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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노트북] The buck stops here

지난 주말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영화 ‘오펜하이머’를 다시 봤다.

[노트북] The buck stops here

마주영 정치부 기자

지난 주말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영화 ‘오펜하이머’를 다시 봤다. 자신이 개발한 핵폭탄의 위력을 깨달은 오펜하이머가 트루먼 대통령을 찾아 “내 손에는 피가 묻어 있다”고 자책하자, 그는 “사람들은 나가사키에 떨어진 핵폭탄을 만든 이가 아니라 사용한 사람을 기억한다”며 순진한 과학자를 향해 냉소를 지어 보였다. 전쟁의 잔혹함을 보여주는 동시에 한 나라의 수장이 짊어지는 책임의 무게를 느끼게 하는 장면이다. 실제 트루먼 대통령의 집무실 책상에는 ‘모든 책임은 내가 진다(The buck stops here)’고 쓰인 명패가 항상 올려져 있었다고 한다.

경기도의 수장이 된 추미애 경기도지사는 경기도의 재정난을 책임지겠다고 나섰다. 추 지사는 취임 직후 도가 오는 2038년까지 갚아야 할 지방채와 기금 차입 상환액이 총 7조415억원에 달한다는 점을 짚었다. 그는 ‘경기도 재정 비상 상황’을 선언했고, 도는 올해 2회 추가경정예산안을 편성하면서 5천억원대 세출 구조조정을 단행했다. 추 지사가 재정난이 해결되기 전까진 자신이 공약한 사업마저 포기하겠다고 밝힐 때는 결연한 의지가 읽히기도 했다.

문제는 책임을 바라보는 태도다. 도 안팎에서는 추 지사를 두고 ‘일방통행’과 ‘불통’ 행정을 하고 있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도정 살림을 함께 꾸리는 도의회에서는 여야 가릴 것 없이 “소통 정상화”를 요구하는가 하면, 도 청원에는 “(추 지사의)불통 행보가 도민의 삶에 얼마나 치명적인 위협이 되는지 알 수 있다”는 내용의 추 지사 사퇴 청원글이 등장하기도 했다.

모든 책임을 내가 진다는 말은 내가 책임을 질테니 내 결정을 무조건 따르라는 뜻이 아니다. 트루먼 대통령의 격언이 새겨진 명패는 윤석열 전 대통령의 집무실 책상에도 놓여 있었다. 리더가 자신이 짊어진 책임의 뜻을 착각하고 내놓은 오판을 우리는 알고 있다. 모든 책임을 져야 하는 만큼, 판단을 내리기 전 충분히 보고 듣고 고민해야 할 것이다. 책임을 지는 것이 의사결정 과정을 독점할 수 있는 권리라고 생각하면, 결단은 독단이 된다.

/마주영 정치부 기자 mango@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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