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형주 농산업융합연구원 대표수년에 걸친 숙의와 산고 끝에 '농수산물 온라인 도매거래 촉진에 관한 법률'이 제정돼 공포됐다. 그간 규제 샌드박스라는 틀 안에서 조심스럽게 첫발을 뗀 온라인도매시장이 이제는 든든한 법적 토대 위에서 본격적인 항해를 시작하게 됐다.현재 우리 농산업은 일상화된 기후변화의 위협과 고령화, 농가 인구 감소라는 거센 파도를 맞이하고 있다. 여기에 수입 증가와 급변하는 소비 트렌드까지 더해져 지속가능한 미래를 위한 혁신은 선택이 아닌 생존의 문제가 됐다. 많은 전문가가 강조하듯 이 난관을 극복할 유일한 해법은 '디지털 전환(DX)'에 있다. 특히 생산부터 소비까지 농산업 가치사슬의 중앙에 위치해 서로의 간극을 메우고 연결하는 역할을 수행하는 유통 부문의 디지털 혁신은 그 출발점이 될 것이다. 향후 온라인도매시장의 발전이 유통의 효율화를 넘어 한국 농산업 전반의 디지털 전환을 추동할 핵심 인프라스트럭처가 될 것이라고 기대하며 이번 법안 제정을 진심으로 환영한다.농식품 유통의 변화 방향에 대한 현장의 질문에 필자는 늘 '유통(流通)은 점차 줄어들고 통유(通流)가 늘어날 것이며, 그것이 미래 유통이 될 것'이라고 답해왔다. 기존의 농산물 유통은 흘러온 것을 통하게 하는 활동이었다. 즉 생산자가 과거의 경험, 직관, 관행 등을 기반으로 생산해 출하(流)한 것을 수요자와 연결(通)하게 하는 활동이다. 가장 대표적인 유통경로가 농산물 도매시장이며, 경매가 바로 생산자와 구매자를 통하게 하는 대표적인 방법이다.그렇다면 통유(通流)는 무엇인가? 이미 통한 것 또는 통할 것이 흘러오도록 하는 활동이다. 빅데이터와 인공지능을 기반으로 수요의 변화를 파악하고 이를 생산자에게 전달해 적시, 적가, 적품, 적량의 농산물을 생산하고 상품화해 출하하도록 유도하는 활동이다. 유통(流通)이 '先물류 後거래' 방식이라면, 통유는 '先거래 後물류'의 지능형 모델이라고 할 수 있다. 온라인도매시장은 이러한 '미래형 유통'으로의 진화를 촉진하는 탄력적인 플랫폼으로 성장할 것이다.농산물 유통의 효율화는 거래의 흐름(상류), 물건의 흐름(물류), 정보의 흐름(정류)의 삼박자가 통합적으로 달성돼야 실현된다. 이번 법률 제정으로 상류에 대한 법적 기반이 확고해졌으며 거점물류센터와 품질관리사 제도 등 물류와 정류를 고도화하기 위한 제도적 정비도 이뤄졌다. 이제 제도적 변화를 실질적인 성과로 연결하기 위한 현장 맞춤형 혁신이 필요하다.첫 번째가 상·물 분리 거래에 기반한 물류의 효율화다. 과거 개별 유통단계 및 유통지점의 물류 효율화를 추진해왔던 일본의 경우 최근 산지유통 간, 산지유통과 도매시장 간, 도매시장 간 협업을 통한 물류 효율화로 큰 방향을 선회해 상당한 성과를 창출하고 있다. 우리도 유통주체 간 협업 기반의 공동물류 체계를 온라인도매시장을 중심으로 확장해 나가야 한다.두 번째가 신뢰할 수 있는 품질인증 체계 구축이다. 현물 확인 없이도 신뢰하고 거래할 수 있는 객관적인 품질정보 체계는 온라인 거래 확대를 위한 필수 인프라다. 제스프리, 돌과 같은 글로벌 유통업체의 경우 이미 수년 전부터 모바일 기반의 품질인증 체계를 활용하고 있다. 신설되는 온라인도매시장 품질관리사 제도와 연계해 AI 기반의 정교한 품질판정 및 인증 등을 결합해 농산물 비대면 거래에 대한 신뢰 기반을 강화해 나가야 한다.디지털 전환은 기존의 관행을 허물고 새로운 효율을 창출하는 과정이다. 전환 과정에서 관행적 수익 기반이 일부 흔들리거나 새로운 경쟁 구조가 발생하는 리스크도 발생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거대한 변화의 흐름 앞에서 스스로 혁신하지 않으면 결국에는 도태된다. 이번 법률 제정은 그 여정의 시작을 알리는 신호탄이다. 해법은 변화를 필수적인 것으로 받아들이고 스스로 혁신의 주체가 되는 것이다.[성형주 농산업융합연구원 대표]
"농산물 유통, 온라인 도매시장으로 디지털 전환해야" [기고]
신설되는 온라인도매시장 품질관리사 제도와 연계해 AI 기반의 정교한 품질판정 및 인증 등을 결합해 농산물 비대면 거래에 대한 신뢰 기반을 강화해 나가야 한다. 디지털 전환은 기존의 관행을 허물고 새로운 효율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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