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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녹색세상]생태법인이 필요한 시대

최근 동식물들이 피해를 입고, 산과 강이 훼손되는 사례가 늘면서 생태법인 논의가 부각되고 있다. 생태법인은 인간 중심의 법체계를 넘어 자연물의 법적 권리를 인정하려는 제도이다. 자연물이 법인격을 갖게 되면 권리의 주체가 돼 소송의 당사자가 될 수 있다.

[녹색세상]생태법인이 필요한 시대

최근 동식물들이 피해를 입고, 산과 강이 훼손되는 사례가 늘면서 생태법인 논의가 부각되고 있다. 생태법인은 인간 중심의 법체계를 넘어 자연물의 법적 권리를 인정하려는 제도이다. 자연물이 법인격을 갖게 되면 권리의 주체가 돼 소송의 당사자가 될 수 있다.

인간이 아닌 법인에 법인격을 부여한 것은 현대 자본주의 경제의 핵심동력으로 작용했다. 회사 등 법인이 법인격을 가지게 되면서 회사가 빚을 지더라도 주주들은 자신이 투자한 돈만 잃을 뿐, 개인 재산으로 회사의 빚을 갚을 의무가 없게 되었다. 이와 같은 유한 책임 덕분에 기업은 수많은 사람으로부터 거액의 자본을 안전하게 모아 거대기업을 운영할 수 있게 됐다.

자연물에 법인격이 인정되지 않는 현재는 자연물은 법인격이 없는 물건(재산)에 불과하다. 예를 들어 한강이 오염되어 물고기가 죽어도 물고기들은 스스로 소송을 걸 수 없다. 하지만 자연물이 법인격을 가지게 되면 한강 물고기들도 물건이 아니라 하나의 독립된 법적 주체로 격상돼 오염시킨 대상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

생태법인에 대한 개념은 다소 생소할 수 있지만 이미 세계적으로는 매우 활발하게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 2008년 에콰도르는 헌법을 개정하면서 자연의 권리를 헌법에 명문화했다. 2017년 뉴질랜드도 마오리 부족의 젖줄인 왕가누이강에 인간과 동등한 법적 지위를 부여했다. 우리나라도 제주도를 중심으로 남방큰돌고래를 대한민국 1호 생태법인으로 지정하기 위해 제주특별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남방큰돌고래의 생태법인 추진은 여러 가지 사정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국회에서는 자연환경을 관리 대상이 아닌 권리 주체로 인정하려는 입법 취지가 타당하다고 보면서도 기존 인간 중심의 민법 및 헌법 체계와 어떻게 균형을 맞출지 면밀한 분석이 필요하다는 신중한 입장이다. 기존 환경보호 제도와의 중복성 문제도 해결해야 할 과제이다. 지역 어민 등 이해당사자들과의 관계도 쉽지 않다. 지역 어민들은 남방큰돌고래의 생태법인이 인정될 경우 해상풍력발전시설 설치 곤란, 선박 운행속도 및 경로 제한, 어업활동 곤란 등 여러 가지 문제가 발생할 것을 우려하고 있다.

이런 문제들을 다시 한번 생각해보면 그동안 우리는 자연이 당하는 피해와는 상관없이 자연을 통해 얻는 편익을 사람 중심으로만 받아들인 것에 대해 반성하지 않을 수 없다. 결국 우리가 누리는 편익은 자연의 희생 덕임에도 불구하고, 이에 대한 배려와 대책이 너무 적었던 것에 대한 반성과 책임, 대책이 필요하다. 생태법인이 바로 인정되거나 시행되는 것은 어려움이 있겠지만, 최소한 반드시 지켜야 할 자연물에 대해서는 기존의 환경보호 제도를 넘어 더 적극적으로 보호할 수 있도록 법인격을 인정하고 같이 공존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 자연물에 법인격이 인정될 경우 법적으로 법인격을 인정받지 못하는 자연물에 대해서까지도 사람들의 관심과 존중이 더 성숙해질 것으로 기대된다.

생태법인 운동은 그동안 인간과 기업(법인)에만 주었던 법적 권리를 이제는 심각한 위기에 처한 자연물(동식물, 산과 강, 바다 등)에도 부여해 자연 스스로 자연을 지키게 하자는 인간과 자연 공존의 가장 중요한 시도라고 할 수 있다.

오충현 동국대 융합환경과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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