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창원 달서구청소년문화의집 관장
청소년을 만나면서 자주 느끼는 것이 있다. 청소년을 가장 오래 고민하게 만드는 것은 공부나 진로만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성적도 걱정이고 앞으로 무엇을 해야 할지 모르는 것도 불안하지만, 마음을 가장 깊이 흔드는 것은 사람과 사람 사이의 문제인 경우가 많다.
어제까지 친하게 지내던 친구의 말투가 달라진 것 같고, 단체 채팅방에 올린 말에 아무도 반응하지 않으면 마음이 쓰인다. 친구들이 자신을 빼고 다녀온 사진을 보면 아무렇지 않은 척하면서도 서운해진다. 성인에게는 사소한 일처럼 보일 수 있지만 청소년에게 친구는 단순한 친구가 아니다. 친구를 통해 자신이 받아들여질 만한 사람인지, 어느 집단에 속해 있는지를 확인한다.
오늘날 청소년의 관계는 이전보다 훨씬 복잡해졌다. 스마트폰과 SNS 덕분에 언제 어디서나 다른 사람과 연결될 수 있지만, 연결되는 방법이 많아진 만큼 관계 때문에 힘들어하는 청소년도 많아졌다. 친구가 많아도 외로울 수 있고, 단체 채팅방에 많은 사람이 있어도 속마음을 털어놓을 사람은 없을 수 있다. 관계의 숫자가 곧 관계의 깊이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스마트폰과 SNS만을 문제 삼을 수는 없다. 기술은 사람을 연결하는 유용한 도구이다. 중요한 것은 기술을 사용하는 방법과 함께 관계를 맺고 유지하는 능력을 가르치고 있는가 하는 점이다. 우리는 국어와 수학은 오랜 시간 배우면서도 사람과 관계 맺는 방법은 저절로 알게 될 것이라고 생각해 왔다. 그러나 관계에도 배움과 연습이 필요하다. 처음 만난 사람에게 말을 걸고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끝까지 듣는 일, 자신과 다른 의견을 들었을 때 곧바로 화내지 않는 일도 연습해야 한다. 서운한 일이 생겼을 때 관계를 끊어 버리는 대신 자신의 마음을 설명하는 일은 더욱 어렵다. 바로 이 지점에서 청소년의 리더십을 다시 생각할 필요가 있다.
우리는 흔히 리더라고 하면 가장 앞에 서서 사람들을 이끄는 사람을 떠올린다. 말을 잘하고 발표를 잘하며 자신의 생각에 따라 사람들을 움직이는 사람을 리더라고 생각한다. 물론 이러한 능력도 리더십의 일부이다. 그러나 청소년에게 필요한 리더십은 다른 사람을 이끄는 힘이기 전에 자기 자신을 이끄는 힘이어야 한다.
자신의 감정을 이해하고 행동을 선택하는 힘, 다른 사람의 생각과 자신의 생각을 조정하는 힘, 문제가 생겼을 때 해결 방법을 찾는 힘, 혼자 해결하기 어려울 때 도움을 요청하는 힘도 리더십이다. 그렇다면 리더십은 특별한 사람에게만 필요한 능력이 아니다.
친구의 이야기를 잘 들어주는 학생도 리더이다. 모두가 하기 싫어하는 일을 책임 있게 맡아 끝까지 해내는 학생도 리더이다. 갈등이 생겼을 때 한쪽 편을 들기보다 서로의 이야기를 들어보려는 학생에게도 리더십이 있다. 혼자 있는 친구에게 먼저 다가가 말을 건네는 행동 역시 작지만 소중한 리더십의 실천이다.
좋은 리더가 되기 위해서는 먼저 자신의 마음을 이해해야 한다. 친구에게 메시지를 보냈는데 답장이 오지 않으면 시간이 지날수록 서운해진다. 나를 무시하는 것은 아닌지 생각이 꼬리를 물고, 서운함이 화가 되어 작은 일이 관계 전체의 문제로 번지기도 한다. 그러나 친구가 휴대전화를 보지 못했거나 답장을 잊었을 가능성도 있다. 우리는 관계에서 사실보다 자신의 해석 때문에 더 많이 상처받는다.
그래서 자신이 지금 화가 난 것인지, 서운한 것인지, 거절당할까 두려운 것인지를 알아차려야 한다. 감정을 정확히 이해하면 잠시 기다리거나 친구에게 무슨 일이 있었는지 물어보는 다른 행동을 선택할 수 있다. 이러한 작은 차이가 관계를 바꾼다. 자신의 마음을 조절할 수 있는 사람은 상대방의 마음도 조금 더 여유롭게 바라볼 수 있다.
갈등을 대하는 태도도 중요하다. 물론 학교폭력이나 지속적인 괴롭힘처럼 안전과 존엄이 위협받는 상황은 일상적인 갈등과 구분하고 적극적으로 개입해야 한다. 그러나 사소한 의견 차이와 서운함까지 어른이 모두 해결해 주는 것이 좋은 교육은 아니다. 청소년은 갈등을 겪으며 자신의 마음을 설명하고 상대의 이야기를 듣는 법을 배운다. 잘못을 인정하고 사과하거나 다른 사람의 사과를 받아들이는 경험도 필요하다.
부모와 교사는 청소년이 실패하지 않기를 바란다. 그래서 실패할 것 같으면 미리 답을 알려주고 위험해 보이면 대신 해결해 주려고 한다. 그러나 보호하는 것과 대신 살아주는 것은 다르다. 작은 실패까지 모두 막아 준다면 청소년은 실패한 뒤 다시 일어서는 방법을 배울 기회를 잃는다. 관계의 어려움과 갈등, 작은 실패를 안전하게 경험하도록 기다려 주는 것도 어른의 역할이다.
리더는 언제나 가장 앞에 서는 사람이 아니다. 때로는 옆에서 친구의 이야기를 듣고, 뒤에서 다른 사람을 기다려 주는 사람이 리더이다. 자신의 감정을 다스리며 서로 다른 사람을 연결하고, 실패한 뒤 다시 한 걸음을 내딛는 사람도 리더이다. 청소년에게 필요한 리더십은 누군가를 앞에서 끌고 가는 힘보다 자신과 타인을 함께 성장시키는 힘에 더 가깝다. 우리가 청소년에게 가르쳐야 할 리더십도 바로 그 지점에서 시작되어야 한다.
강창원 달서구청소년문화의집 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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