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중구 대봉2동 일대의 모습. 0.25㎢ 면적으로 대구에서 가장 작은 행정동인 대봉2동은 최근 달라지는 주거 환경과 젊은 세대 유입으로 새로운 변화를 맞이하고 있다. 전영호기자 riki17@idaegu.co.kr
각기 다른 주민들의 삶과 활동이 모이는 곳, 동네. 대구의 동네들은 저마다 다른 특색이 있다. 그 이름이 지어진 유래부터 동네가 형성된 역사, 현재의 모습까지 그곳을 둘러싼 이야기는 다양하다. 넓고 좁거나 인구가 많고 적은 것과 상관없이 동네 곳곳에는 마을의 이야기가 흐르고 살아가는 주민들의 따뜻한 정이 자리한다. 지역 소멸 위기가 주요 어젠다로 떠오른 세상이다. 외부인은 물론 지역 주민들조차 ‘우리 동네의 자랑거리가 무엇인지’, ‘우리 동네가 어떤 이야기를 담고 있는지’를 모르거나 관심이 없는 데서 출발하는 위기일 가능성도 있다. 대구의 각 동네들이 지닌 자신들만의 강점은 무엇일까. 본지는 매주 1곳씩 대구 각 자치구의 특색 있는 동네를 찾아 익숙해서 지나쳤던 풍경 속에서 미처 알지 못했던 이야기를 발견하는 기획 연재를 시작한다. 편집자주
700걸음 남짓이면 가로지를 수 있는 동네가 있다. 대구에서 가장 작은 면적을 가진 행정동인 ‘중구 대봉2동’이다. 133개의 대구 전체 행정동 가운데 가장 작은 대봉2동의 면적은 0.25㎢에 불과하다.
이곳의 골목길을 따라 걷다 보면 오래된 주택과 서점이 한데 어우러진 풍경이 눈에 들어온다. 동네 한쪽에는 오랜 역사를 품은 건들바위가 있고 다른 한쪽에는 신축 아파트와 상권이 자리한다. 면적만 놓고 보면 작은 동네지만 변화의 폭은 작지 않다. 달라지는 주거 환경으로 인구와 주민 구성도 변화하면서 대봉2동은 ‘젊어지는 동네’로 탈바꿈하고 있다.
대구서 가장 작은 면적의 행정동
걷다보면 자연유산 ‘건들바위’
곳곳에 헌책방·표구사 흔적들
신축아파트·상권 어우러진 동네
◇오랜 역사 위에 쌓인 ‘책과 사람’의 동네
동별 연혁에 따르면 1918년 지방 행정구역 변경으로 달성군 수성면의 봉덕동과 대명동이 대구부에 편입되면서 두 동의 일부를 합해 대명과 봉덕의 앞 글자를 딴 대봉정(大鳳町)으로 불렸다. 이후 1946년에 정(町)이 동(洞)으로 바뀌었고 1951년 대구시 남구 대봉1, 2, 3동으로 나뉘었다. 1980년 남구 일부가 중구로 편입되는 등의 과정을 거치면서 대봉2동은 현재의 행정구역에 자리 잡게 됐다.
대봉2동을 대표하는 자연유산으로 ‘건들바위’가 있다. 건들바위와 주변 단애는 대구분지를 관통하는 신천의 지류인 대구천의 침식 작용으로 형성된 것으로 파악된다. 조선시대부터 무당들이 제사를 지내는 장소로 이용됐으며 특히 아이를 갖지 못한 부녀자들이 치성을 드리기 위해 찾았던 곳으로도 알려져 있다.
대구향교 등 역사와 함께해 온 공간도 인접해 있으며 곳곳에는 오래된 서점과 표구사의 흔적도 남아있다.
동네 주민들에 따르면 이곳은 과거 도심과 인접한 데다 주변에 학교가 형성되면서 자연스럽게 주거지가 형성된 곳이다. 경북여고, 경북대사대부고 등 학교가 주변부에 위치하면서 학생과 주민들이 모여들었고 이를 중심으로 서점과 헌책방도 발달했다는 설명이다.
동네의 주거 환경을 개선하기 위한 사업도 이어지고 있다. 2018년에는 도시재생 뉴딜 소규모 재생사업 공모에 선정돼 대봉2동 가로환경 개선 프로젝트 ‘물길 따라 꽃길 따라’ 사업이 추진됐다. 건들바위 인근 낙석방지 펜스를 활용해 생태울타리를 조성하고 야간 안전 보행을 위해 CCTV와 안심벨을 설치하는 등 가로환경을 정비했다. 다만 오래된 주택가가 밀집한 만큼 지속적인 정주 여건 개선과 주차난 해소 등은 여전히 해결해야 할 과제로 남아있다.
신축아파트 본격 입주…인구 증가
우수 인프라에 젊은세대도 늘어
인근 반다비체육센터 조성 예정
맛거리 일대, 골목형 상점가 지정
◇작은 동네에서 ‘발전 가능성이 큰 동네’로
대봉2동의 가장 큰 변화는 주거 환경이 달라지면서 인구와 주민 구성에도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는 점이다.
대구 중구 대봉동 건들바위네거리 도로변에 위치한 건들바위. 김수정기자
행정안전부 주민등록인구 집계상 대봉2동 인구는 2016년 3천192명에서 2026년 7월 5천933명으로 10년 새 2배 가까이 증가했다. 도시 재개발 등 영향으로 2021년 1천명대로 감소했지만 이후 신축 아파트 입주가 본격화하면서 인구가 다시 크게 늘고 있다.
인구가 증가하면서 주민 연령대와 지역 활동에도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도심과 가까운 데다 교통이 편리하고 병원과 학교 등 생활 인프라가 잘 갖춰진 입지적 장점이 부각되면서 젊은 세대의 유입도 이어지고 있다. 중장년층을 중심으로 이뤄졌던 주민자치 활동에도 젊은 주민들의 참여가 늘고 있으며 각종 주민단체의 세대 교체도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러한 성장세에 맞춰 주민 편의시설 확충과 상권 활성화에 대한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대봉2동과 인접한 옛 대봉도서관 부지에는 ‘복지누리 반다비 체육센터’가 조성될 예정이다. 지하 2층~지상 5층 규모로 들어서는 복지누리 반다비 체육센터에는 수영장과 공공키즈놀이터를 비롯해 장애인헬스장, 장애인재활문화센터, 노인복지관 등이 갖춰질 전망이다.
대구 중구 대봉2동 일원에 형성된 봉리단길 맛거리 진입로. 김수정기자
지역 상권에도 변화가 시작됐다. 지난달 20일에는 대봉1, 2동과 맞닿은 ‘봉리단길 맛거리’ 일대가 골목형 상점가로 지정됐다. 지정 면적은 3천902㎡로 33개 점포가 포함됐다. 상인회가 결성되고 봉리단길 상징 조형물 설치 등 관련 사업도 잇따라 추진되면서 상권에 활력이 더해질 것으로 기대된다.
이현식 대봉2동 주민자치위원회 부위원장은 “대봉2동은 ‘젊어지는 동네’다. 발전 가능성이 가장 큰 동네이면서도 잊히는 역사를 기억해야 하는 동네”라며 “지역 문화유산의 의미를 되살리면서도 동네 특색을 보여줄 수 있는 축제를 기획하는 등 지역 활성화 사업이 많이 추진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김수정기자 ksj1004@idaeg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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