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엘 리포트②] 환자 삶의 질 겨냥 차세대 치료 전략 제
"이차 뇌졸중 예방·심부전 관리·전립선암 정밀 항암 치료까지"
독일 베를린에서 확인한 바이엘의 변화는 '전략'이 아니라 '전환'에 가까웠다. 본지는 4월 1일 열린 바이엘 '2026 파마 미디어 데이' 현장을 취재해, 체질 개선 이후 2030 성장 로드맵을 제시한 바이엘의 현재와 미래를 3회에 걸쳐 짚었다. 1편은 턴어라운드 전략과 AI 기반 운영 모델, 2편은 심혈관·항암 파이프라인의 임상적 가치, 3편은 애스크바이오·블루락·비비디온을 중심으로 한 차세대 혁신 플랫폼을 살펴봤다. 'Forward. And Beyond.'를 향한 바이엘의 도전, 그 현장을 전한다.
[베를린 = 김윤미 기자] 바이엘 미디어데이 현장에서 가장 뜨거웠던 화두는 단연 '심혈관 및 신장 질환(CVR)'과 '정밀 항암(Precision Oncology)' 분야였다.
행사장 스크린에 띄워진 데이터들은 단순한 수치를 넘어, 기존 치료제의 한계에 부딪혔던 환자들에게 던지는 새로운 희망의 메시지였다.
"혈전은 막고, 지혈은 남긴다"…뇌졸중 2차 예방의 새로운 해법
글로벌 임상 개발 및 운영 총괄 크리스토프 코엔 박사(왼쪽에서 세번째)와 멜린다 로알드센 박사(맨 오른쪽, 사진제공: 바이엘).
전 세계적으로 3초마다 한 명의 환자가 발생하며, 생존자 5명 중 1명은 5년 내 재발을 경험하는 질환. 바로 뇌졸중이다.
특히 이차 뇌졸중은 첫 발생보다 치명률이 높고 심각한 장애를 남기지만, 현재의 항혈소판 요법은 '출혈 위험 증가'라는 치명적인 부작용을 피하기 어렵다.
이날 세션에서 바이엘은 항응고제 시장의 패러다임을 바꿀 11인자(FXI) 저해제 파이프라인을 집중 소개했다.
핵심은 '지혈 기능은 보존하면서 혈전 형성을 차단'하는 것이다.
글로벌 임상 개발 및 운영 총괄인 크리스토프 코엔(Christoph Koenen) 박사는 "이차 뇌졸중 예방의 핵심은 재발을 막는 보호 효과를 유지하면서도 출혈 위험을 높이지 않는 정교한 균형을 찾는 것"이라며, "우리는 혈액 응고 경로의 상위에 있는 11인자를 타격함으로써, 신체가 상처를 치료하는 지혈 과정은 방해하지 않으면서도 병적인 혈전 형성만 선택적으로 억제하는 새로운 양식(Modality)을 구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현장에서는 환자 대표로 참석한 멜린다 로알드센(Melinda B. Roaldsen) 박사의 증언이 이어져 숙연함을 더했다.
그는 "뇌졸중 생존자들에게 재발에 대한 공포는 일상적인 그림자와 같다"며 "출혈 걱정 없이 안심하고 복용할 수 있는 혁신적인 예방책이 절실하다"고 호소했다.
바이엘의 11인자 저해제 '아순덱시안'은 현재 대규모 글로벌 3상 임상을 통해 그 가능성을 입증하고 있으며, 성공할 경우 ‘아스피린’ 이후 가장 획기적인 혈전 예방 솔루션이 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심장만으론 부족하다'…동반질환 시대의 심부전 치료 전략
무티아 바두가나탄 하버드 의대 교수(좌)와 바이엘 심부전 메디컬 어페어 총괄 루카스 호프마이스터 박사(오른쪽, 사진제공: 바이엘).
심부전 세션에서는 박출률 보존 심부전(HFpEF)과 만성 신장 질환(CKD)을 동반한 환자군에 대한 논의가 활발했다.
바이엘은 미네랄로코르티코이드 수용체(MR)의 과도한 활성화가 심장과 신장의 섬유화 및 염증을 유발한다는 점에 주목해 왔다.
심부전 분야의 세계적 권위자인 무티아 바두가나탄(Muthiah Vaduganathan) 하버드 의대 교수는 "심부전 환자의 75% 이상이 최소 한 가지 이상의 동반 질환을 앓고 있으며, 퇴원 후 1년 내 재입원 또는 사망률이 73%에 달할 정도로 예후가 좋지 않다"며 "심장과 신장을 동시에 보호할 수 있는 정밀한 치료 접근법이 표준 치료(Standard of Care)로 자리 잡아야 한다"고 역설했다.
이에 대해 바이엘의 심부전 메디컬 어페어 총괄 루카스 호프마이스터(Lucas Hofmeister) 박사는 "바이엘은 치료 가능한 모든 단계의 심부전을 타깃으로 포트폴리오를 확장하고 있다"며 "이미 허가된 약물뿐만 아니라, 애스크바이오(AskBio)를 통해 개발 중인 유전자 치료제 등 '단 한 번의 치료(One-time intervention)'로 심부전의 근본 원인을 해결하려는 시도가 2상 임상 단계에서 순항 중"이라고 덧붙였다.
전립선암, 정밀 항암의 정점을 찍다: TRT의 잠재력
항암 분야에서는 전립선암 치료의 새로운 패러다임인 ‘표적형 방사성동위원소 치료(Targeted Radionuclide Therapy, 이하 TRT)’가 주인공이었다.
TRT는 암세포 표면의 특정 단백질(예: PSMA)에 결합하는 화합물에 방사성 동위원소를 실어 보내, 암세포만 선택적으로 정밀 타격하는 방식이다.
바이엘 항암제사업부 제품 팀 리드인 에두아르 가살 박사.
바이엘 항암제사업부 제품 팀 리드인 에두아르 가살(Eduard Gasal) 박사는 "전립선암은 미국 남성 암 발생 1위, 전 세계 2위인 질환으로, 초기 치료에 실패한 전이성 거세 저항성 전립선암(mCRPC) 환자의 생존 기간은 여전히 3년 미만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바이엘이 개발 중인 차세대 PSMA 타깃 TRT 프로그램은 환자 개개인의 암세포 특성에 맞춘 ‘개별화된 정밀 의료’의 정점"이라며 "기존 치료제에 내성을 보이는 환자들에게 새로운 치료 기회를 제공할 뿐만 아니라, 방사선 치료의 부작용을 최소화하면서도 치료 효과를 극대화하는 결과를 기대하고 있다"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현장 쇼케이스에서는 TRT가 어떻게 체내에서 이동해 암세포를 공격하는지를 보여주는 가상 시뮬레이션이 시연됐다.
특히 바이엘이 개발 중인 PSMA 표적 TRT는 알파(α) 입자를 방출하는 방사성 동위원소인 악티늄-225(Actinium-225)를 기반으로 한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가살 박사는 이와 관련해 "알파 입자는 매우 짧은 거리에서 강력한 에너지를 전달해 암세포의 DNA를 직접 파괴할 수 있다"며 "이러한 특성은 종양 세포에 선택적으로 작용하면서도 주변 정상 조직에 대한 영향을 최소화할 수 있는 기반이 된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알파 입자는 DNA 이중가닥 절단(double-strand break)을 유도하는 고강도 손상을 일으켜, 세포가 복구하기 어려운 수준의 손상을 남기고 결국 암세포 사멸로 이어진다. 이는 기존 항암제나 베타(β) 방사성 치료와는 다른 작용 기전으로, 치료 저항성이 발생한 상황에서도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이유로 꼽힌다.
가살 박사는 "전립선암 환자들은 치료 과정에서 여러 라인을 거치며 결국 약물 내성이라는 한계에 직면하게 된다"며 "TRT는 이러한 상황에서 기존 치료의 한계를 넘어설 수 있는 새로운 옵션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또한 TRT의 가능성은 단일 치료제에 그치지 않는다. 바이엘은 이를 하나의 ‘플랫폼’으로 확장해 다양한 암종으로 적용 범위를 넓히고, 기존 치료법과의 병용을 통해 시너지를 창출하는 전략을 구상하고 있다.
가살 박사는 "차세대 PSMA 표적 방사성의약품 프로그램은 전립선암 치료에 대한 우리의 지속적인 의지를 보여주는 것"이라며 "정밀하고 개인맞춤형 치료를 통해 많은 환자의 치료 결과를 변화시킬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결국 PSMA를 정밀 타깃으로 삼고 알파 방사성 동위원소를 결합한 TRT는 전립선암 치료를 ‘약물 중심’에서 ‘정밀하게 설계된 방사선 치료’로 전환시키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는 단순한 치료 옵션의 추가를 넘어, 정밀의료 시대 항암 치료의 새로운 방향성을 제시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분자 이미징, 보이지 않는 적을 '시각화'하다
정밀 항암의 성공을 뒷받침하는 것은 '정확한 진단'이다. 바이엘은 방사선 의학 분야의 강점을 살려 분자 이미징 기술을 고도화하고 있다. 어떤 환자에게 특정 표적 항암제가 효과적일지를 미리 파악하는 ‘동반 진단’ 기술은 의료 자원의 낭비를 줄이고 환자의 치료 효율을 높이는 핵심 요소다.
크리스틴 로스(Christine Roth) 수석 부사장은 "우리는 약물을 개발하는 동시에 그 약물이 가장 잘 작용할 환자를 찾아내는 이미징 기술을 함께 완성하고 있다"며 "이는 바이엘만이 가진 독보적인 통합 의료 솔루션이며, 진단부터 치료까지 이어지는 전 과정에서 환자의 접근성을 높이는 데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소개된 바이엘의 파이프라인은 단순히 '더 나은 약'을 만드는 수준을 넘어 있었다. 질환이 발생하는 생물학적 기전(Pathway)을 분자 단위에서 분석하고, AI와 정밀 의료 기술을 결합해 오차 없는 치료를 지향하고 있었다.
특히 강연자들이 공통으로 강조한 것은 '환자의 삶의 질(Quality of Life)'이었다. 단순히 생존 기간을 몇 개월 늘리는 것에 만족하지 않고, 치료 과정에서의 고통을 줄이고 일상으로의 복귀를 앞당기려는 그들의 집념이 엿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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