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1분기 대구지역 창업시장에서 도소매업과 숙박·음식점업 등 생계형 업종 창업은 감소한 반면, 정보통신업과 전문·과학·기술서비스업 등 기술 기반 창업은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연합뉴스 제공
지난해 내내 짙은 침체의 늪에 빠져 있던 대구지역 창업시장이 올해 들어 뚜렷한 체질 개선의 조짐을 나타내고 있다. 도매·소매업과 숙박·음식점업 등 전통적인 골목상권 중심의 ‘생계형’ 창업은 눈에 띄게 줄어든 반면, 인공지능(AI)과 소프트웨어(SW) 등 정보통신업(IT) 중심의 ‘기술 기반’ 창업이 폭발적으로 급증하면서 지역 창업 생태계의 무게중심이 첨단 산업으로 빠르게 이동하고 있다.
◆생계형 자영업 ‘한파’… 도소매·식당 창업 일제히 감소
9일 중소벤처기업부와 국가통계포털(KOSIS)에 따르면, 올해 1분기 대구지역의 전체 창업기업 수는 1만871개로 집계되어 지난해 같은 기간과 동일한 수준을 유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적인 양적 규모 면에서는 성장이 정체된 것처럼 보이지만, 그 내부를 들여다보면 업종별 흐름이 극명하게 엇갈리며 구조적인 지각변동이 일어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가장 두드러진 변화는 대표적인 생계형 업종들의 쇠퇴다. 도매·소매업 창업은 지난해 1분기 3천912개에서 올해 3천764개로 3.8% 감소했다. 숙박·음식점업 역시 1천374개에서 1천335개로 2.8% 줄어들었으며, 부동산업 창업도 870개에서 812개로 6.7%의 뚜렷한 감소세를 보였다. 이는 장기화되고 있는 경기 침체와 내수 부진, 고금리 기조가 겹치면서 초기 자본이 부족한 서민들의 골목상권 진입 심리가 극도로 위축된 결과로 풀이된다. 반면, 지역 경제의 근간을 이루는 제조업 창업은 396개로 지난해와 동일한 수치를 기록했고, 건설업은 632개로 전년 동기(624개) 대비 약 1.3% 소폭 늘어나는 데 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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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창업의 구원투수 ‘기술 기반 업종’… 정보통신업 68.5% 급증
이러한 전통 산업의 정체 속에서 대구 창업시장의 불씨를 살린 것은 다름 아닌 ‘기술 기반 업종’이다. 대구지역의 1분기 기술 기반 업종 전체 창업기업 수는 지난해 2천71개에서 올해 2천319개로 증가하며 12.0%의 의미 있는 증가율을 기록했다. 전문·과학·기술서비스업은 431개에서 491개로 13.9% 증가했다.
특히 정보통신업 분야의 약진은 경이로운 수준이다. 정보통신업 창업은 지난해 245개에서 올해 413개로 대폭 늘어나 무려 68.5%라는 폭발적인 급증세를 보였다. 같은 기간 전국 평균 정보통신업 창업 증가율이 50% 수준인 점을 감안하면, 대구의 증가율이 전국 평균을 18.5%포인트나 크게 상회하고 있는 것이다. 이에 따라 전체 창업 기업 가운데 기술 기반 업종이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해 19.1%에서 올해 21.3%로 확대됐으며, 정보통신업의 비중 역시 2.3%에서 3.8%로 껑충 뛰었다.
지역 경제계와 전문가들은 이러한 현상을 단순한 통계적 착시나 일시적 현상이 아닌, 지역 경제 구조 전환의 강력한 신호로 해석하고 있다. 전 세계적인 생성형 AI 확산과 산업 전반의 디지털 전환(DX) 수요 증가가 대구시의 정책적 방향성과 맞물려 시너지를 내고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대구시는 수성알파시티를 거점으로 삼아 ABB(AI·빅데이터·블록체인) 산업 육성에 사활을 걸고 있으며, 대구디지털혁신진흥원(DIP)과 대구창조경제혁신센터 등을 통해 예비·초기 창업기업을 대상으로 한 사업화 자금, 입주 공간, 액셀러레이팅 프로그램 등 전방위적인 밀착 지원을 펼치고 있다.
◆로봇 바리스타·AI 물류…전통의 한계 깬 혁신 스타트업들
현장에서는 전통 산업의 한계를 기술로 돌파하려는 혁신 스타트업들의 활약이 가시화되고 있다. 수성알파시티를 기반으로 가파르게 성장 중인 푸드테크 기업 ‘엠디엑스(MDX)’는 로봇 바리스타 시스템과 F&B 스마트 매장 운영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며 외식업의 패러다임을 바꾸고 있다. 또한, AI 기반 물류 최적화 플랫폼을 운영하는 ‘위밋모빌리티’ 등은 전통 물류 산업이 안고 있던 고질적인 비효율 문제를 디지털 기술로 해결해 내며 기술 기반 서비스 기업의 성공적인 롤모델로 자리 잡고 있다.
다만, 이러한 기술 창업의 양적 팽창이 대구 지역경제 전반의 실질적인 체질 개선과 일자리 창출로 이어질지는 아직 낙관하기 이르다. 한국은행 대구경북본부가 발표한 ‘2026년 5월 대구경북지역 기업경기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 제조업 업황 BSI(기업경기실사지수)는 72로 전월 대비 4포인트 상승했으나, 비제조업 지수는 68로 오히려 3포인트 하락했다. 두 지수 모두 여전히 긍정과 부정의 기준치인 100을 크게 밑도는 침체 수준에 머물러 있다.
◆생존 과제 직면한 기술 창업…‘데스밸리’ 넘을 후속 지원 시급
창업기업 상당수가 아직 뚜렷한 수익 모델을 확보하지 못한 설립 초기 단계에 머물러 있는 데다, 고금리 장기화와 벤처 투자 시장의 경직 등 대외적인 경영 환경이 여전히 혹독하기 때문이다. 창업 이후 이른바 ‘데스밸리(Death Valley·죽음의 계곡)’를 넘어 안정적인 성장 궤도에 오를 수 있는 후속 지원이 절실한 시점이다.
대구정책연구원이 최근 발표한 ‘2026년 대구경제 전망과 정책 시사점’ 보고서 역시 이러한 고민을 담고 있다. 대구 경제의 장기 성장 기반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결국 ‘서비스업 회복’과 ‘생산성 중심의 성장구조 전환’이 필수적이라는 지적이다.
김대철 대구정책연구원 경제동향분석센터장은 “현재 대구 경제는 관세 영향 지속, 고환율에 따른 물가 상승 압력, 지역 건설경기 부진 장기화, 제조업 생산성 약화 등 대내외 경제의 불확실성이 그 어느 때보다 큰 상황”이라고 진단하며, “단기적인 창업 수치에 연연하기보다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전통 제조업과 자영업에 의존하던 기존의 경제 구조에서 벗어나 AI·로봇·미래모빌리티·첨단의료 등 첨단산업과 고부가가치 서비스업 육성을 더욱 속도감 있게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고은 기자 goeunseo@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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