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국제공항, 연합뉴스
엔화 가치가 2023년 11월 이후 최저 수준으로 떨어지면서 일본행 항공권 수요가 눈에 띄게 달아오르고 있다. 환율이 여행 경비를 직접 깎아주는 구조인 만큼 ‘지금 안 가면 손해’라는 심리가 빠르게 번지는 모양새다.
2일 하나은행에 따르면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엔 환율은 이날 장중 100엔당 854.13원까지 내려앉았다. 올해 6월 5일 연고점인 974.62원을 기록한 뒤 3개월도 채 안 돼 12% 넘게 떨어진 수치다. 달러 대비 엔화도 달러당 159엔대에서 거래되며 40년 만의 최약세 국면을 이어가고 있다.
10만 엔 환전에 12만 원 절약
환전 효과는 즉각 체감된다. 10만 엔을 바꾸는 데 6월 초에는 97만 원 안팎이 필요했지만 현재 환율에서는 85만 원 선에서 해결된다. 같은 돈을 일본 현지에서 쓰더라도 환율 차이만으로 12만 원가량을 아끼는 셈이다. 이는 인천-도쿄 간 저비용항공사(LCC) 편도 요금과 맞먹는 금액이다.
스카이스캐너 데이터에 따르면 올해 한국에서 도쿄까지 왕복 항공권 평균 비용은 36만 원 수준이며, 이스타항공 등 일부 LCC는 편도 11만 원대 특가를 내놓기도 했다. 엔저가 여행 결심을 앞당기는 촉매로 작용하고 있는 셈이다.
수요는 통계로 이미 확인된다. 일본정부관광국(JNTO)에 따르면 올해 1~7월 누적 방일 한국인은 656만 9800명으로 전년 동기보다 20.3% 늘었다. 7월 한 달에만 89만 4700명이 일본을 찾아 전년 동월 대비 31.9% 증가했으며, 7월 기준 역대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
JNTO는 한국인 방일객 증가 배경으로 새로 추가된 공휴일에 따른 연휴와 여름 방학, 항공 좌석 수 증가를 꼽으면서 원·엔 환율 하락도 여행비 부담을 낮추는 요인으로 작용했다고 분석했다.
같은 기간 한국을 찾은 외국인 관광객도 역대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올해 1~7월 방한 외국인은 누적 1280만 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1.3% 늘었다.
日, 출국세 3배 인상…4인 가족이면 추가 부담 11만 원
다만 마냥 웃을 수만은 없다. 일본 정부는 2026년 7월부터 국제관광여객세를 현행 1인당 1000엔에서 3000엔으로 3배 인상했다. 오버투어리즘(과잉 관광) 대응과 관광 인프라 확충을 위한 조치다. 이에 따라 2026회계연도 관련 세수는 전년 대비 2.7배인 1300억 엔(약 1조 2000억 원)으로 불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2026년 7월 1일 이후 일본에서 출국하는 일정이라면 발권 시점에 따라 3000엔 세율이 적용된다. 4인 가족이 함께 여행할 경우 출국세만으로 1만 2000엔, 원화로 약 10만 원의 추가 부담이 생기는 셈이다. 도쿄와 교토 일부 지역에서는 현지 주민과 관광객에게 다른 요금을 매기는 이중가격제도 확산되는 추세다.
관광업계 전문가들은 일본 관광정책이 외국인을 더 많이 끌어들이는 단계에서 몰려든 관광객에게 혼잡과 보전 비용을 나눠 부담시키는 단계로 넘어가고 있다고 진단했다.
엔저 기조가 언제까지 이어질지도 관심사다. 일본은행은 통화 약세와 수입 주도 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 속에서 9월 금리를 인상할 것으로 점점 더 예상되고 있다. 금리 인상이 현실화하면 엔화 가치가 반등해 지금과 같은 환율 메리트가 빠르게 줄어들 수 있다.
여행업계에서는 엔저 수혜와 출국세 인상이 동시에 맞물린 지금 시점이 비용 대비 효과 면에서 오히려 유리할 수 있다면서도, 일본은행 통화정책 변화 여부를 주시하며 예약 타이밍을 잡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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