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문화재단, '2026 아티언스 대전' 랩투어 성료
예술가·과학자 협업 기반 마련 및 하반기 결과물 공개 예정
지난 25일부터 이틀간 대덕연구개발특구 일원에서 '2026 아티언스 대전'의 첫 공식 일정인 '랩투어(Lab Tour)'가 진행됐다. 예술가들은 실험실 견학 도중 과학적 원리를 창작의 언어로 치환하기 위해 연구원과 다양한 의견을 주고 받았다. [사진=대전문화재단]
"과학이나 예술이나 결국 정해져 있지 않은 결과물을 도출하기 위해 평생을 바쳐 '실험'한다는 점에서 다르지 않더라고요. 단지 사용하는 언어가 다를 뿐이죠."
지난 25일부터 이틀간 대덕연구개발특구 일원에서 '2026 아티언스 대전'의 첫 공식 일정인 '랩투어(Lab Tour)'가 끝났다. 투어에 참여한 예술가들은 국가 대표 연구기관의 실험 시설을 둘러보고 연구원들과 심도 있는 대화를 나누며 본격적인 협업을 위한 탐색의 시간을 가졌다.
아티언스 대전(ARTIENCE DAEJEON)은 예술(Art)과 과학(Science)의 합성어로, 대덕특구 과학기술 인프라를 기반으로 예술가와 과학자가 협업해 창작물을 선보이는 대전의 대표적인 융복합 문화예술 프로그램이다.
2011년 시작된 이래 전시, 퍼포먼스, 워크숍 등 다양한 형태의 실험적 예술을 통해 두 분야의 경계를 허무는 시도를 이어오고 있다.
올해 선정된 14명(팀)의 예술가들은 △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 △한국전자통신연구원 △한국생명공학연구원 △한국기계연구원 △한국표준과학연구원 △오가노이드사이언스 등을 방문해 평소 접근이 어려운 첨단 과학의 현장을 직접 살폈다.
예술가들은 과학 현장에서 의외의 공통점을 발견했다고 입을 모아 말했다.
올해 1년 차로 참여한 한 작가는 "눈에 보이는 현상보다 보이지 않는 본질을 탐구한다는 점에서 과학과 예술은 결을 공유하고 있다"며 "실용성이나 자본의 가치를 넘어선 '보이지 않는 가치'에 주목하는 태도가 협업을 가능하게 하는 힘"이라고 강조했다.
2년 차 작가인 박소정(작가명 추리) 씨는 환경 호르몬인 '피퍼스(PFAS)'의 위험성을 연구하는 기초지원연 박사와 매칭되어 구체적인 작업 방향을 제시했다. 피퍼스는 프라이팬 코팅제 등에 쓰이는 화학물질로 자연 해체가 되지 않아 생태계와 인간 장기에 심각한 영향을 끼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박 작가는 "과학자가 위험성을 데이터로 입증한다면, 예술가는 그 중간 다리에서 대중이 시각적 이미지로 쉽게 이해할 수 있게 전달하는 역할"이라며 "20~30년씩 삶을 바쳐온 과학자들과 교류하며 깊은 인간적 유대감을 느꼈다"고 말했다.
예술가들을 맞이한 과학자들 역시 새로운 자극에 반가움을 표했다.
랩투어를 진행한 김민철 기초지원연 선임연구원은 "전공자들에게만 설명하던 기술을 비전공자인 예술가들의 눈높이에 맞춰 전달하는 과정이 신선했다"며 "우리의 기술이 예술가의 손을 거쳐 어떤 아이디어로 재탄생할지 기대된다"고 말했다.
김민수 ETRI 실장은 "양자 기술은 최근 R&D 영역이 크게 확장된 분야인 만큼 예술가들과의 협업이 기대된다"며 "예술가들의 높은 호기심이 연구자들에게도 새로운 결과물을 만들어낼 자극이 됐다"고 했다.
황인용 한국표준과학연구원 홍보실장은 "궁금한 것을 탐구하고 표현하는 방식이 '과학'이냐 '예술'이냐의 차이일 뿐, 그 뿌리는 같다"며 "이번 프로젝트는 과학자가 예술가에게 영감을 주는 사업이지만, 향후에는 예술적 감성이 과학의 발전으로 이어지는 상호작용이 일어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번 랩투어는 예술가와 과학자가 처음 대면하여 향후 진행될 '1대1 협업 멘토링'의 기반을 마련하는 과정이다. 예술가들은 연구실 투어를 통해 얻은 과학적 이해를 바탕으로 창작 방향을 구체화하며, 과학자와의 지속적인 교류를 통해 최종 결과물을 완성하게 된다.
백춘희 대전문화재단 대표는 "민간기업까지 협력 범위를 확대한 올해 랩투어가 창작의 경계를 확장하는 결정적인 계기가 되었길 바란다"며 "예술과 과학의 융합이 시민들에게 새로운 문화적 가치를 전달할 수 있도록 전폭적으로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랩투어를 시작으로 본격적인 협업에 들어간 융복합 결과물들은 오는 하반기 개최될 '아티언스 대전 페스티벌'을 통해 시민들에게 공개될 예정이다.
아래는 랩투어 현장.
예술가들이 KBSI 실험실 투어 중 연구복을 갖춰 입고 실제 연구 환경에 몰입하며 첨단 분석 장비의 구동 원리를 살피고 있다. [사진=대전문화재단]
한국기계연구원을 방문한 예술가들이 보호 안경을 착용한 채 반도체 관련 정밀 장비를 관찰하며 기계적 역동성에서 영감을 얻고 있다. [사진=대전문화재단]
올해 파트너로 합류한 오가노이드사이언스를 방문한 예술가들이 세포 배양 시설을 시찰하며 실제 산업 현장의 생생한 연구 환경을 경험하고 있다. [사진=대전문화재단]
설립 50주년을 맞은 한국기계연구원을 위해 한 예술가가 연구원의 미래를 응원하는 친필 메시지를 작성해 전달했다. [사진=대전문화재단]
한국표준과학연구원에서 예술가들이 초전도 양자 컴퓨팅 시스템을 시찰하며 과학과 예술의 공통분모인 '호기심'을 채우고 있다. [사진=대전문화재단]
한국생명공학연구원 도서관에서 진행된 세미나 현장. 연구자와 예술가들이 마주 앉아 생명과학 기술이 지닌 예술적 가능성을 탐색하고 있다. [사진=대전문화재단]
이틀간의 대덕특구 랩투어 일정을 모두 마친 예술가 24인이 한국표준과학연구원 앞에서 단체 사진을 촬영하며 향후 창작 활동에 대한 기대를 높이고 있다. [사진=대전문화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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