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재찬 영남대학교 경영학과 교수
최근 AI버블 논란이 뜨겁다. 현재 전 세계 주식 시장과 테크 산업을 집어삼킨 인공지능(AI) 인프라 투자 열풍을 바라보며, 닷컴버블 시기의 ‘이리듐(Iridium)’ 프로젝트와 ‘다크 파이버(Dark Fiber)’ 사태를 필연적으로 떠올리게 된다. 현재의 AI 투자는 과연 새로운 시대를 여는 튼튼한 초석일까, 아니면 맹목적인 기대로 쌓아 올린 모래성일까를 판단하기 위해 다음 몇 가지를 짚어보자.
첫째, 막대한 인프라 구축과 실제 시장 수요 사이의 뼈아픈 괴리다. 이는 과거 1990년대 위성 통신망 구축 프로젝트였던 ‘이리듐’의 실패와 정확히 궤를 같이한다. 이리듐은 지구 전체를 우주 위성 통신으로 연결한다는 혁신적인 기술을 선보였으나, 막대한 인프라 구축 비용을 감당할 만큼 소비자의 요금 지불 능력이 뒷받침되지 않아 결국 천문학적 손실을 안고 파산했다. 작금의 AI 현주소 역시 이와 놀랍도록 흡사하다. 빅테크를 비롯한 기업들은 수십억 달러의 막대한 자금을 데이터센터 건립과 최첨단 GPU 확보에 매일같이 쏟아붓고 있다. 그러나 MIT 리포트에 따르면, 야심 차게 도입한 기업들의 AI 파일럿 프로젝트 중 무려 95%가 실질적인 재무적 가치를 창출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되었다. 이는 이리듐이 겪었던 ‘기술은 뛰어나지만 소비자가 기꺼이 지갑을 열어 구매하지는 않는 상황’이 오늘의 AI 시장에서 그대로 재현되고 있는 셈이다.
둘째, 순환 자금과 과도한 부채를 기반으로 유지되는 ‘무한 자금 결함(Infinite Money Glitch)’의 구조적 취약성이다. 이는 과거 통신 버블 당시의 ‘다크 파이버(미사용 광케이블)’ 과잉 투자 사태의 변주곡이라 할 수 있다. 당시 통신사들은 폭발적인 인터넷 대역폭 수요를 맹신하며 막대한 빚을 끌어다 전 세계에 광케이블을 깔았지만, 결국 수요 부족과 투자자금 고갈에 직면해 파산하며 지하에 묻힌 다크 파이버만을 남겼다. 현재 AI 산업 역시 오라클(Oracle), 오픈AI, AMD 간의 대규모 계약 사례에서 적나라하게 드러나듯, 기업의 실제 현금 창출 능력보다는 신주 인수권이나 부채 기반의 클라우드 계약이 얽히고설켜 인위적으로 주가를 견인하는 순환금융의 구조를 지니고 있다. 실질적인 현금 창출 능력이 결여된 채, 오직 ‘지금 당장 투자 흐름을 놓치면 끝장이다’라는 극도의 포모(FOMO, 소외 불안) 심리에 쫓겨 묻지마식으로 위험한 부채 조달을 감행하고 있는 것이다.
셋째, 기술 혁신과 상업화 사이의 필연적인 ‘시간의 간극’을 무시한 성급한 과잉 투자다. 물론 과거 땅속에 묻혔던 다크 파이버 투자가 몇 년의 세월이 흐른 뒤에야 비로소 현대 광대역 인터넷 시대의 든든한 중추로 부활했던 것처럼, 지금 무섭게 구축되는 막대한 AI 인프라도 장기적으로는 큰 기여를 할 것으로 보인다. AI 기술 자체가 지닌 획기적인 잠재력과 효용성을 전면 부정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작금의 AI 밸류에이션 투자는 막대한 인프라를 통해 실제 수익을 창출하는 비즈니스 모델이 성숙하기까지 반드시 필요한 물리적 ‘시간의 간극’을 철저히 간과하고 있다. 분기별 실적을 요구하는 월스트리트의 짧은 투자 주기 및 조급한 투자자와, AI 기술이 일상에 안착하기까지 필요한 오랜 시간 사이의 치명적인 괴리가 바로 거품을 터뜨릴 수도 있는 핵심요인이다.
결론적으로, AI가 인류의 삶을 뒤바꿀 강력한 혁신임은 자명하나, 폭주하는 토큰 및 인프라 비용을 가뿐히 상쇄할 만한 실질적인 ‘생산성 증명’이 단기간에 이루어지지 않는 한, 현재의 AI 인프라 투자는 결국 ‘역사상 가장 큰 규모의 시행착오(거품)를 겪는 과정’이 될 우려가 크다.
이제 우리는 보다 냉철한 질문을 던져야 한다. 신기술이 온전히 우리 삶과 비즈니스에 뿌리내리기까지 필연적인 ‘시간의 간극’이 존재한다면, 향후 불가피하게 도래할 조정 시기에서 과연 어떤 기업이 살아남을 것인가? 거품이 걷히고 옥석이 가려지는 혹독한 겨울이 오면, 막대한 투자금을 회수할 수 있는 본질적인 수익성과 비용 통제력을 입증한 극소수의 기업만이 파국을 면하고 살아남을 수 있을 것이다. 닷컴버블 시기의 ‘이리듐’과 ‘다크 파이버’의 사례에 비추어 봤을 때 지금의 무한 AI인프라 투자가 과연 투자자와 수혜자 간의 미스매치를 피할 수 있을지 엄밀히 따져볼 때이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