면, 사회의 풍속은 타락하기 쉽다. 따라서 대유(大有)에는 대덕(大德)의 함양이 필수 조건이다.
단사(彖辭)는 먼저 대덕의 핵심를 밝히고 있다. “대유는 부드러운 음이 존위를 얻어 중도의 덕이 크다(大有, 柔得尊位大中).” 부드러운 육오(六五)가 중도를 지니고, 천하를 다스리는 형국이다. 이어 단사는 온유함이 강건함을 아우를 때 천하의 질서가 소통됨을 말한다. “더불어 상하가 상응하고 있으므로, 대유라고 한다(而上下應之, 曰大有).” 강건한 기류를 부드럽게 소통하는 중도의 지혜를 지도자가 갖출 때, 물질적 풍요가 초래할 수 있는 폐단을 막을 수 있다.
마지막으로 단사는 부드러운 덕행이 큰 결실을 이루게 되는 이치를 말한다. “그 덕이 강건하고 밝고 빛나며, 하늘에 부응하여 때에 맞춰 행하니, 이 때문에 으뜸으로 형통하다고 하는 것이다(其德剛健而文明, 應乎天而時行, 是以元亨).” 강유(剛柔)의 절도를 지킬 때, 육오는 밝게 세상을 비추고 사람들을 바르게 안내할 수 있다. 사회의 양극적 요소들은 서로 견제와 균형을 유지하면서 융합을 이룰 때 역동적인 질서를 만들어낸다.
상사(象辭)는 먼저 괘상을 말한다. “불이 하늘 위에 있는 모습이 대유다(火在天上, 大有).” 위에 불을 상징하는 이괘(離卦)가 있고, 아래에 하늘을 뜻하는 건괘(乾卦)가 있다. 지혜를 의미하는 불이 천하를 밝게 비추는 형국이다. 공자는 이 모습에서 도덕적 행동원칙을 끌어내고 있다. “군자는 악을 막고 선을 칭찬함으로써, 하늘의 아름다운 명을 따른다(君子以遏惡揚善, 順天休命).” 원문의 명(命)은 천명(天命)으로서 우주의 섭리를 말한다. 악을 멀리하고 선을 선양하는 일은 모든 종교사상의 기본율로서 생명의 조화를 이루는 핵심적인 요소다.
초구(初九)는 건괘의 가장 밑에 잠복해 있고, 대응하는 구사와 정응하고 있지도 않다. 위치가 낮으므로 오히려 구사의 피해를 받지 않는다. 효사는 이를 반영한다. “교류함에 해로움이 없다(无交害).” 그런데도 효사는 초구의 노력이 필요함을 지적한다. “근심은 없지만, 어려움을 이겨내야 허물이 없게 된다(匪咎, 艱則无咎).” 대동사회를 유지해나가는 데는 그에 상응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상사는 다시 한번 초구의 상황을 환기하고 있다. “대유의 초구는 교류함에 해로움이 없다(大有初九, 无交害也).” 대동사회를 이룬 초기에는 아직 소통을 통한 융합에 미숙하다. 그러나 대체로 하나로 합하는 기류가 있으므로, 손해는 입지 않을 수 있다. 초구의 변괘인 화풍정(火風鼎)과 수뢰준(水雷屯)에서 지혜를 얻어보자. 융합사회의 초기 단계는 어려움이 많다. 그러므로 끊임없이 자기 혁신을 통해 정신문화를 정립해가는 것이 바람직하다.
구이(九二)는 육오와 서로 협력하며 대동사회를 지탱하고 있다. 효사는 이런 상황을 비유하고 있다. “큰 수레에 싣는다. 갈 바가 있으니, 허물이 없다(大車以載, 有攸往, 无咎).” 원문의 ‘대차(大車)’는 사회의 다양성을 담는 큰 틀을 말한다. 사회 저변의 다양하고 왕성한 활력을 담아내는 정신문화의 그릇이 크고 융통성 있는 기조를 이루면, 대동사회의 굳건한 토대를 마련하게 된다.
상사는 구이가 지닌 덕행의 핵심을 중도에 두고 있다. “큰 수레에 싣는다고 함은 중덕을 싣는 것이니 실패하지 않는다(大車以載, 積中不敗也).” 원문의 ‘중(中)’은 중덕(中德)을 의미한다. 중덕은 물질적 풍요를 정신문화로 균형을 잡는 도리다. 큰 것일수록 중심을 잃으면, 하루 아침에 붕괴될 수 있다. 구이의 변괘인 중화리(重火離)와 중수감(重水坎)에서 알 수 있듯이, 구이의 앞날은 극과 극으로 갈린다. 정신문화를 선양하면, 대동사회가 더욱 밝게 유지된다. 반대로 물질의 향락에 취하면, 어둠의 위험이 가중된다.
이 글 내용에 맞춰 챗GPT가 그려낸 이미지. (자료=뉴스버스)
구삼(九三)은 건괘의 끝에서 이괘를 마주하고 있다. 양효가 양위에 있으므로, 의기는 강하지만 중도가 없다. 게다가 대응하는 상구와 정응하고 있지 못하다. 효사는 이런 형국을 암시하고 있다. “공후가 천자에게 공물을 바친다. 소인은 할 수 없는 일이다(公用亨于天子, 小人弗克).” 구삼은 자중해야 한다. 아무리 뜻이 좋아도 자리가 합당하지 않으면, 인내하며 기다리는 것이 도리다.
상사는 효사의 의미를 설명하고 있다. “공후가 천자에게 공물을 바친다고 함은 소인에게는 해가 된다는 뜻이다(公用亨于天子, 小人害也).” 구삼의 도리를 변괘인 화택규(火澤睽)와 수산건(水山蹇)에서 찾아보자. 대동사회는 다양성으로 통일성을 이루는 사회다. 화이부동(和而不同)의 도리가 깨지면, 대동사회는 위기를 맞게 된다.
구사(九四)의 상황은 구삼과 크게 다르지 않다. 둘 다 조심스러운 자리에 있다. 효사는 이를 반영한다. “과시하지 않으면, 허물이 없다(匪其彭, 无咎).” 구사의 역할은 화천대유의 주군인 육오를 보좌하는 일이다. 만약 구사가 이런 도리를 어기고 자신을 앞세우면, 대동사회의 질서는 유지되기 힘들다. 시절 인연인 천지인(天地人) 삼재(三才)의 의미는 사람마다 다르다. 사람들이 각자의 영역에서 때에 맞는 역할을 할 때, 전체 사회의 조화가 이루어진다.
상사는 효사의 의미를 밝은 도리로 설명한다. “조리가 분명하고 밝기 때문이다(明辯晢也).” 공자가 강조한 것은 밝은 도리로 세상을 살피고, 그 흐름에 맞게 도리를 적용해야 한다는 점이다. 구사의 변괘인 산천대축(山天大畜)과 택지췌(澤地萃)에서도 이 사실을 알 수 있다. 법과 행정을 담당하는 각료가 법
률
과 제도를 상황에 맞게 밝게 적용하면, 사회는 큰 번영을 누리게 된다. 반대로 시류에 휩쓸려 바른 도리를 잃어버리면, 대동사회의 근간이 무너진다.
육오(六五)는 강력한 대동사회를 이끄는 지도자의 위치다. 효사는 육오의 도리를 말한다. “믿음으로 사귄다. 위엄을 갖추면 길하다(厥孚交如, 威如, 吉).” 사회가 강성할 때는 오히려 부드러운 중도로 아우르는 것이 태평성대를 오래 유지하는 길이다. 지도자의 위엄은 자발적으로 드러날 때 힘을 발휘한다. 육오의 변괘인 중천건(重天乾)과 중지곤(重地坤)도 지도자의 바른 도리를 말하고 있다. 지도자가 변화와 관계의 도리를 따르면, 대동사회는 빛을 발한다.
상사는 먼저 ‘부교(孚交)’의 의미를 설명하고 있다. “믿음으로써 뜻을 일으킨다(信以發志也).” ‘부(孚)’는 피상적인 믿음이 아니라, 안과 밖으로 서로 진실한 소통이 가능한 믿음을 의미한다. 이어 ‘위여(威如)’의 뜻을 풀고 있다. “자연스럽고 쉬운 일이라 준비할 필요가 없다(易而无備也).” ‘위여’는 위압적인 위엄이 아니라, 자연스럽게 우러나오는 위엄이다. 중도의 도리를 체화한 지도자는 대동사회를 아우르는 능력을 갖추게 된다.
상구(上九)의 효사는 매우 좋다. “하늘에서 도움이 있을 것이다. 길하고 불리함이 없다(自天祐之, 吉无不利).” 상구는 양효가 음위에 있고, 구삼과도 정응하고 있지 않다. 그럼에도 효사가 좋은 이유는 진리의 빛을 밝히는 대의(大義)에 있다. 뜻이 굳건한 사람은 어떤 시류의 변화에도 흔들리지 않는다. 여기서 하늘은 특정한 종교의 대상이 아니다. 효사는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라는 말과 다르지 않다. 하늘은 우주의 섭리, 즉 보편도리를 말한다. 개인과 사회의 흥망은 결국 자업자득(自業自得)의 이치에서 벗어날 수 없다.
상사도 이런 사실을 말하고 있다. “대유는 맨 위에서도 길함은 하늘에서 도움이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大有上吉, 自天祐也).” 상구의 변괘인 뇌천대장(雷天大壯)과 풍지관(風地觀)에서도 이런 이치를 알 수 있다. 바른 도리로 세상을 살피고 일상에서 이치에 맞게 처신하면, 강건함을 계속 지켜나갈 수 있다. 하늘의 도리를 따르면, 그에 따른 보상을 받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강성한 나라가 망하는 이유는 바른 도리가 일상에서 무너졌기 때문이다. AI 시대의 패권이 결국 보편도리를 확립한 나라로 돌아갈 수밖에 없는 이유는 여기에 있다.
서동석
은 동서통합 사상가인 에머슨을 통해서 정신문화에 입문했다. 특별한 인연으로 수행(修行)을 연구한 이후, 수행의 원리를 다방면으로 해석하고 개인과 사회를 혁신하는 데 적용하고 있다. 주역에 관한 새로운 해석도 이러한 차원에서 하는 중이다. <주역 인생전략>을 비롯해 <경계를 넘어 통합을 보다>, <나를 찾을 결심>, <융합창의력과 인간교육>, <어둠을 밝히는 지혜>, <미국의 정신 에머슨> <AI 시대의 생존전략, 수행>등 15권 이상의 관련 책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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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동석 수행문화연구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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