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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대기업집단 공시 대해부] 반도체 이후 준비하는 삼성

IT부문은 AI·클라우드 전환 수요에도 국내 경기 둔화와 기업 투자 지연으로 성장 폭이 제한됐다. 서비스부문도 소비심리 위축과 시장 성숙으로 영업이익이 감소했다. 삼성 내부에서 반도체 외 확실한 성장축으로...

[대기업집단 공시 대해부] 반도체 이후 준비하는 삼성

/ 사진 제공=삼성전자

삼성이 올해도 공시대상기업집단 1위 자리를 지켰다. 반도체 업황 회복으로 그룹 자산과 이익 규모가 커진 가운데 지난해 삼성바이오로직스 인적분할에 따른 바이오 계열 재편도 올해 신규 편입 명단에 반영됐다. 삼성생명 계열의 시니어케어 법인까지 새로 들어오면서 삼성의 계열 구조는 반도체 중심의 외형 확대와 바이오·고령화 대응 사업의 재배치가 동시에 나타나는 모습이다.

AI 메모리 호황에 삼성 외형 확대

14일 공정거래위원회가 발표한 '2026년 공시대상기업집단 지정 결과'에 따르면 삼성의 공정자산총액은 695조7850억원으로 전년보다 106조6714억원 증가했다. 삼성은 SK, 현대차, LG 등을 앞서며 올해도 공시대상기업집단 1위를 유지했다. 계열회사 수는 지난해 63개에서 올해 67개로 4개 늘었다.

외형 확대의 동력은 단연 반도체다. AI 서버 투자가 메모리 수요를 끌어올리면서 삼성전자를 중심으로 그룹 실적이 회복됐다. 삼성그룹은 2025년 매출 444조원, 영업이익 49조원을 기록했는데 이 중 삼성전자는 매출 358조2000억원, 영업이익 42조5000억원을 냈다. 그룹 전체 영업이익의 89%가 삼성전자에서 나온 셈이다. 전자부문이 그룹 매출과 영업이익의 80% 이상을 차지하는 구조도 유지됐다.

재무 여력도 반도체에서 나왔다. 삼성그룹은 2025년 말 기준 부채비율 37.8%, 순차입금의존도 -13.3%를 기록했다. 총차입금은 2022년 말 29조5000억원에서 2025년 말 47조7000억원으로 증가했지만 이익창출력 회복으로 실질 차입 부담은 마이너스 100조원 규모를 유지했다. 현금유동성은 149조원에 달했다. 반도체가 벌어들인 현금이 그룹의 투자 여력과 신용도를 동시에 지탱하고 있는 셈이다.

/자료=나이스신용평가

문제는 반도체 밖의 성장 체력이 아직 고르지 않다는 점이다. 건설부문은 삼성전자 평택 P3, 삼성디스플레이 아산 FAB 등 주요 하이테크 공사 준공과 신규 수주 감소로 지난해 매출이 전년보다 19.7% 줄었다. IT부문은 AI·클라우드 전환 수요에도 국내 경기 둔화와 기업 투자 지연으로 성장 폭이 제한됐다. 서비스부문도 소비심리 위축과 시장 성숙으로 영업이익이 감소했다. 삼성 내부에서 반도체 외 확실한 성장축으로 부각되는 사업은 바이오와 조선 정도다.

반도체 밖 신규 편입

신규 편입 법인의 방향은 반도체와 다소 거리가 있다. 올해 삼성 계열로 새로 편입된 회사는 삼성노블라이프, 디앤엠세일즈앤마케팅코리아, 에피스넥스랩, 삼성에피스홀딩스 등 4곳이다. 이 가운데 삼성에피스홀딩스와 에피스넥스랩은 지난해 삼성바이오로직스 인적분할 이후 형성된 바이오 지배구조와 직접 연결된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지난해 인적분할을 통해 투자 및 자회사 관리 부문을 떼어내 삼성에피스홀딩스를 설립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존속회사로 위탁개발생산(CDMO) 사업에 집중하고, 삼성에피스홀딩스는 삼성바이오에피스 지분 100%를 승계해 바이오시밀러 개발·상업화와 자회사 관리, 신규 투자 기능을 맡는 구조다. 회사 측은 CDMO와 바이오시밀러 사업을 분리해 이해상충 우려를 줄이고 각 사업의 전문성과 경쟁력을 높이겠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에피스넥스랩은 이 구조 안에서 새로 설립된 삼성에피스홀딩스의 자회사다. 삼성에피스홀딩스는 바이오의약품 개발·상업화를 맡는 삼성바이오에피스와 바이오 기술 플랫폼 개발을 담당하는 에피스넥스랩을 자회사로 두고 있다.

/자료=삼성바이오로직스

실제로 삼성 바이오 사업은 그룹 내 비전자 부문에서 성장세가 두드러진 축으로 꼽힌다. 나이스신용평가는 삼성바이오로직스를 주축으로 하는 바이오부문이 항체 바이오의약품 CDMO 단일 생산시설 기준 글로벌 생산능력 1위의 인천 송도 바이오캠퍼스를 보유하고 있으며 최근 3개년 연평균 32.3%의 영업이익 성장세를 기록했다고 분석했다.

설비 확장도 이어지고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송도 제2바이오캠퍼스 첫 생산시설인 5공장을 2025년 4월 준공했고, 올해 3월에는 미국 원료의약품 생산시설을 인수해 6만 리터 규모의 생산능력을 추가 확보했다. 제2바이오캠퍼스에서는 2032년까지 8공장 신설이 계획돼 있다. 투자 부담은 커지지만 생산능력 확대가 수주와 현금창출력 증가로 이어질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삼성생명 계열의 삼성노블라이프 편입도 눈에 띈다. 삼성노블라이프는 삼성생명이 100% 출자해 설립한 자회사로, 삼성생명공익재단이 운영해 온 삼성노블카운티를 기반으로 시니어 리빙·케어 사업을 확대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삼성노블라이프는 기존 삼성노블카운티 인수·통합을 통해 고령층 주거와 돌봄 서비스 사업을 본격화하고 있다.

이는 보험사의 사업 영역이 보험상품 판매와 자산운용에서 노후 생활 서비스로 넓어지는 흐름과 맞물린다. 고령층 고객이 늘면서 생명보험사는 건강관리, 요양, 간병, 주거 서비스를 결합한 생애관리 사업을 새 수익원으로 검토하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반도체 의존도가 높은 삼성그룹 포트폴리오 안에서 바이오와 시니어케어가 어느 정도의 성장성과 수익성을 확보할 수 있을지가 향후 비전자 사업 재편의 핵심 변수가 될 전망"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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