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 “반발에도 회피하지 않겠다”
경북 고령농·상속농지 판단 기준에 촉각
▲ 이재명 대통령 엑스 캡처.
정부의 농지 전수조사를 둘러싼 농촌의 반발에도 조사 자체는 예정대로 추진될 전망이다.
다만 고령과 질병, 상속 등 농촌 현실에서 비롯된 농지 이용까지 투기와 동일하게 처리하지 않겠다는 보완책이 제시되면서 경북 농가의 관심은 ‘전수조사를 하느냐 마느냐’에서 ‘어디까지 투기로 보고 어디까지 농촌 현실에 따른 관행적 위반으로 구분하느냐’로 옮겨가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은 23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방문 중 자신의 엑스(X·옛 트위터)를 통해 “농지투기 방지와 제대로 된 농지활용을 위해 농지전수조사는 꼭 필요하다”며 조사 추진 의지를 재확인했다.
이 대통령은 “경자유전과 이를 지키기 위한 정부의 노력은 헌법, 즉 국민의 명령”이라며 “저항과 반발 때문에 모든 정부가 회피했지만 저는 회피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농사를 짓겠다고 신고해 농지를 취득한 뒤 실제 영농 없이 땅값 상승을 기다리며 방치하거나 불법 임대하는 투기성 농지에 대해서는 법에 따라 조치해야 한다는 입장도 분명히 했다.
반면 고령농과 상속농지 등에 대해서는 선을 그었다.
이 대통령은 “농사를 짓다 고령으로 못 짓는 경우나, 상속을 받은 농지는 (처분의) 대상이 아니다”라며 오해하지 말아달라고 당부했다.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에게도 정책을 충분히 설명해 오해가 없도록 해달라고 주문했다.
정부와 여당이 지난 21일 내놓은 후속대책도 같은 방향이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실제 영농 의사 없이 시세차익이나 개발이익을 목적으로 농지를 취득·소유하는 등 투기가 명백한 농지는 법과 원칙에 따라 조치하되, 농촌 현실에서 발생한 관행적 위반은 정상화·양성화하기로 했다.
토지거래허가구역에서 거짓 영농계획으로 농지를 취득한 뒤 무단 휴경하거나 불법 임대한 경우, 농업법인이 농지를 취득한 뒤 부동산업을 하는 경우 등은 명백한 투기 사례로 제시했다.
그러나 고령이나 질병으로 직접 농사를 짓기 어려워졌거나 상속받은 농지는 다르게 처리한다.
농식품부는 현행 농지법상 요건을 갖춘 고령·질병·상속 농지의 임대차는 전수조사에 따른 처분 대상이 아니라고 설명했다. 또 조사에서 휴경이나 임대차 위반이 확인되더라도 명백한 투기 사례가 아니라면 먼저 자진 정비할 기간을 주고, 필요하면 농지은행에 임대 또는 관리를 위탁하는 방식으로 처분의무 부과를 유예할 방침이다.
농촌이 민감하게 반응한 배경에는 전수조사 기본조사 결과가 있다.
정부가 지난 7월 말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조사 대상 136만㏊에 대한 기본조사가 97% 진행된 가운데 27%가 위반 의심 사례로 분류됐다. 그러나 이는 농지법 위반이 확정됐다는 의미가 아니다. 정부 역시 현재 현장 확인 중심의 심층조사를 진행하고 있으며 최종 조사 결과는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고 밝히고 있다.
농촌 현장에서는 전수조사의 취지에는 공감하면서도 조사 기준과 실제 적용 방식에 대한 우려가 이어지고 있다.
지난 22일 충남 홍성에서 열린 농업인 간담회에서도 농지 거래 감소와 가격 하락 우려, 복잡한 농촌의 소유·임대차 구조를 조사에 충분히 반영해야 한다는 요구가 제기됐다. 농민들은 사전 설명이 부족하고 조사 기준이 명확하지 않다는 의견도 내놨다.
특히 고령화와 인구 감소가 심각한 경북 농촌에서는 농지 소유자와 실제 경작자가 다른 현실을 조사 과정에서 어떻게 판단할지가 중요한 문제로 떠오를 수밖에 없다.
고령으로 직접 농사를 짓기 어려워 이웃이나 다른 농민에게 경작을 맡긴 경우, 자녀가 상속받은 농지를 지역 농민이 경작하는 경우 등 농촌에서 현실적으로 발생하는 다양한 농지 이용 형태를 투기성 불법 임대와 어떻게 구분할지가 관건이다.
정부 역시 이 같은 문제를 인정하고 있다. 농식품부는 고령·질병·상속 등 농촌의 불가피한 사정을 투기 목적의 농지 취득과 동일하게 보지 않겠다는 원칙을 밝히고, 올해 말까지 조사 결과를 토대로 일반적·경미한 위반과 중대한 투기적 위반을 구분해 처리한다는 방침이다.
결국 정부는 농촌의 반발에도 농지 전수조사 자체를 철회하거나 중단하지 않겠다는 방침을 분명히 했다. 대신 명백한 투기는 법과 원칙에 따라 처리하고 고령·상속 등 불가피한 사정과 농촌의 관행적 위반에는 정상화할 길을 열어주는 방향으로 보완책을 마련하고 있다.
경북 농가의 불안이 실제로 가라앉을지는 앞으로 현장에서 적용될 구체적인 판단 기준에 달렸다. 투기성 농지를 가려내겠다는 원칙을 지키면서도 고령화와 일손 부족이라는 농촌의 현실을 얼마나 정교하게 구분해낼지가 농지 전수조사의 다음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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