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 농어촌유학이 놀라운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2022년 27명으로 첫발을 뗀 이 사업은 올해 1학기 333명으로 불어났다. 불과 4년 만에 12.3배 급성장한 수치다. 참여 학교도 6개교에서 44개교로, 대상 지역도 4개 군에서 13개 시군으로 확대됐다. 해마다 기록을 새로 쓰는 이 성장 곡선은 단순한 교육 정책의 성공을 넘어, 인구 소멸 위기에 처한 전북 농촌의 생존 가능성을 보여주는 희망의 신호다.
주목할 점은 유학생의 출신지다. 전체 333명 가운데 경기 119명, 서울 104명, 인천 19명 등 수도권이 242명으로 전체의 73%에 달한다. 과밀학급과 치열한 경쟁 교육에 지친 수도권 학부모들이 스스로 전북의 작은 학교를 선택하고 있다는 뜻이다. 진안 조림초의 숲체험·아토피 건강지원, 순창 적성초의 1인 1악기·영화 캠프, 정읍 이평초의 AI·탄소중립 교육 등 각 학교가 저마다의 특색 프로그램으로 학생들을 끌어들이고 있다는 사실도 의미심장하다. 작은 학교이기에 오히려 가능한 밀착 교육이 경쟁력이 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농어촌유학이 진정한 지역 활력 모델로 뿌리내리려면 넘어야 할 과제가 적지 않다. 무엇보다 주거 인프라 확충이 시급하다. 가족체류형 유학의 경우 월 30~50만원의 체재비를 지원하고 있지만, 정작 거주할 공간이 부족한 농촌 현실에서 이 지원이 실효를 거두기 어렵다. 유학생 가정이 안정적으로 정착할 수 있는 공공 임대주택과 생활 편의시설 확보가 병행돼야 한다.
지속 가능성 확보도 핵심 과제다. 현재 유학생의 상당수가 1~2년 단기 체류에 그칠 경우, 학교와 지역 공동체에 형성된 유대가 쉽게 허물어진다. 2022년 첫 참여 학생 가운데 4명이 현재까지 재학 중이라는 사실은 고무적이지만, 장기 정착을 유도하는 더 강력한 인센티브 설계가 필요하다.
농어촌유학은 "단순한 전학이 아닌 삶의 전환"이다. 아이들만의 이야기가 아니라 가족 전체가 삶의 방식을 바꾸는 결단이다. 전북도와 교육청, 각 지자체는 이 결단에 응답할 책임이 있다. 행·재정 지원 확대를 넘어, 농어촌유학을 전북 인구 정책의 핵심 축으로 격상시키는 전략적 접근이 요구된다. 소멸 위기의 작은 학교들이 되살아나고 있다. 이 흐름을 놓쳐서는 안 된다.
전라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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