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NASA
아르테미스, 다시 불리다
달을 향해 쏘아올린 로켓이 지구로 돌아왔다.
아르테미스 2호. 4명의 우주비행사를 태운 오리온 캡슐은 열흘간 달을 돌고 25만 마일 바깥을 찍었다. 아폴로 13호가 세운 ‘인류가 지구에서 가장 멀리 간 기록’을 56년 만에 경신했다. 달 뒷면을 통과하는 40분 동안은 지구와 교신도 끊겼다. 우주비행사들은 그 시간을 조용히 견뎠다. 그런데 이 이름 — 아르테미스 — 을 들었을 때, 나는 다른 장면이 먼저 떠올랐다.
앤디 위어라는 작가가 있다. 『마션』으로 알려진 그는 화성에 홀로 남겨진 우주비행사가 감자를 키우며 살아남는 이야기를 썼다. 거창한 인류의 미래 대신, 오늘 먹을 것을 어떻게 구할 것인가를 쓴 사람이다. 그 다음 작품 『아르테미스』(2017)에서 달은 사는 곳이었다. 달 표면 도시 아르테미스에는 관광객이 오고, 범죄가 벌어지고, 용접공 소녀가 밀수를 한다. 숭고함 대신 지저분한 일상이었다. 이어 쓴 『프로젝트 헤일메리』(2021)에서는 홀로 우주선에서 깨어난 우주비행사가 자신이 누구인지도, 왜 여기 있는지도 모른 채 임무를 수행한다. 기억을 되찾아가며 태양을 잠식하는 미지의 미생물에 맞서는 이야기인데, 소설 내내 온도가 따뜻하다. 위어의 소설들은 우주를 숭고한 공간이 아니라 그냥 일이 벌어지는 곳으로 다룬다는 공통점이 있다.
지금 극장에서는 『프로젝트 헤일메리』를 원작으로 한 영화가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아마 지금이라서 더 그럴 것이다. 실제로 우주비행사들이 달을 돌고 돌아온 이 시점에, 우주를 배경으로 한 이야기는 순수한 상상만은 아니게 된 것이니까.
NASA가 이 프로그램에 아르테미스라는 이름을 붙인 건 아폴로의 쌍둥이 누이이기 때문이다. 그리스 신화에서 아폴로가 태양의 신이라면 아르테미스는 달의 여신이다. 아폴로 계획의 후계자라는 의미가 이름 안에 들어 있다. 아폴로 17호가 달을 떠난 것이 1972년이다. 그 이후 54년간 인류는 달에 가지 않았다. 예산이 끊겼고, 우선순위가 바뀌었고, 달은 다시 먼 곳이 됐다.
4월 10일, 오리온 캡슐은 시속 4만 킬로미터로 대기권에 진입했다. 열차폐막의 온도는 섭씨 2,700도까지 올랐다. 그걸 통과하고, 돌아왔다. 그런데 이번 임무에서 진짜 달라진 것은 따로 있다.
달 궤도에 선 새로운 얼굴들
아르테미스 2호에 탑승한 네 명의 우주비행사는 각각 처음이었다. 빅터 글로버는 지구 저궤도 너머를 여행한 최초의 유색인종이 됐다. 크리스티나 코크는 최초의 여성이었다. 캐나다 우주국 소속 제러미 핸슨은 최초의 비미국인이었다. 지휘관 리드 와이즈먼을 포함한 이 네 명은 열흘간 약 40만 7천 킬로미터를 비행하며 인류 유인 우주비행의 최장 거리 기록을 새로 썼다.
아폴로 시대의 우주비행사는 거의 예외 없이 백인 남성 군인 출신이었다. 미국이라는 단일 국가의 프로젝트였고, 냉전이라는 특수한 동기가 있었다. 아르테미스는 출발점부터 다르다. 유럽우주국(ESA)이 오리온의 서비스 모듈을 제작했고, 캐나다 우주국이 우주비행사를 보냈다. 승무원 구성 자체가 국제 협력의 결과물이다.
귀환 과정에서도 기록은 이어졌다. 오리온은 국제우주정거장(ISS)과 약 37만 킬로미터 떨어진 거리에서 최초의 무선 통신 연결에 성공했다. 2019년 최초의 여성으로만 구성된 우주유영을 함께했던 크리스티나 코크와 ISS의 제시카 메어가 우주 공간에서 재회하며 교신을 나눈 장면은 이번 임무의 상징적인 순간 중 하나였다.
사진=NASA
멈춰 선 쪽, 나아가는 쪽
이 장면이 더 선명해지는 건 대비되는 풍경이 있기 때문이다. 미국이 달 궤도로 사람을 보내고 있을 때, 한때 유인 우주비행을 선도했던 러시아는 지구 저궤도 발사조차 할 수 없는 상황에 놓여 있었다.
2025년 11월, 소유즈 MS-28 발사 직후 바이코누르 우주기지의 발사대 서비스 플랫폼이 화염 트렌치로 추락했다. 케이블과 센서, 지상 지원 구조물이 파손되면서 이후 모든 발사 일정이 무기한 연기됐다. 러시아 우주 분석가 비탈리 예고로프는 “1961년 이후 처음으로 러시아가 인간을 우주로 보낼 수 없게 됐다”고 말했다. 러시아 과학 아카데미는 자국의 세 차례 달 탐사 임무를 모두 2032~2036년으로 미뤘다.
1961년 유리 가가린이 보스토크 1호를 타고 지구 궤도를 돈 이래 한 번도 끊기지 않았던 러시아의 유인 우주비행 역사가 사실상 중단된 것이다. 미국이 다양한 국적과 배경의 사람들을 달 궤도로 보내는 동안, 러시아는 발사대를 수리하고 있다. 우주의 판이 바뀌고 있다는 말은 수사가 아니라 사실에 가깝다.
함께 간 한국
아르테미스 2호에는 네 명의 우주비행사만 탄 것이 아니다. 한국이 개발한 큐브위성 ‘K-라드큐브(K-RadCube)’도 함께 우주로 갔다. 국내 개발 탑재체가 NASA의 유인 우주 임무에 동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K-라드큐브는 한국천문연구원이 개발을 총괄하고, 나라스페이스테크놀로지가 위성 시스템을, KT SAT이 지상국 운영을 맡았다. 임무는 지구를 둘러싼 밴앨런 복사대의 우주방사선을 고도별로 측정하는 것이었다. 방사선이 우주비행사에게 미치는 영향을 분석하기 위한 기초 자료를 확보하겠다는 목표다.
흥미로운 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개발한 차세대 메모리 반도체 소자가 부탑재체로 실렸다는 점이다. 우주 공간의 강력한 방사선 환경에서 반도체가 얼마나 안정적으로 작동하는지 검증하려는 시도였다. 국산 반도체의 우주 환경 내구성이 입증될 경우, 급성장하는 뉴스페이스 시장에서 국내 부품의 채택 비중이 높아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K-라드큐브는 발사 당일 고도 약 4만 킬로미터에서 성공적으로 사출됐다. 우주항공청은 정지궤도를 넘어 신호를 수신한 국내 최초의 사례라고 밝혔다. NASA의 엄격한 유인 비행 안전 기준을 충족하는 큐브위성을 단기간에 개발하고, 실제 심우주 임무에 탑재시킨 경험 자체가 한국 우주 산업에 새로운 레퍼런스를 만들었다.
일이 벌어지는 곳
NASA는 2027년 아르테미스 3호에서 지구 저궤도 시스템 시험을 거친 뒤, 2028년 아르테미스 4호를 통해 달 표면 착륙을 목표로 하고 있다. 루나 게이트웨이 계획은 올해 3월 취소됐고, 대신 달 표면 기지 건설에 자원을 집중하는 방향으로 전환했다. 중국은 창어 7호를 올해 발사해 달 남극 물 얼음 탐사에 나서고, 2030년 전후 유인 착륙 로드맵을 제시한 상태다. 달을 둘러싼 경쟁은 미국과 중국 두 축으로 재편되고 있고, 한국은 아르테미스 약정을 통해 그 한쪽에 이름을 올렸다.
아폴로 시대에 달은 깃발을 꽂는 곳이었다. 도달 자체가 목적이었고, 도달하면 끝이었다. 아르테미스 시대에 달은 머무는 곳이 되려 한다. 기지를 짓고, 자원을 탐사하고, 화성으로 가는 경유지로 삼겠다는 구상이다. 더 많은 나라가, 더 다양한 사람들이, 더 여러 가지 이유로 달에 가게 될 것이다.
앤디 위어가 상상한 것처럼, 우주는 점점 숭고한 공간이 아니라 일이 벌어지는 곳이 되어가고 있다. 아르테미스 2호는 그 전환의 첫 번째 유인 비행이었다. 그리고 그 비행에, 한국도 타고 있었다.
K-라드큐브
NASA
아르테미스 II
큐브위성
손요한
기자 / 제 눈에 스타트업 관계자들은 연예인입니다. 그들의 오늘을 기록합니다. 가끔 해외 취재도 가고 서비스 리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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