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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다산다사 창업정책 한계"…이젠 '성장 생태계'로 전환할 때

전화성 씨엔티테크 대표(초기투자액셀러레이터협회장)는 "지금은 창업을 더 많이 만드는 시대가 아니라 잘 성장하는 기업을 더 많이 만들어야 하는 시대"라고 말했다. 그는 "창업 이후 투자와 스케일업, 회수시장으로...

"다산다사 창업정책 한계"…이젠 '성장 생태계'로 전환할 때

[제2차 중소기업 정책 심포지엄 주요 이슈]

“창업 수보다 스케일업”…양적 지원 한계론

수도권 쏠림 심화…투자·인재 편중 고착

“창업→성장→회수 연결하는 생태계 필요”

중소기업계와 학계, 창업 투자업계가 정부 주도의 창업기업 수 늘리기 중심 정책이 한계에 직면했다며 창업 이후 성장과 투자·회수까지 연결되는 ‘성장 중심 생태계’로의 전환을 제언했다. 특히 이는 수도권 집중 구조와 낮은 생존율, 스케일업 한계 등이 한국 창업 생태계의 구조적 문제로 지목됐다.

한성숙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 7일 서울 영등포구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열린 ‘KOSI 2차 중소기업 정책 심포지엄’에서 축사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제공

중소기업중앙회와 중소벤처기업연구원은  7일 서울 여의도 중기중앙회 KBIZ홀에서 기업가정신학회, 한국청년기업가정신재단과 공동으로 ‘2026년 제2차 중소기업 정책 심포지엄’을 개최했다. 이날 심포지엄에서는 ‘창업을 넘어 성장으로: 참여형 창업 생태계의 구조적 전환’을 주제로 주제 발표와 종합토론이 이어졌다.

먼저 이춘우 서울시립대 교수는 ‘기업가정신 혁신창업 생태계 강국을 향한 과제’ 발표를 통해 국내 창업 정책이 양적 확대 중심 구조에서 성장 중심 구조로 전환해야 한다고 진단했다.

그는 “1995년 10개 미만이던 정부 창업지원 사업이 2024년에는 87개 사업, 약 1조5800억원 규모로 확대됐다”며 “정책의 양적 확대는 이미 상당 수준 달성됐지만 최근 창업기업 수 감소는 기존 방식의 한계를 보여주는 신호”라고 분석했다.

실제 발표자료에 따르면 연간 창업기업 수는 2023년 123만8617개에서 2024년 113만5561개로 감소했다. 기술기반 창업 역시 정체 흐름을 보이고 있으며 창업 생태계가 서비스업 중심으로 쏠리면서 제조업 기반 혁신창업이 약화되고 있다는 진단도 나왔다.

창업 늘었지만 성장 못해…“양적 정책 한계”

이춘우 교수는 수도권 중심 구조도 핵심 문제로 지적했다. 그는 “창업기업의 약 55%가 수도권에 집중돼 있고, 투자·인재·대기업 고객·액셀러레이터 등 핵심 자원이 서울과 수도권에 몰려 있다”며 “지역 창업은 단순히 프로그램 숫자를 늘린다고 해결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대한민국 어디서든 창업할 수 있는 생태계를 만들어야 한다”며 “기업가정신과 지역 기반 혁신생태계를 함께 키우는 접근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그는 한국 사회의 반기업 정서와 실패에 대한 낮은 수용성도 구조적 장애요인으로 꼽았다. 그는 ‘사업하면 패가망신’, ‘장사꾼은 사기꾼’ 같은 사회문화적 인식과 대기업 중심 산업구조, 수도권 편중, 재도전 어려움 등이 창업 활성화를 가로막는 요인으로 제시됐다.

이어 발표에 나선 정은애 중소벤처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지역 창업 생태계의 양극화 문제를 집중적으로 짚었다. 그는 “인구 감소와 고령화, 청년 유출이 지역 경제 기반 자체를 약화시키고 있다”며 “수도권과 비수도권 간 창업 생태계 격차가 갈수록 확대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정은애 중기연구원 연구위원 발표자료에서 발췌

정 연구위원에 따르면 전국 창업기업 수는 감소세를 보이는 반면 수도권 비중은 오히려 확대되고 있다. 전체 창업기업 가운데 수도권 비중은 2025년 기준 57% 수준이며, 기술기반 창업의 수도권 비중은 62.8%에 달했다.

벤처기업과 투자 생태계 역시 수도권 집중이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3월 기준 전체 벤처기업의 약 65%가 수도권에 몰려 있으며, 액셀러레이터 투자금의 76.6%도 수도권에 집중돼 있었다. 결국 지역에서 창업하더라도 투자와 시장, 인재를 따라 다시 수도권으로 이동할 수밖에 없는 구조가 고착화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정 연구위원은 “지역 창업정책은 단순 지원사업 확대가 아니라 실증·조달·판로를 연결하는 구조 설계가 중요하다”며 “지역 대학의 간접출자 확대와 AC·VC 지역 정착 유도, 스타트업 실증권 도입 등을 통해 지역 창업 생태계 성장 기반을 강화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러한 문제의식은 최근 정부가 발표한 ‘창업도시 조성 프로젝트’와도 맞닿아 있다. 정부는 지난달 24일 대전·대구·광주·울산 등 4대 과기원 소재지를 우선 창업도시로 지정하고 오는 2030년까지 전국 10개 창업도시를 조성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정부는 이를 통해 ‘서울에 가지 않더라도 창업하고 성공할 수 있는 환경’을 구축하겠다는 방침이다.

중소기업중앙회와 중소벤처기업연구원이 7일 중기중앙회 KBIZ홀에서 개최한 ‘2026년 제2차 중소기업 정책 심포지엄’에서 주요 참석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김희중 중기중앙회 경제정책본부장, 전성민 가천대 교수, 김영태 한국청년기업가정신재단소장, 이한주 경제·인문사회연구회 이사장, 한성숙 중소벤처기업부장관, 조주현 중소벤처기업연구원장, 이춘우 서울시립대 교수, 정은애 중기연구원 연구위원, 백강 한밭대 교수. 사진 중소벤처기업연구원 제공

“다산다사 구조 탈피”…스케일업·회수시장 과제

이어진 종합토론에서는 창업정책의 목표를 성장 중심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주장이 집중 제기됐다. 참석자들은 창업기업 수 확대 중심 정책이 한계에 도달한 만큼, 이제는 창업 이후 성장과 투자·회수·지역 정착까지 연결하는 구조 설계가 필요하다는 데 공감대를 형성했다.

김희중 중기중앙회 경제정책본부장은 “국내 창업 정책은 신생기업 공급 확대라는 측면에서는 성과를 냈지만 다산다사(多産多死) 구조와 내수 중심 창업, 투자연결성 부족 등의 한계를 드러냈다”고 지적했다.

그는 “창업 정책은 창업 자체가 목적이 아니라 지속적인 매출과 시장 확대, 기업가치 제고로 이어져야 한다”며 “정책자금 연명형 창업이나 프레젠테이션형 창업이 아니라 실제 시장에서 성장하는 기업을 만드는 방향으로 정책을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창업정책과 중소기업 정책을 연결해 창업기업이 중소·중견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는 성장 사다리를 구축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전화성 씨엔티테크 대표(초기투자액셀러레이터협회장)는 “지금은 창업을 더 많이 만드는 시대가 아니라 잘 성장하는 기업을 더 많이 만들어야 하는 시대”라고 말했다. 그는 “창업 이후 투자와 스케일업, 회수시장으로 이어지는 구조가 여전히 취약하다”며 “IPO와 M&A 시장이 활성화되지 않으면 투자금 선순환 구조가 작동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이어 “정부 주도 구조에서 민간 투자 중심 구조로 전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은애 중기연구원 연구위원 발표자료에서 발췌

정은애 중기연구원 연구위원 발표자료에서 발췌

지역·대학·민간 연결…참여형 생태계 전환론

김영태 한국청년기업가정신재단 소장은 “창업은 창업자 개인 문제가 아니라 창업생태계와 상호작용하는 적응적 과정”이라며 “지원기관 중심 구조에서 벗어나 기업가 중심 지원체계로 재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그는 “행정구역 단위를 넘어 산업 가치사슬 기반의 ‘광역 단위 창업생태계’ 개념 도입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이밖에도 백강 국립한밭대 교수는 지역 창업 생태계에서 대학 역할론을 강조했다. 그는 “전국 창업보육센터(BI)의 약 66%가 비수도권에 위치해 있고 상당수가 대학 내에 있다”며 “대학이 보유한 연구장비와 실험실, 인재를 지역 스타트업과 적극 연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RISE(지역혁신중심 대학지원체계) 사업을 기반으로 지자체와 대학 협력체를 강화하고 지역 특화 산업 중심 창업 지원과 인재 정주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번 논의는 이재명 정부가 올해부터 본격 추진 중인 ‘모두의 창업 프로젝트’와 국가창업시대 정책 방향에 대한 민간·학계 차원의 후속 논의 성격도 띠고 있다. 참석자들은 단순한 창업 지원 확대를 넘어 ‘창업→성장→투자→회수’로 이어지는 전주기 생태계 구축이 앞으로 창업정책의 핵심 과제가 될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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