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연기관인 ‘자본연’에 무상 의뢰
‘주식거래 연장 찬성’ 보고서 이력
업계·개미, 여전히 ‘연장 반대’ 거세
한국 증시가 호황을 지나고 있다. 한국거래소는 2028년 1월부터 ‘24시간 주식 거래’를 목표로 삼았다. “한국 증시의 경쟁력 제고에 필요하다”는 이유에서다. 제도설계를 위한 연구 용역이 착수됐는데 석연찮은 상황이 펼쳐지고 있다. 거래소 출연기관인 자본시장연구원에 용역을 맡기면서다. 24시간 거래에 대해서는 찬반이 엇갈리고 “외국인·기관 투자자들에게 압도적으로 유리하다”는 우려가 만만찮다. 이런 상황에 거래소가 찬성 의견을 냈던 자본연에 용역을 맡기자 ‘답정너’(답이 정해져있다는 뜻)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한국 증시에서 ‘24시간 주식거래’ 시대를 여는 건 괜찮을까.
19일 국민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한국거래소는 올해 ‘24시간 거래체계에 적합한 시장 모델’ 연구를 자본연에 의뢰했다. 한국거래소는 유동성이 낮은 야간시간에 특화된 시장관리 방법, 대상 종목 선정 방법론 등을 구체화하고 24시간 거래체계에 적합한 시장 모델을 제안해달라고 요청했다. 찬반 논란이 여전한 가운데 한국거래소의 추진 의지가 확인되는 대목이다. 보고서는 오는 12월 제출될 예정이다.
시장 안팎에서는 의뢰를 받은 기관이 자본연이라는 점에서 “애초 거래소가 원하는 방향의 연구 결과가 도출될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이 나온다. 자본연은 한국거래소가 일부 자금을 대 만든 출연기관이다. 연구 과정에서 한국거래소의 입김이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 일반적으로 정책 연구는 객관성을 담보하기 위해 이해관계가 얽히지 않은 기관에 맡기는 게 관행이다. 자본연은 앞서 주식거래 연장에 찬성하는 취지의 보고서를 내기도 했다. 한국거래소는 이번 연구용역을 맡기면서 자본연에 한 푼의 돈도 지급하지 않았다. 자본연은 통상 연간 3건의 한국거래소 연구과제를 무상으로 수행한다.
한국거래소는 거래시간 연장을 시급한 사안으로 보고 있다. 영국, 독일, 홍콩 등 주요국에서도 거래시간 연장에 대한 검토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한국거래소는 2028년부터 24시간 거래체계를 구축하기 위해 80억~100억원을 들여 2027년 말까지 정규장 보드에 프리 애프터를 포함하는 체계 전환을 완료할 계획이다.
문제는 거래시간 연장에 대한 반대 여론이 거세다는 데 있다. 한국거래소는 다음 달부터 거래시간을 늘릴 계획이었으나, 업계 반발에 9월로 시점을 미뤘다. 개인투자자 사이에서는 야간과 새벽까지 거래가 열리면 정보력과 자본에서 앞서는 외국인과 기관에 더욱 유리한 시장이 될 것이라는 불만이 나온다. 거래시간을 연장하기 전에 한국거래소의 고질적인 문제인 전산오류부터 해결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만만찮다. 지난 3월 국회에서 열린 ‘한국거래소의 주식시장 거래시간 연장에 대한 이해관계자 간담회’에서 이동윤 KB증권 IT본부장은 “거래시간 연장으로 투자자 혼란이 늘어날 것”이라고 했다. 이재진 사무금융노조 위원장은 “거래시간 연장은 한국거래소가 치적을 쌓기 위한 꼼수”라고 비판했다.
자본연 내부에서도 연구용역 관련 공정성 논란을 우려하고 있다. 사정을 잘 아는 한 관계자는 “자본연은 한국거래소로부터 연회비를 받기 때문에 일종의 서비스 차원에서 연구를 해주고 있다. 의뢰를 받을 당시에 연구 결과가 아무리 합리적으로 나오더라도 뒷말이 나오겠다는 얘기가 돌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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