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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대구·경북의 명목을 찾아서] 팔공산의 깃대종 국화방망이

2024년 팔공산국립공원 깃대종으로 지정된 국화방망이.

[대구·경북의 명목을 찾아서] 팔공산의 깃대종 국화방망이

2024년 팔공산국립공원 깃대종으로 지정된 국화방망이.

산을 평가함에 있어 경관의 아름다움에 무게를 두고 있는 사람이 있으나, 필자는 의견이 다르다. 그 산이 품고 있는 역사와 문화, 생태자산, 국가와 지역사회에 끼친 영향 등 다방면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본다. 그런 의미에서 팔공산이 전국 제일의 명산이라는 생각을 유지하고 있다. 비록 다 이루지는 못했지만, 한때 골짝골짝마다 발자국을 남기려고 했었다. 희귀식물 고란초(皐蘭草), 문자로만 전해오던 공산성 유지(遺址), 학자들에게도 외면되었던 제천단(祭天壇) 터를 발견한 행운은 그 결과의 산물이다.

우리나라에서 23번째 국립공원으로 선정된 팔공산 생태계를 대표하고 상징하는 식물을 뜻하는 ‘팔공산 깃대종’으로 선정된 국화방망이.

1987년 대구시 팔공산자연공원관리사무소가 발족할 때 보호계장을 자원하여 근무한 것도 큰 도움이 되었다. 그러나 이제는 등산은 커녕 걷기도 힘들고, 또한 최근 팔공산을 사랑하는 사람도 부쩍 늘어나 접고 있었다. 그런데 팔공산국립공원 서부사무소로부터 깃대종(팔공산의 생태계를 대표하고 상징하는 식물) 선정위원으로 위촉한다는 한 통의 공문을 받았다. “아! 아직도 나를 팔공산을 사랑하는 사람으로 기억하는 사람이 있구나”하는 반가움과 “팔공산을 상징하는 깃대종 선정에 참여할 기회가 주어졌구나”하는 반가움에 흔쾌히 승낙했다.

팔공산 국화방망이가 자라는 모습. 팔공산 생태계를 대표하는 깃대종으로 선정되었다.

명산 팔공산은 2023년 우리나라 23번째 국립공원으로 승격되었다. 1980년 도립공원으로 지정된 지 43년 만이고, 졸저 『팔공산을 아십니까』(1993)를 출판한 지 30년 만이다. 어쩌면 이번 기회가 팔공산에 대한 나의 마지막 봉사가 될 수 있겠구나 하는 생각을 하니 숙연해지기까지 했다. 팔공산에는 식물 1천578종, 포유류 32종, 조류 117종, 양서류 13종, 파충류 15종, 담수조류 473종, 곤충류 2천301종, 저서성 대형 무척주동물 298종, 기타(어류, 고등균류) 469종 등 모두 5천296종이 살아가는 생물 다양성이 매우 높은 산이다.

대구생명의숲 회원들이 우리나라 국립공원 중 막내로 23번째 지정된 팔공산국립공원에서 국화방망이 식생조사를 하고 있다.

이런 풍부한 자원을 두고 깃대종을 선발하는 것도 어려운 과제이지만, 특정 지역을 상징하는 깃대종은 한 번 정하면 바꾸기가 매우 어렵다. 실제로 그런 사례가 있었다. 대구시에 몸담고 있을 때 한대(寒帶) 수종인 전나무를 폭염의 도시 대구 시목(市木)으로, 중국이 원산지인 백목련을 대구 시화(市花)로 지정된 것에 대해 기후에 맞지 아니하고, 향토성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변경할 것을 간부회의에 제안했었으나 성사시키지 못한 아쉬움이 있기 때문이다.

이번 팔공산의 깃대종 지정에는 이런 오류가 있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하니 머리가 혼란스러웠다. 선정위원으로 생물학 교수, 생태 관련 연구원, 해당 시·군 공무원, 시민단체 대표 등 권위 있는 전문가가 참여하는데 과연 내 의견이 받아들여질까 하는 생각에서였다.

팔공산은 전국 제일의 명산이다. 대구의 동구·북구·군위군, 경북의 경산시·영천시·칠곡군 등 6개 지자체에 걸쳐 있는 대구·경북의 상생 협력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대표적인 명산이다.

2024년 3월22일 1차 회의에서는 공단이 추천한 동·식물 중에서 각각 3종씩만 선정했다. 동물 부문은 문외한이기 때문에 다른 전문가의 의견을 존중하는 대신, 식물 부문에서 국화방망이, 꽃창포, 참좁쌀풀을 추천했다. 그러나 토론 결과 개복수초가 1위, 국화방망이가 2위, 홀아비바람꽃이 3위로 결정되었다. 공단에서는 이 결과를 다시 국민 여론 수렴을 거쳐, 그 결과를 2차 회의 시에 다시 논의한다고 했다. 3월26일 2차 회의가 열린다는 공문과 함께 여론 수렴 결과를 보내왔다. 응모자 1천582명 중 개복수초가 652명(41%)으로 1위, 홀아비바람꽃이 482명(31%)으로 2위, 국화방망이가 448명(28%)으로 3위였다. 내 생각과 전혀 다른 결과에 참담했다. 이렇게 결론을 내려서는 안 된다는 생각에서 국화방망이가 되어야 할 이유를 나름대로 정리했다.

40 여㎢ 에 달하는 팔공산 주능성은 등산가들에게는 ‘가팔환초’ 즉, 가산-팔공산-환성산-초례봉으로 잘 알려져있다. 이정웅 전 대구시 녹지과장이 처음 확인한 팔공산 공산성 유구.

첫째, 국화방망이는 팔공산에 자생하는 식물 1천578종 중에서 학명(Scnecio koreanus KOM)에서 보듯이 우리나라에만 자라는 한국 특산식물이다.

둘째, 관상 가치 즉 누가 보아도 예쁘고 여러해살이풀로 널리 보급할 수 있다. 셋째, 주봉인 비로봉(혹자는 천왕봉이라고도 한다)에 자생해 대표성이 강하다. 반면에 선호도 1위인 개복수초는 꽃이 귀한 이른 봄에 피고, 장수를 상징하는 의미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이름에 ‘개’자 들어가 천박한 느낌이 들고, 전국적으로 분포하여 팔공산을 대표하는 상징성이 부족하고, 또한 가산산성 일대만 분포해 팔공산 권역을 다 아우르지 못하는 한계점이 있다.

1958년 촬영된 팔공산 천제단 추정지. 당시 팔공산 정상에는 통신시설이 없었다.

2위 홀아비바람꽃(Anemone koraiensis Nakai) 역시 한국 특산식물이기는 하지만 키가 7~10cm 정도로 작고, 습한 곳에 자라며, 특히 이름에 아내를 잃고 혼자 사는 남자를 지칭해 아름답지 못하다고 자료를 만들었다. 3월26일 마침내 2차 회의가 열리고 발표할 시간이 주어졌다. 떨리는 마음을 진정시키며 미리 준비한 내용을 설명하고, 국화방망이가 팔공산의 깃대종이 되어야 한다고 열변을 토했다. 이어 투표 결과 참석자 10명 전원이 국화방망이를 1위로 추천해 나의 간절한 소망이 이루어졌다. (동물은 1·2차 회의 결과 모두 담비였다) 그 후 공단 본부의 검토를 거쳐 2024년 4월17일 깃대종으로 확정되었다는 통보를 받았다. 나의 팔공산 사랑은 깃대종 선정으로 마무리되는 듯하다.

이정웅 대구생명의숲 이사장, 전 대구시 녹지과장

이정웅 대구생명의숲 이사장, 전 대구시 녹지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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