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 투병 사실을 공개한 뒤 한 달여 만인 지난해 7월 1일 공식 브리핑에 나선 이철우 경북도지사. 이 지사는 이후 경주 APEC 준비 등을 진두지휘하며 3선 고지에 올랐다. 경북도 제공.
2025년 5월 29일.
이철우 경북도지사는 22개 시·군 부단체장 회의에서 자신이 암 진단을 받았다는 사실을 공개했다. 갑작스런 소식에 도청 안팎과 지역 정가는 충격에 휩싸였다. 출근하지 않고 치료에 전념하자 정치권에서는 그의 3선 도전이 사실상 어려워진 것 아니냐는 관측이 적지 않았다.
그러나 한 달여 뒤인 7월1일, 민선 8기 4년차를 맞은 그는 다시 도청에 모습을 드러냈다. 화공특강에 참석한 데 이어 언론 브리핑을 통해 도민들과 소통에 나섰다. 그는 당시 “도민들께 걱정을 끼쳐 죄송하다”며 “7월 한 달은 조심스럽게 근무하고, 이후 건강을 회복해 10월 경주 APEC 성공 개최에 집중하겠다”고 말했다. 향후 정치 일정에 대해서는 “차를 타면 내비게이션이 시키는 대로 가듯 인생의 내비게이션이 이끄는 대로 가겠다”고 했다.
이후 이 지사는 치료와 공직 수행을 병행하며 경주 APEC 준비를 진두지휘했다. 특히 건강이 완전히 회복되지 않은 상황에서도 10월부터는 경주에 사실상 상주하며 준비 상황을 직접 챙겼다.
암 투병 이후 복귀한 이철우 경북도지사(오른쪽)가 지난해 10월24일 김민석 국무총리와 함께 경주 APEC 정상회의 준비 현장을 점검하고 있다. 이 지사는 건강이 완전히 회복되지 않은 상황에서도 경주에 상주하며 행사 준비를 직접 챙겼다. 경북도 제공
정부 부처와 관계기관 협력을 이끌어내는 등 행사 성공 개최를 위해 총력을 기울였고, 이는 그의 강한 책임감과 추진력을 보여준 사례로 평가받고 있다. 1년여 만인 2026년 6월3일 그는 다시 도민의 선택을 받으며 3선 고지에 올랐다.
지난해 안전행정실장으로 이 지사를 보필한 박성수 경북경제진흥원장은 “산불 위기 속 주민의 삶을 챙겨야 한다는 책임감과 대구경북 통합의 꿈이라는 역사적 소명의식이 암이라는 힘든 시련을 이겨내게 한 원동력이었다”고 평가했다. 또 “저출생 극복, 농업대전환, 지방시대 등 경북이 선도한 정책에 대한 긍정적 평가와 함께 신공항 건설, 행정통합 등 지역 현안을 완수해 달라는 도민들의 기대가 3선 성공으로 이어졌다”고 분석했다.
◆ 교사에서 국정원, 국회의원·도지사까지…선거 6연승
‘도전’, ‘결단’, ‘뚝심’은 정치인 이철우를 설명할 때 빠지지 않는 단어다. 18년간 그를 보좌해 온 박수형 전 경북교통연수원장은 “이 지사는 ‘미래는 준비하고 도전하는 자의 것이고, 성공은 실천하는 자의 몫’이라고 늘 강조해 왔다”고 전했다.
김천 출신인 이 지사는 경북대 수학교육과를 졸업한 뒤 중학교 교사로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이후 국가정보원과 경북도 정무부지사를 거쳐 제18·19·20대 국회의원을 지냈고, 2018년 민선 7기 경북도지사에 당선된 이후 재선과 3선에 성공했다. 국민의힘 사무총장과 최고위원, 국회 정보위원장 등을 역임했으며, 대구·경북 국회의원 출신으로 광역단체장에 당선된 것은 문희갑 전 대구시장 이후 처음이다. 또 지역 국회의원 출신으로 광역단체장 3선에 성공한 것도 이 지사가 처음이다.
박 원장은 “진솔하고 낮은 자세로 현장을 챙기는 리더십, 특유의 친화력을 바탕으로 한 소통 능력이 지역 정치권과 행정 조직을 아우르는 원동력이 됐다”고 말했다.
◆ 신공항·행정통합…미완의 과제 다시 손에
2020년 7월30일 이철우(앞줄 왼쪽 세 번째) 경북도지사와 권영진(첫 번째) 당시 대구시장, 김영만(두 번째) 당시 군위군수가 대구경북 신공항 이전 후보지 유치 협상 타결 직후 주민들과 함께 만세를 부르고 있다. 경북도 제공
대구경북 신공항 이전과 대구경북 행정통합 추진은 이 지사의 결단력과 추진력을 보여주는 대표 사례로 꼽힌다.
대구경북 신공항은 후보지 선정 과정에서 군위와 의성 간 갈등으로 장기간 표류했지만, 이 지사는 당시 권영진 대구시장과 공조하며 이전 후보지 확정을 이끌어냈다. 특히 군위를 대구로 편입시킨 결단은 지역사회에 큰 파장을 남겼다. 신공항 건설은 단순한 공항 이전 사업을 넘어 TK 미래 성장동력 확보와 남부권 경제권 형성을 위한 핵심 사업으로 평가받고 있다.
행정통합 역시 수도권 일극체제와 지방소멸 위기에 대응하기 위한 해법으로 제시됐다. 대구경북이 가장 먼저 광역단체 간 통합 논의를 본격화하며 전국적인 관심을 불러일으켰고, 이후 다른 지역의 통합 논의에도 적잖은 영향을 미쳤다.
다만 행정통합은 마지막 문턱을 넘지 못했고, 신공항 건설 역시 재원 조달 문제 등으로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하혜수 경북도 지방시대위원장은 “이철우 지사의 3선 성공은 단순한 연임이 아니라 신공항 건설과 대구경북 행정통합 등 미완의 과제를 완성해 달라는 도민들의 요구가 반영된 결과”라고 평가했다.
이어 그는 “신공항 건설의 재원 문제를 해결하고 마지막 문턱에서 멈춘 행정통합 논의를 다시 살려내는 것이 앞으로의 최대 과제가 될 것”이라며 “이를 위해 새로 선출된 대구시장과 긴밀히 협력하고 국회와 중앙정부의 문을 열어야 한다”고 말했다.
문정화 기자 moonjh@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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