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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대구논단] 반구저기(反求諸己)

‘사람은 죽어서 이름을 남기고, 호랑이는 죽어서 가죽을 남긴다’라는 속담과 같이,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권력의 정점에 섰던 최고 지도자 중 물러난 이후 국가와 국민을 위해 진실로 헌신했던 인물로 기억되기를 바라지 않는 통치자는 없다.

[대구논단] 반구저기(反求諸己)

이석형 객원논설위원 행정학 박사

‘사람은 죽어서 이름을 남기고, 호랑이는 죽어서 가죽을 남긴다’라는 속담과 같이,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권력의 정점에 섰던 최고 지도자 중 물러난 이후 국가와 국민을 위해 진실로 헌신했던 인물로 기억되기를 바라지 않는 통치자는 없다. 따라서 대통령이라는 막중한 자리에 오른 이들 역시 자신이 꿈꾼 국정 철학과 정책이 후대에 찬란한 유산으로 남기를 간절히 열망한다.

그러나 인류 역사에서 ‘성공한 통치자’로 기억되는 인물은 손에 꼽을 정도로 드물다. 통치 과정에서 반대파를 어떻게 포용하고 제압했는지, 그리고 선의로 추진한 정책이 현실의 벽에 부딪혀 엉뚱한 부작용을 낳았을 때 민심을 어떻게 설득하고 수용했는지 등의 복잡다단한 변수들이 작용하기 때문이다. 아무리 선의의 통치 행위라도 현장 민심과 괴리되어 국민의 삶을 어렵게 만들었다면 그 부작용은 온전히 통치자의 몫으로 돌아온다.

최근 이재명 대통령의 국정 수행과 관련한 여론조사 결과들은 현 국정운영에 켜진 붉은 경고등을 선명하게 보여준다. 취임 후 고공행진 하던 긍정 평가가 지속적으로 하락하면서 최근에는 40% 밑으로 떨어지며 최저치를 기록했다. 평가는 사안에 따라 등락을 거듭할 수 있지만, 이 대통령에 대한 평가가 두 달 연속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다는 점에서 가볍게 치부할 사안이 아니다. 이 대통령 지지율 하락 중심에는 국민의 삶과 직결된 부동산 정책에 대한 불안과 반복되는 인사 논란이 자리 잡고 있다. 부동산은 국민의 자산이자 주거 안정의 본령이다. 정책 메시지의 일관성이 흔들리고 시장의 불확실성이 증대될 때 국민이 느끼는 불신은 국정 동력 자체를 흔들 만큼 치명적이다.

또한 통치는 통치자 한 사람의 만기친람으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따라서 자신의 통치철학을 가장 잘 수행할 인사들의 도움을 받아야 하므로 ‘인사는 만사’라 한다. 그러나 지금의 인사는 ‘만사가 아니라 망사’라는 비판이 횡행하고 있다. 이는 최근 단행된 인사(人事)에서 더욱 극명하게 드러난다. 신약 임상시험 청탁 의혹 녹취록으로 논란이 된 법무부 장관 후보자, 의원직 겸직과 배우자 유급 당직 급여 논란에 휩싸인 성평등가족부 장관 후보자는 물론, 실거주 중심 세제 개편이 추진되는 가운데 시세차익 의혹이 있는 경제부총리 후보자, 영끌 매수 의혹의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 위장전입 부정 취득 의혹의 국방부 장관 후보자까지 모두 국민에게 깊은 실망을 안겨주고 있다.

앞서 1차 내각에서도 보좌진 갑질과 위장 미혼 청약 논란 등으로 장관 후보자들이 낙마했던 기억이 채 가시기 전에 또다시 부실 검증 논란이 반복되고 있다. 비록 이들의 행위가 당장 법적 처벌 대상인 범법 행위는 아닐지 몰라도, 국가 통치자를 최측근에서 보좌하는 인물로서 마땅히 가져야 할 최소한의 도덕성과 공공 의식을 상실했다는 점에서 국민적 눈높이와는 너무나 멀리 떨어져 있다. 우리 사회 지도층의 비뚤어진 도덕 불감증을 여지없이 드러낸 씁쓸한 단면이다. 그리고 이런 인사들의 보좌와 조언을 통해서는 절대 성공한 대통령이 될 수 없다.

부실한 검증 체계든, 고갈된 인력풀이던 책임은 결국 최고 인사권자인 대통령에게 돌아간다. 검증 실패가 반복된다는 것은 검증 라인의 무능을 방치하고 있거나, 부적격 요소를 알고도 임명을 강행하는 오만이 작동하고 있다는 뜻이다. 권력이 국민의 목소리에 귀를 닫고 부실한 임명을 강행할 때, 국민은 처음엔 분노하지만, 결국엔 관심과 기대를 접어버린다. 국정운영에서 가장 두려워해야 할 순간은 바로 국민이 체념하고 비판마저 거두어들일 때다.

결국 성공한 대통령으로 역사에 남기 위해서는 반대파를 제압하려는 권력의 의지보다 스스로의 허물을 먼저 돌아보는 겸허함이 필요하다. 지금이라도 부실한 인사 검증 시스템을 전면 재정비하고, ‘내 편’이라서 눈감아주던 엄격치 못한 잣대를 국민의 눈높이에 맞춰 바로잡아야 한다. 설령 현실적으로 국민에게 불편함을 주는 정책이라도 반드시 고쳐야 하는 것이라면 끈기 있게 설득해야 하고, 도덕성과 전문성을 겸비한 인재를 과감히 발탁해 국정의 쇄신을 이끌어내야 한다.

민심의 경고는 아직 기회가 남아 있음을 알려주는 마지막 신호다. 따라서 어떤 일이 잘못되었을 때 남을 탓하지 않고 그 원인을 자기 자신에게서 찾는다는 반구저기(反求諸己) 자세로 나아가는 성찰과 결단만이 하락하는 지지율을 반등시키고, 나아가 역사에 ‘참된 헌신을 남긴 성공한 지도자’로 기록되는 유일한 길이다.

이석형 객원논설위원 행정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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