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파이낸스 박조아 기자] 뉴욕증시의 주요지수가 일제히 급락했다.
중동 전쟁 장기화에 따른 국제유가 급등과 인플레이션 우려로 미 국채금리가 급등하면서 최근 상승장을 이끌었던 인공지능(AI) 랠리에 제동이 걸렸다.
15일(현지시간)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는 전장보다 537.29포인트(1.07%) 내린 4만9526.17에 거래를 마쳤다.
대형주 위주의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는 92.74포인트(1.24%) 떨어진 7408.50에,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종합지수는 410.08포인트(1.54%) 하락한 2만6225.14에 각각 장을 마감했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과 나스닥 지수는 이틀째 지속했던 사상 최고 행진을 멈췄다.
특히 반도체주 중심의 매도세가 거셌다. 필라델피아 반도체 지수는 전장보다 4.02% 급락했다.
주간 기준으로 다우지수는 0.17% 내렸으며 나스닥 지수는 0.08% 밀렸다. 반면 S&P500지수는 0.13% 상승했다. S&P500지수는 9주 연속 오름세를 지속하면서 2023년 12월 이후 최장기 랠리를 지속했다.
시장은 전날까지만해도 다우지수가 5만 선을 회복하고 S&P500지수는 사상 처음으로 7500선을 돌파하는 등 AI 투자 열풍, 견조한 기업 실적, 미국 경기 연착륙 기대감으로 들떠있었다.
하지만 하루 만에 분위기는 급변했다. 최근 상승폭이 컸던 반도체·AI 관련 기술주를 중심으로 차익실현 매물이 쏟아지면서 시장 전반이 흔들렸다.
분위기 반전은 전날 마무리된 미중 정상회담에 대한 실망감에서부터 시작됐다.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호르무즈 해협 개방 필요성에는 공감했지만 투자자들이 기대했던 수준의 무역합의나 지정학적 돌파구는 제시하지 못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이 보잉 항공기 200대를 구매하기로 했다고 밝혔지만 시장은 이를 기대 이하로 받아들여 보잉 주가가 되레 떨어지는 어처구니없는 일이 발생하기도 했다. 결국 미·중 정상회담에서 시장이 기대하던 '빅 딜'이 나오지 않자 '빈손 회담'이라는 혹평이 뒤따랐다.
특히 이번 주에 발표됐던 4월 소비자물가지수(CPI)와 생산자물가지수(PPI)에 이어 수입물가까지 예상을 크게 웃돌면서 투자자들은 미·중 정상회담에서 이란 전쟁과 관련해 유의미한 결과를 기대했지만 그렇지 못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호르무즈 해협을 여는 것과 관련해 중국에 아무런 부탁을 하지 않았다고 일축하는 등 결국 이틀간 이어진 미·중 정상회담에서 아무런 해법이 도출되지 못했다.
이에 이란 전쟁으로 촉발된 인플레이션이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가시화된 데다 무엇보다 단기간 내 해결되기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에 미국 국채 금리가 급등했다.
글로벌벤치마크인 10년 만기 국채 금리는 전장보다 14bp 급등한 4.595%를 기록했다. 1년여 만에 최고치다. 30년 만기 국채금리는 11.5bp 상승한 5.128%를 가리켰다. 2023년 이후 최고치에 바짝 다가섰다.
미 달러화는 5거래일 연속 강세를 이어갔다.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는 100선에 근접했다. 국채 금리 상승과 달러 강세는 위험 자산 회피 심리를 부추기는 요인이다.
국제유가 상승도 인플레이션 우려를 자극했다. 미국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105달러를 웃돌았고, 브렌트유 역시 108달러 안팎까지 상승했다.
금리 선물시장에서는 연내 금리인하 기대가 후퇴하는 분위기가 갈수록 뚜럿해지고 있다. 연준의 추가 긴축 가능성까지 거론되기 시작했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연준이 올해 12월 말까지 기준금리를 25bp 인상할 확률은 50%까지 높아졌다. 지난주에는 13.6%에 불과했었다. 반면 금리 인하 가능성은 사실상 제로다.
그럼에도 월가에서는 이번 조정을 장기 상승 흐름 붕괴로 보기에는 아직 이르다는 분석도 나온다. 최근 시장이 AI 투자 열풍과 기업 실적 호조, 미국 경제의 견조한 흐름에 힘입어 사상 최고치 행진을 이어왔다는 점에서다.
투자자들은 다음 주 AI대장주 엔비디아(20일) 실적과 세계 최대 소매업체 월마트(21일)를 비롯한 주요 소매업체들의 실적에 주목하고 있다. 이를 통해 AI 열풍과 인플레이션 압박을 받는 소비 지출이라는 두 가지 핵심 테마를 점검하려할 것으로 보인다.
홈디포와 타겟, TJX 등의 실적 발표도 예정돼 있다.
이날 반도체 종목들의 하락세가 두드러졌다.
엔비디아가 4.42% 하락한 것을 비롯해 마이크론(-6.69%), 인텔(-6.18%), AMD(-5.69%), 브로드컴(-3.32%) 등 최근 강세장을 주도했던 종목의 낙폭이 컸다.
엔비디아는 젠슨 황 최고경영자(CEO)의 방중이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한 것에 대한 실망감과 함께 제이미슨 그리어 미국무역대표부(USTR) 대표가 반도체 수출 통제가 미·중 정상회담에서 중요 의제가 아니었다고 언급한 점이 악재로 작용했다.
반도체 상장지수펀드(ETF)인 아이셰어즈 반도체 ETF는 4.06% 급락했다.
빅테크 종목들은 마이크로소프트(MS)와 애플, 팔란티어만 강세였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상승세를 이어갔다. 행동주의 투자자 빌 애크먼이 이끄는 퍼싱스퀘어가 마이크로소프트 지분을 매입했다고 밝히면서 3.05% 상승했다.
애플은 0.68%, 팔란티어는 0.19% 올랐다.
반면 테슬라는 4.75% 급락했고, 알파벳은 0.97% 내렸다.
포드 자동차는 에너지 저장 사업에 대한 낙관론으로 지난 이틀간 21% 급등한 후 이날은 7.32% 급반락햇다.
전날 나스닥 상장 첫날 68% 폭등했던 AI 칩 업체 세리브라스 시스템스(CBRS)도 10% 급락했다.
한편 국제유가는 미중 정상회담이 이란 전쟁과 관련해 구체적인 성과 없이 끝난 가운데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란을 향해 협상 타결을 압박하면서 급등했다.
뉴욕상업거래소에서 6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전장보다 배럴당 4.25달러(4.2%) 상승한 105.42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런던 ICE 선물거래소의 브렌트유 7월물도 3.54달러(3.35%) 오른 배럴당 109.26달러를 기록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나는 더 이상 많이 인내하지 않을 것"이라며 "그들은 합의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시장은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을 미국과 이란 간 긴장 재고조 신호로 받아들였다.
대표적인 안전자산인 금값은 달러화 강세 속에 하락했다.
장 마감 무렵 금 현물은 2% 떨어진 온스당 4552.59달러에 거래됐고, 은 현물은 6.5% 내린 온스당 78.08달러까지 밀렸다. 금·은 선물 가격은 각각 2.6%, 7.7% 급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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