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미엄 콘텐츠 평가
한국일보 뉴스이용자위원회가 1일 서울 중구 달개비에서 프리미엄 콘텐츠를 평가하는 회의를 진행하고 있다. 하상윤 기자
프리미엄 콘텐츠는 언론사들이 자체 사이트로 독자를 유입시키고 유료화로 나아가도록 하기 위한 차별화된 상품이다. 한국일보 뉴스이용자위원회는 1일 서울 중구 컨퍼런스하우스 달개비에서 한국일보 프리미엄 콘텐츠를 평가하는 회의를 열었다. 뉴스이용자위원들은 프리미엄 콘텐츠가 대체로 유익한 정보를 담고 있지만 유료화까지 가능한 정도는 아니라는 평가였다. 회의에는 박재영 위원장을 비롯한 외부 위원 7명과 사내 위원인 김희원 한국일보 뉴스스탠다드실장이 참석했고, 한준규 인사이트룸 실장이 함께했다.
"다양성 부족, 타깃과 특성 불명확"
한국일보 프리미엄 페이지. 프리미엄 기사로 들어가려면 스크롤을 아래로 내리는 방법밖에 없다는 의견이 있었다.
한국일보는 2025년 11월부터 프리미엄 콘텐츠 범주에 9개 시리즈를 온라인 전용으로 선보이고 있다. 전현직 기자와 외부 필자들이 연재한다. 한국일보 사이트에서 회원 가입해 로그인하면 무료로 볼 수 있다.
박 위원장은 "중앙일보의 더중앙플러스는 현장 취재가 강한 반면 한국일보 프리미엄 콘텐츠는 대체로 옛이야기를 소환하거나 일반적 지식과 정보를 요약한 글"이라며 "추후 유료화를 계획하고 있다면 돈 받고 팔기엔 힘이 달리는 글로 느껴진다"고 총평했다. 윤지영 위원도 중앙일보와 비교했지만 오히려 "한국일보 콘텐츠가 자극적이지 않아 품격이 있다고 느꼈다"고 말했다.
몇몇 위원은 다양성 부족을 꼽았다. 최석진 위원은 "한국일보가 약한 것이 문화·예술과 경제·산업 분야인데 프리미엄 콘텐츠도 마찬가지다. 문화·예술 관련 연재가 하나도 없는데 미술, 클래식 등을 추가하면 좋겠다. 반대로 방산과 관련한 연재가 '무기로 보는 미래'와 'K방산의 결정적 순간들'로 두 개나 되는데 굳이 두 가지를 연재할 필요가 있을까"라고 말했다. 권수현 위원도 방산 관련 연재가 2개나 되는 점, 여성 필자는 한 명뿐이라는 점에 아쉬움을 표했다.
조수미 위원은 "타깃 독자층이 누구인가, 왜 이 시리즈들이 프리미엄으로 분류되는가 의아하다"는 의견을 냈다. 프리미엄 콘텐츠의 성격과 타깃이 불명확하다는 지적이다. 또한 "젊은 독자를 위한 기사는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고 덧붙였다.
강태영 위원은 프리미엄 콘텐츠 기사 178건을 수집해 한국일보 일반 기사를 포함한 9개 종합일간지, 경제지(한국경제), 시사주간지(시사IN) 기사와 소재와 내용의 독창성을 비교했다. 그는 "분석 결과 '시크릿 시네마' '무기로 보는 미래' 외에는 소재와 내용에서 100점 만점 중 80점 이상으로 독창성이 매우 높았다"고 말했다. 특히 '배기동의 고고학 기행+'가 가장 독창적인 연재물로 꼽혔다.
전문성, 경험담 담은 K방산에 뜨거운 독자 반응
한국일보 프리미엄에 연재되고 있는 코너 'K방산의 결정적 순간들'.
강은호 전북대 교수가 연재하는 'K방산의 결정적 순간들'은 현장을 아는 필자의 전문성과 경험이 조화를 이룬 글로 호평받았다. 독자들의 뜨거운 반응이 그 자체로 주목받았다. 양수철 위원은 "프리미엄 콘텐츠 중 댓글과 좋아요 등 독자 관심도가 가장 높은 콘텐츠"라며 "방위사업청장이었던 글쓴이가 지대공 미사일 '천궁', K2 전차 등 무기 개발 성과와 경험을 풀어내 국방 덕후들의 관심을 끈 것 같다"고 말했다. 윤 위원은 "기사에 달린 댓글을 보면 '대한민국 파이팅!' '너무 고생 많으셨습니다' '여러분이 영웅입니다' 등 반응이 아주 뜨겁다. 같은 무기 관련 연재인데도 '무기로 보는 미래'와는 완전히 달라 왜 그런가 궁금하다. K방산의 주역이라는 점, 경험담이 있다는 점이 차별화된 고품격 콘텐츠를 만드는 요인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 실장은 "프리미엄 콘텐츠 중에서 'K방산의 결정적 순간들'의 구독자 수가 가장 많다. 밀덕(밀리터리 덕후)이라 불리는 무기 관심층을 비롯해 국방부, 방산업체 직원 등 업계 관련자들이 많이 보는 연재물"이라고 말했다.
또한 위원 다수가 높이 평가한 연재물은 '배기동의 고고학 기행+'였다. 윤 위원은 "기사에 사진이 많아서 입체적으로 역사를 이해할 수 있다. 필자가 국립중앙박물관장이었어서 내용이 풍부하고 앞으로도 기대되는 콘텐츠다. 역사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유료 구독도 할 것 같다"고 칭찬했다. 조 위원은 "문화인류학자로서 인접 학문인 역사학, 고고학에도 관심이 있어 흥미진진하게 읽었다"고 호평했다.
"베스트셀러 '10분 정복', 책 정보와 소개 필요"
한국일보 프리미엄 코너에 연재 중인 '베스트셀러 '10분 정복'' 책 중심의 전개가 아니라는 지적이 있었다.
역시 조회수가 높은 '베스트셀러 '10분 정복''에 대해서는 다양한 의견이 쏟아졌다. 윤 위원은 "매우 유익한 콘텐츠이고 글의 완결성이 높고 내용도 풍부하다. 그런데 정작 책이 중심은 아니다. 기사 5분의 1쯤 읽자 '타인이라는 세계'라는 책 제목이 딱 한 번 등장하는 식이다. 책 제목을 찾느라 헤맨 글이 많다"고 말했다. 조 위원은 "화제가 되는 책 내용을 정리하고 저자와 인터뷰를 진행하는 방식은 좋지만 철저히 자기계발서 중심이어서 끊임없이 더 잘사는 법, 현재 못살고 있다는 암시를 상기시키는 문제가 있다"고 짚었다.
권 위원은 '이찬혁 군대 간 뒤 폐인처럼 산 악뮤 이수현... '마음 이론'의 최악 사례'(4월 24일)와 관련해 성역할이나 정치성향에 대한 고정관념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인터뷰 내용과 달리 삽입된 사진이 오히려 고정관념을 강화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을 했다. 여성 시민단체 회원들이 고용노동부 고용평등상담실 폐지를 규탄하는 시위 사진, 남성 보수 정치인과 유튜버들의 부정선거 토론회 사진이 삽입됐는데, "(기사 내용과 달리) 여자니까, 남자니까, 보수니까라고 세상을 편협하게 이해하는 사진으로 받아들일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이었다.
"젠Z 이해하려는 취지 더 높여야"
한국일보 프리미엄 코너에 연재되고 있는 '비하인드 KBO'.
'비하인드 KBO'에 대해선 야구 덕후들의 눈길을 사로잡을 수 있는 내용인데도 실제로 독자 반응이 그렇게 뜨겁지 않은 것에 대한 평가와 제언이 나왔다. 양 위원은 "글쓴이의 야구에 대한 애정과 열정, 감독과 선수에 대한 관심이 글에서 묻어난다. 필자인 류선규 전 SSG 단장은 평범한 야구팬에서 시작해 프로야구단 단장에까지 오른 인물이다. 이런 내용의 글쓴이 소개 정보를 포함하면 글에 대한 주목도가 더 높아지지 않을까"라고 조언했다. 한 실장은 "덕후들이 볼 수 있는 콘텐츠가 다른 사이트에 너무 많아서 그에 미치지 못하는 것 아닌가 한다"고 말했다.
한국일보 프리미엄 코너에 연재 중인 '어쩌다 젠Z'는 이소호 시인이 직접 체험하고 경험한 젠Z들의 문화를 소개하고 있다.
'어쩌다 젠Z'는 이소호 시인이 격주 목요일마다 연재한다. 1988년생 밀레니엄 세대 작가가 보는 Z세대의 이야기다.
조 위원은 "밀레니엄 작가가 젠Z와의 밀착 경험을 통해서 특이한 행동 이면의 사정이나 심리를 관찰하는 시리즈를 재미있게 읽고 있다. 젠Z를 가르치는 대학 교수들 중에서도 그들의 현실적 어려움을 이해하려 하지 않고 가정교육을 제대로 못 받은 무책임하고 어린 세대로 치부하는 이들이 있어 기성세대가 주목했으면 하는 시리즈이기도 하다. '감튀모임에서 나는 어디에 속하는가'(4월 30일)는 나도 울컥하는 기분이었다. 다만 이것이 굳이 프리미엄 콘텐츠여야 할까 의문이 있다"고 말했다. 양 위원도 "다소 실험적인 콘텐츠"라며 "프리미엄보다 일반 연재 기사로 발행하는 것이 낫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윤 위원은 "시인의 따뜻하고 섬세한 관찰과 이해, 유려한 글솜씨가 눈에 띈다. Z세대를 이해하자는 좋은 취지인 것은 알지만 동시에 그들을 규정하는 것으로 보일 수 있어 조심스럽다. '타인이라는 세계'의 저자인 홍순범씨는 무슨 세대라는 표지 자체를 붙이지 말라고 했다"고 말했다.
"빅테크 관심 가지만 생동감과 흥미떨어져"
한국일보 프리미엄 코너 중 '빅테크 스토리'는 IT를 이용한 글로벌 기업들의 세계 시장 도전기를 소개한다.
프리미엄 콘텐츠 중에는 한국일보 전문기자들이 전문성을 발휘한 연재물이 포함돼 있다. 최연진 IT전문기자는 글로벌 IT 기업들이 어떻게 세계 시장을 지배하게 되었는지를 알려주는 '빅테크 스토리'를 쓴다. 박 위원장은 "퀄컴, 구글, 닌텐도, 네이버 등 기업의 성공과 도전을 소개했는데 최근 '퀄컴의 전쟁' 4회 기사 등을 보면 자료 정리 수준이고 생동감이 덜하다"고 아쉬움을 말했다. 윤 위원은 "매우 흥미진진하지만 전문 용어가 많아 한 문장이라도 놓치면 다음으로 넘어가기 어렵다. 전문적 내용을 대중적으로 풀어내는 요령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라제기 영화전문기자는 '시크릿 시네마'를 연재한다. 양 위원은 "박찬욱, 연상호, 안성기 등 영화계 종사자들의 삶과 인연, 영화 제작 과정, 뒷이야기를 볼 수 있어서 흥미로웠다. 영화전문기자의 경험과 타이틀이 괜히 있는 게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반면 박 위원장은 "영화계 사람들이라면 몰라도 일반인이 얼마나 관심을 가질 만한 내용일까"라고 한계를 짚었다.
이계성 전 한국일보 논설위원이 쓰는 '박정희와 김대중'은 상이한 철학의 두 정치인이 어떻게 한국의 오늘을 만들었는지 보여준다. "재미는 있지만 다 나온 내용이다. 과거의 소환에 그치지 말고 정보를 추가적으로 보강하는 게 필요하다"(박 위원장), 양 위원은 "한국 현대사의 두 거목인 박정희와 김대중 두 인물의 삶과 경쟁, 관계에 대해 볼 수 있고 야사도 포함돼 정치·역사 덕후들이 좋아할 만한 글"(양 위원)이라는 엇갈리는 평가가 나왔다.
한국일보 프리미엄 메인 페이지. 다음 영상으로 넘어가는 시간이 너무 길다는 평가가 있었다.
"유료화까지 가려면 다른 실험 필요"
뉴스이용자위원들은 프리미엄 콘텐츠가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많은 제언을 했다. 우선 고퀄리티의 기획 기사를 프리미엄 콘텐츠에 포함시킬 것을 많은 위원이 제안했다. 박 위원장은 "현재 프리미엄 콘텐츠 기사보다 오히려 지면에 실린 기획 기사 중에서 탁월한 것들이 있다. 이를 프리미엄 섹션에 노출해 프리미엄의 인지도를 높이고 이용자들이 많은 시간을 보내도록 유도하는 건 어떨까"라고 조언했다. 윤 위원도 "한국일보가 잘하는 기획 기사야말로 전문적이고 내용이 깊은 프리미엄 콘텐츠가 아닐까"라고 말했다.
또한 양 위원은 "프리미엄 콘텐츠를 억지로 많이 늘릴 필요는 없다. 다만 많은 사람이 관심 갖고 있는 인공지능(AI), 경제 분야 중 주식 등 재테크, 국제 분야와 관련된 프리미엄 콘텐츠를 제작하는 게 더 많은 눈길을 끌 수 있을 것이다. 시대 트렌드가 반영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박 위원장은 기사 유료화를 목표로 한다면 뉴스룸(편집국)이 일반 기사를 생산하고 추가로 구독용·유료용 프리미엄 기사를 생산하는 투잡 방식으론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뉴욕타임스는 기자들이 일상적으로 만드는 기사를 유료화했다"며 "평소 기사를 프리미엄급으로 만드는 것이 관건"이라고 말했다. 그는 "뉴스룸 전체가 하루에 프리미엄 기사 1개를 만든다는 계획으로 일상적으로 일하면서 할 수 있는지 실험할 필요가 있다. 기자 1명이 한 달에 프리미엄 기사 1개를 만드는 게 가능해지면 매일 3, 4개의 프리미엄 기사를 독자들에게 선보일 수 있다. 기자들이 당일 사안을 프리미엄 기사로 만드는 근육을 키우도록 기회를 주고 도와야 한다"고 말했다.
한 실장은 "프리미엄 콘텐츠는 한국일보 사이트의 자생력을 높인다는 목표로 가능한 것부터 우선 시작했다. 5월 중 클래식, 건강 및 운동법, 대중문화 콘텐츠를 추가할 계획이다"라고 말했다.
"뻔하지 않은 장애인의 날 기획 공감"
한국일보 4월 20일 자에 실린 장애인의 날 관련 기사.
4월 20일 장애인의 날을 앞두고 한국일보가 보도한 '서로 '죄송한 자리' 야구장 장애인석'(4월 20일 자 1면) 기획은 많은 위원이 좋은 기사로 꼽았다. 양 위원은 "뻔한 장애인의 날 기획이 아니어서 좋았다. 누구나 공감하고 관심이 가는 야구장을 소재로 장애인 인권의 가치를 확장시켰고 대중성과 공익성을 겸했다. 대전 야구장에 직접 취재를 가고 팬들을 인터뷰하면서 열심히 취재한 게 기사에서 느껴졌다"고 칭찬했다.
조 위원은 인터랙티브 '딥페이크 성범죄 예방 대응 체험'에 대해 "시뮬레이션을 통해 딥페이크 성범죄 예방을 위한 지식을 얻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단톡방 속 위험한 공유, 당신의 선택은?'처럼 방관자나 묵시적 동조자가 될 수 있는 독자도 동참할 수 있도록 독려한 것이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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