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 죽이느니 풀어준다”…고수온·적조에 ‘눈물의 방류’
‘뜨거운 바다’에 적조 위기경보까지…전남 양식장 810만 마리 긴급방류
3년 간 3100만 마리 떼죽음 잔혹사에 “사룟값이라도 건지자” 고육지책
산소발생기·냉각수 풀가동에도 한계…어민들 “적조 번지면 답이 없다”
2026년 08월 19일(수) 21:00
19일 여수시 돌산 양식장에서 어민들이 조피볼락을 방류하기 위해 바구니에 옮겨담고 있다. <여수시 제공>
계속되는 여름철 고수온에 적조 확산 우려까지 겹치면서 전남광주 지역 양식어가에 비상이 걸렸다.
어가들은 냉각수 공급과 산소발생기 가동, 사료 공급 조절 등 ‘긴급 대응’에 나서는 한편, 자식같은 치어를 바다에 풀어놓는 등 피해를 줄이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19일 전남광주시 등에 따르면 여수시는 지난 4일부터 돌산·월호지역 14개 어가를 중심으로 조피볼락 긴급방류를 시작해 이날까지 94만 마리를 바다에 풀었다.
여수시는 오는 9월 초까지 남면 지역 어가까지 포함해 양식장에서 키우던 조피볼락 728만 마리를 순차적으로 바다로 내보낸다는 계획이다.
신안군도 지난 14일 조피볼락 8만 마리를 양식장에서 바다로 흘려보냈다.
신안군은 이달 중 압해·흑산·안좌지역 11개 어가에서 조피볼락 등 양식어류 82만 마리를 추가로 긴급방류할 예정으로, 여수와 신안에서 계획된 긴급방류 물량은 모두 810만 마리에 달한다.
긴급방류는 고수온 등으로 양식어류의 집단 폐사가 우려될 경우 일정 크기 이상 자란 물고기를 바다에 풀어 사육밀도를 낮추는 방식이다.
조피볼락의 경우 더위에 취약해 수온이 고수온 주의보 기준인 28도 이상 오르면 폐사가 발생한다.
방류한 조피볼락은 국립수산물품질관리원의 전염병 검사를 마친 건강한 개체들로 남은 방류 물량도 검사를 마친 후 방류를 이어갈 예정이다.
출하 시기까지 키우면 상품으로 판매할 수 있는 물고기를 미리 놓아주는 만큼, 어가 입장에서는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고육지책이다. 그나마 지난해부터 방류하면서 지원받는 재난복구비가 마리당 5.1% 인상된 게 양식장에서 폐사하는 것보다 방류하는 쪽으로 어민들 인식이 바뀐 계기가 됐다.
신안군 어민 김기호(68)씨는 “애지중지 밤낮으로 살피던 조피볼락들을 바다에 버리려니 아쉽지만 나머지 것들이라도 살려야 하니 다른 도리가 없다”며 “지원금을 받아 손해는 어느 정도 메우겠지만 나중에 잘 키워서 성어를 출하했을 때 가격에 비하면 2~3배 이상까지도 차이가 난다”고 말했다.
여수시 어민 윤도인(49)씨는 “차라리 고수온으로 다 죽기 전에 방류해서 치어 입식 비용이랑 사룟값이라도 건지는게 낫다는 생각도 든다. 바다에 풀어 어족자원이라도 풍부해졌으면 하는 마음이다”며 “고수온은 이렇게라도 생각하고 넘길 수 있는데, 이제 적조가 문제다. 곧바로 문제가 될 단계는 아니지만 적조가 번지면 정말 손 쓸 방법이 없어서 산소발생기도 쓰고 계속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고수온으로 인한 폐사도 수 년째 반복되고 있다.
전남광주시에 따르면 최근 3년간 고수온 피해가 집계된 조피볼락은 3100만여 마리에 달한다. 지난 2023년 990만 마리, 2024년 1288만 마리, 2025년 900만 마리의 피해가 발생한 것으로 집계됐다.
적조 피해 우려도 커지고 있다.
적조는 어류의 산소 공급을 방해하고 스트레스를 높여 대량 폐사로 이어질 수 있는데, 통영 인근에서 적조가 발생하면서 전남광주 지역 여수·고흥 해역에도 적조 예비특보가 내려져 있어 양식어가들의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다.
해양수산부는 지난 10일 오후 6시를 기해 적조 위기경보 ‘주의’ 단계를 발령했다. 국립수산과학원이 같은 날 오후 4시 전남 동부와 경남 서부 남해 앞바다 2개 해역에 적조 예비특보를 발표한 데 따른 조치다.
특히 여수 보돌바다를 비롯한 전남 동부 해역은 수온이 24~27도 안팎으로 유지되고 있어 유해성 적조생물인 코클로디니움 밀도가 높아질 가능성이 있는 지역으로 꼽힌다. 경쟁생물까지 줄어들 경우 적조가 더 확산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19일 전남 해역별 수온은 함평만 29.5도, 흑산도 28도, 도암만 28.3도, 득량만 27.7도, 여자만 27.8도, 가막만 27.6도, 거문도 27.3도, 진도 27.7도, 고흥 27.8도 등으로 나타났다.
이 가운데 함평만, 도암만, 득량만, 여자만, 가막만에는 지난달 27일 고수온 경보가 발표된 상태다.
정부도 올해 고수온 대응장비 지원 예산은 지난해 58억원에서 76억원으로 늘리는 등 지원을 확대하고 있다.
고수온 특보가 내려진 지역에서는 피해가 우려되는 양식어류의 긴급방류를 지원하고, 재해 발생 이후에는 치어 입식비뿐 아니라 사료비와 유류비, 인건비 등 생산비까지 복구 지원 범위가 확대된다.
전남광주시 관계자는 “기후변화로 여름철 고수온 발생이 빈번해지면서 양식어류 피해를 줄이기 위한 선제 대응이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적조가 발생하기 쉬운 수온대인 만큼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며 “매일 해역을 예찰하고 해수 상황을 확인하고 있다. 고수온과 적조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대응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윤준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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