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인 한국농어촌공사 전북지역본부장
전북특별자치도의 농촌이 새로운 전환의 시기를 맞고 있다. 과거 농촌은 식량 생산의 중심지로만 여겨졌지만, 지금은 인구 감소와 난개발이라는 복합적인 문제 속에서 지역 공동체의 지속 가능성마저 위협받고 있다. 마을 인근에 무질서하게 들어선 공장과 축사, 오랫동안 방치된 빈집들은 농촌의 생활환경을 악화시키며 주민들의 삶의 질을 떨어뜨리고 있다.
하지만 변화의 가능성도 함께 열리고 있다. 최근 시행된 「농촌공간 재구조화 및 재생지원에 관한 법률」은 농촌의 미래를 새롭게 설계할 수 있는 중요한 계기가 되고 있다. 특히 지역 특성에 맞는 ‘농촌특화지구’ 조성은 농촌 공간을 보다 체계적으로 관리하고, 지역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핵심 전략으로 주목받고 있다.
지방소멸 문제의 본질은 결국 ‘사람이 머물 수 있는 환경’의 부족에 있다. 청년층이 농촌을 떠나는 가장 큰 이유 역시 안정적인 일자리와 주거 여건이 충분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동안의 무분별한 개발은 농촌 고유의 경관과 정체성을 약화시켰고, 이는 다시 청년 유입 감소로 이어졌다. 이제는 농촌 공간을 기능별로 구분하고 체계적으로 관리하는 정책 전환이 필요하다. 생활 공간은 보호하고, 산업 기능은 효율적으로 집적화하는 방향으로 농촌 공간을 재편해야 한다.
전북은 대한민국 농업의 중심지로서 풍부한 잠재력을 갖고 있다. 동부권의 산악지대, 서부권의 평야지대, 서남권의 해안지역 등 권역별 특색이 뚜렷하고, 지역마다 차별화된 농특산물을 보유하고 있다는 점은 전북만의 강점이다. 이러한 자연환경과 산업적 특성을 연계한 농촌특화지구 모델은 다른 지역과 차별화된 경쟁력이 될 수 있다.
무엇보다 농촌특화지구의 성공 여부는 청년들이 실제로 정착할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 이를 위해서는 주거와 일자리, 생활 기반이 함께 마련돼야 한다.
첫째, 농촌마을보호지구와 청년농촌보금자리의 결합으로 청년 친화형 주거환경 조성이 필요하다. 노후화된 농촌 마을을 체계적으로 정비하고, 청년층을 위한 공공형 주거단지와 보육·돌봄 시설을 함께 구축해야 한다. 생활 인프라가 안정적으로 갖춰질 때 청년들은 농촌을 단순한 일터가 아니라 삶의 공간으로 받아들일 수 있다.
둘째, 농촌융복합지구를 활용한 스마트농업 기반의 창업 생태계를 확대해야 한다. 초기 투자 부담이 큰 청년 농업인을 위해 임대형 스마트팜 단지를 조성하고, 이를 생산·가공·유통·관광이 연계된 지역 산업 모델로 발전시켜야 한다. 농업 역시 첨단기술과 경영 역량이 결합된 미래 산업으로 전환돼야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
셋째, 지역 자원을 활용한 청년 창업 지원도 중요하다. 전북의 농특산물을 기반으로 푸드테크, 로컬브랜드, 문화·관광 콘텐츠 등 다양한 분야의 창업이 가능하도록 제도적 지원과 규제 개선이 함께 추진돼야 한다. 농촌에서도 충분히 새로운 산업과 일자리가 만들어질 수 있다는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
농촌특화지구는 단순한 공간 개발 정책이 아니다. 이는 농촌의 삶과 산업, 공동체를 다시 연결하고 지속 가능한 지역으로 재탄생시키는 과정이다. 전북특별자치도가 이러한 변화를 선도적으로 만들어간다면, 대한민국 농촌 정책의 새로운 방향을 제시하는 대표 사례가 될 수 있을 것이다.
김동인 한국농어촌공사 전북지역본부장
김동인 한국농어촌공사 전북지역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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