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향신문 독자위원회 10월 정기회의
지난 7일 경향신문 회의실에서 독자위원회 10월 회의가 열리고 있다. 정지윤 선임기자
경향신문 독자위원회 위원들이 지난 7일 서울 정동 본사에서 10월 정례회의를 했다. 심석태 독자위원장(세명대 저널리즘대학원 특임교수)이 주재한 이날 회의에는 김용(한국교원대 교수), 김예희(다인세무회계사무소 대표회계사), 오용석(녹색전환연구소 부소장), 조윤희(법무법인 이채 변호사), 허윤철(한국인터넷신문협회 사무총장) 위원이 참석했다. 김희진(돌고래 출판사 대표) 위원은 서면으로 의견을 냈다.
■ ‘내 사건에 내 자리를’ 기획시리즈 탁월
조윤희=‘내 사건에 내 자리를’ 기획시리즈는 형사소송법 개정 이후 피해자가 절차에서 소외된 문제를 집중적으로 다뤘다. 지난 회의에서 피해자 참가제도를 비롯해 피해자 권리를 형사 절차상 보강하는 방향으로 다루면 좋겠다는 의견을 냈는데, 이 기획은 피해자, 변호사, 학자까지 의견을 두루 청취하고 필요한 내용을 잘 담아서 정리한 기사였다. 현행법에서는 기록 등사 권한을 포함해 당사자가 사건에 관해 알고, 접근하고, 절차 통지를 받고, 그 과정에서 의견을 진술하는 등 참여에 모두 제한이 많은 상황이다. 피해자의 권리, 특히 헌법상 권리 주체의 측면에서 실무적으로 어떤 부분이 부족한지 잘 정리됐다. 향후 구체적인 개선안까지 다뤄주면 좋겠다.
9월1일 경향신문 사설을 재가공한 ‘플랫’의 <성소수자 지운, 교육부의 혐오 예방 가이드라인>을 비롯한 일련의 문제의식도 훌륭했다. 교육부가 성소수자 가이드라인을 민원 때문에 넣기 어렵다며 지연된 상황을 두고 국가가 아동청소년 보호 의무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구체적으로 어떤 문구가 문제인지, 어떤 주체가 민원을 제기하는지를 명확하게 드러냈으면 좋았을 것이다. 아우팅이나 2차 피해 우려 때문인지 학교 현장 교사나 성소수자 등 당사자 목소리가 들어가지 않은 점도 아쉽다. 아동청소년에 대한 헌법적인 요청이라고도 할 수 있는 이 사안과 관련해 앞으로도 좋은 보도를 기대한다.
김용=이 같은 ‘반대 민원’은 주로 교회 쪽에서 나온다. 기사에 ‘보수단체’라고 돼 있는데 종교단체라고 쓰기는 부담스러운지 궁금하다.
조윤희=<신상공개 성범죄자 ‘소재 불명’ 느는데…재범 통계 없고, 기관별 연계 부족>(9월24일자) 단독기사는 문제의식은 정말 좋은데 법적으로 다른 개념을 조금 혼동한 듯하다. 신상정보 등록과 신상정보 공개의 표현을 엄밀하게 구분할 필요가 있다. <“담배 사다 줄 테니 입던 속옷 줄래?”…정부, 청소년 술·담배 대리구매 계정 56개 수사 의뢰>(9월30일)는 좋은 발굴이다. 다만 대리구매 문제에서 성을 사기 위해 유인 또는 권유하는 행위 또한 처벌 대상이 된다는 점을 더 세밀하게 다뤘다면 좋았을 것이다.
■ 주장 인용 때 발화자 수용성 살펴야
심석태=언론사의 얼굴인 사설은 깊이와 무게감, 설득력을 겸비해야 한다. <넘치는 초과세수, 국가채무 상환에도 쓰여야>(9월29일자) 사설의 경우 상당히 균형을 잡으려고 애쓴 느낌이다. 진보언론은 통상 당장의 수지 균형보다 복지 등에 돈을 적극적으로 쓰자는 쪽에 무게를 두는 경향이 있는데 이 사설은 균형을 잘 잡은 것 같다. 반면 몇몇 사안은 아쉽다. 9월3일자 사설 <“공소취소 밀어붙이면 낭패”라는 조국의 경고>는 내용은 의미 있는 지적이나, 왜 그런 내용을 특정인의 발언을 전하는 방식으로 다뤘는지는 의문이다. 자칫하면 발언의 내용보다 발화자가 더 주목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공소취소와 관련해 태도를 바꿨다는 논란도 있는 사람의 발언을 바탕으로 사설을 쓰는 것은 메시지 자체의 설득력을 떨어뜨릴 수 있다. 정치인 등의 발언을 함부로 가져다 쓰는 경우 메시지에 대한 독자의 수용성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했으면 좋겠다.
<대법관들 급여 외 보수 연 8000만원 받았다>(9월30일자)도 생각해볼 부분이 있다. 대법관은 장관급인데 연봉 얘기를 할 때는 급여와 수당체계를 잘 살펴봐야 한다. 일반 회사도 기본급에 여러 수당이 붙는데 기본급만 갖고 연봉이라고 하지는 않는다. 대법원과 여당의 긴장 관계 속에서 나오는 주장을 맥락을 무시하고 그대로 가져다 쓰면 의도와 달리 대법원 공격에 동원되는 기사가 될 수 있다. 급여 외에 받았다는 금액 중에서 운영비 등에 대한 실비 지급 부분을 가리지 않고 모두 개인 보수로 지급된 것으로 쓰면 사실과 다른 보도가 된다. 법원의 급여체계가 더 투명해져야 한다고 비판하는 것과는 다르다.
칭찬하고 싶은 보도로는 팬덤 정치의 문제를 차분하게 분석 보도한 9월7일자 <세지는 당원 권력, 심해진 ‘정치 실종’> 기획을 들고 싶다. 이 기획처럼 우리 사회가 직면한 문제를 놓고 독자들이 불편해할 수도 있는 이야기를 차분하게 다루는 보도를 앞으로 꾸준하게 끌고 갈 수 있기를 바란다.
허윤철= 영화 <암살자(들)> 논란에 관한 강한 어조의 칼럼들을 흥미롭게 읽었다. 다만 칼럼은 극단적으로 쓸 수 있지만, 의견 없이 드라이하게 쓰는 기사들도 필요하다고 본다. 경향신문은 보도들이 일정한 경향성을 갖고 있다. 언론이 할 일은 무엇이 사실에 기반한 것이고 어디부터가 창작의 영역인지 기초적으로 분석하는 것이다. 평범한 독자로서 그러한 기사를 찾기 힘들어서 아쉬웠다. 1974년 사건이니 1960년대 이전에 태어난 이들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역사로만 접한 일이다. 그런데 기사는 대부분 이 사건의 배경지식을 안다고 상정하고 써서 아쉬움이 컸다. 임명권 제청권 문제를 다룬 일부 기사들에서도 방향성이 느껴진다. 차분한 보도를 기대한다.
■ 퇴직연금 운영주체 후속보도 필요
김예희=<계좌에 ‘급여’ 표시 안 하면 금리 감면 혜택 못 받는다…금감원, 소비자 당부>(9월21일) 기사는 급여이체를 조건으로 대출금리 감면을 약정했더라도 은행에 급여정보를 등록하지 않거나 이체 시 ‘급여’라고 표시하지 않으면 금리혜택을 받지 못할 수 있다는 금융소비자 유의사항을 실제 사례와 함께 소개했다. 후속보도로 급여 계좌인데도 금리혜택 적용을 만기까지 받지 못하는 사례가 있는지, 단순히 등록을 못해서 약속한 금리혜택을 못 받은 경우 구제책이 있는지를 더 다루면 좋겠다. <미 금리 인상에 환율·국고채 금리 상승…가계·기업 대출 부담 커지나>(9월17일)는 관련 금융당국의 대응을 “쏠림이 과도할 경우 시장안정조치에 나서기로 했다”고만 언급했다. 시장안정조치라는 게 무엇인지, 금리 인상을 막았을 때 부작용은 없는지 후속기사가 있었으면 한다. <국민연금 수익률 신화, 퇴직연금엔 안 통한다…‘자금 성격 달라’>(9월6일)는 국민연금 수익률이 높으니까 퇴직연금도 국민연금공단이 맡아서 하자는 주장을 다루고 있다. 기사는 자본시장연구원의 보고서를 바탕으로 65세 수령 개시 시점이 정해진 국민연금과 달리 퇴직연금은 예측이 쉽지 않아 성격이 다르다는 점을 잘 짚었다. 퇴직연금 DC형은 투자책임을 가입자 본인이 진다. 그걸 국가가 책임지고 수익률 몇%를 확정해주겠다는 건가. 책임의 문제를 먼저 다루고, 받을 수 있는 돈이 어떻게 결정되는지도 추가로 살펴봐야 한다.
김용=퇴직연금 DC형과 DB형은 어떻게 다른 건가.
김예희=DC형은 회사가 매년 근로자의 연간 임금총액의 12분의 1 이상을 부담금으로 납입하고, 근로자가 직접 적립금을 운용하는 확정기여형이다. 반면 DB형은 퇴직금이 근속년수에 30일분 평균임금을 곱한 금액으로 결정되는데 적립금 운용 책임은 기업이 진다는 차이가 있다.
이어서 <신혼부부 대출잔액 중앙값, 8년 새 2.3배 증가해 1.8억원>(9월28일)은 초혼 신혼부부의 대출잔액 중앙값이 8년 만에 1억 원 넘게 증가했다는 통계를 소개했다. 이는 주택담보대출일 가능성이 높은데, 전체 통계는 가계대출과 사업대출이 다 포함돼 있고 물가도 감안하지 않았다. 이 기사만 보면 신혼부부가 힘들다는 뉘앙스를 주는데, 앞서 16일 <가계부채 비율 81%…10년 만에 최저> 기사는 한국의 국내총생산(GDP)이 증가해 분모가 커지면서 가계대출 비율은 10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라고 보도했다. 두 기사를 연결해서 볼 필요가 있다.
■ 문화정책 보도, 구체적 취재 부족
김희진=<문체부 내년 예산안 9.6조 역대 최대…예술인 사회안전망 강화·청년문화패스 모든 청년 확대>(9월4일)는 경향신문이 이와 관련된 좋은 특집기사를 실었던 만큼 모호한 수사법을 쓰는 것보다는 조금 더 세부적인 내용을 추가할 수 있었을 것이란 아쉬움이 있다. 전체 예산 증액 가운데 청년문화패스 비중이 60% 이상인 점, K콘텐츠펀드에 관해서도 비판적으로 짚어야 할 지점들이 있는 만큼 후속 취재와 보도가 필요하다. <콘서트 ‘초몰입’ 기술부터 AI 저작권까지…문화기술 생태계 조성에 2406억원 편성>(9월8일) 기사도 마찬가지다. 보도자료를 인용한 스트레이트인데 내용을 알 수 없는 화려한 표현을 읽다 보면 의문만 커진다. 2003년부터 시작됐다는 기존 문화기술 연구·개발(R&D) 사업 내용의 성과는 무엇인가. 250억원짜리 초몰입형 공연기술이란 무엇인가. 이런 설비를 갖춘 공연장을 짓는다는 것인가 아니면 민간기업에 투자한다는 것인가. 직접 그 기술을 공적으로 개발한다는 것인가. 그렇다면 더더욱 사업성과 필요성 등 충분한 논의를 바탕으로 적절한 선정 과정을 충분히 거쳐야 하는데 미심쩍은 부분이 많아 그대로 전달하기에는 적절한 내용은 아니었다.
맥락을 파악하기에 좋았던 기사로는 <130억원 쏟은 출판전산망…신간 등록률, 4권 중 1권뿐> <‘단독’ 130억 들인 출판유통전산망, 신간 4권 중 3권 외면·베스트셀러 절반 이상 미등록>을 꼽겠다. 국회 문화체육관광위 소속 진선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에서 받은 자료를 바탕으로 문제부터 대안까지 주요 흐름을 담았다. <AI의 빠른 ‘정답’ vs 인간의 ‘망설임’…작가들이 말하는 ‘AI가 대체 못할 문학’> 기사는 “올해 문학계가 AI를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가”라는 흐름을 전해주는 기사다. 다만 다소 익숙한 응답을 선별하는 방식으로 짜여 있고 논의를 되묻지 않은 점은 아쉽다.
■ 청소년 문해력, 코로나·스마트폰 원인 봐야
김용=<큰일이다, 문해력…OECD “만 15세 ‘읽기’ 3년 전보다 14점 하락”>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주관하는 PISA(만 15세 학생 대상 국제 비교 연구 및 학업성취도 평가 시험) 결과를 보도한 기사다. 실제 결과를 보면 전 세계 모든 국가에서 모든 과목이 다 하락했다. 그렇다면 보편적인 문제로 끌고 가는 게 더 합리적인 해석이었을 것이다. 코로나19 시기 초중학교를 보낸 데다 스마트폰 세대인 아이들의 교육환경과 연관성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학생 줄어도 학급 4만개 더 필요한데…‘적정 학급’ 손 놓은 국교위>(9월11일) 단독기사는 과거 학급당 학생 수가 졸속으로 국교위법에 담긴 배경을 짚지 않았다. 우리나라 초중고 30%는 소수 학생 학급인데 기사대로라면 학생 수를 늘려야 한다는 얘기다. <“학폭당했다” 초중고교생 응답률 역대 최고인데…가해자들은 ‘장난’ 취급>(9월10일자) 기사는 제목과 달리 본문을 보면 가해자들은 장난 취급이라는 게 안 보인다. 제목과 본문이 엇갈린다. 기사 내용 중에 ‘야차룰’ ‘스파링’이라는 단어가 나온다. 모르는 분도 많을 텐데 해석이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N수’ 20만 육박…‘사탐런’ 더 심화>(9월9일자) 기사 자체는 잘 읽었는데 추가 취재가 필요하다. N수생이 20만명이라면 수능 지원자의 36%다. 옛날과 달리 요즘은 재수나 N수를 아무나 하지 않는다. 사회경제적으로 유복한 아이들이 재수하고 상향 지원한다. 우리나라에서 고교 졸업과 동시에 대학 진학률 가장 낮은 게 강남이다. 50%가 안 된다. 옛날 재수, N수와 많이 달라진 만큼 ‘N수생은 누구인가’ ‘그 아이들은 어디로 가는가’ 문제의식을 느끼고 교육을 봐야 한다.
오용석=<땀으로 버틴 40도…‘일하는 몸’이 기록한 폭염>(9월7일)은 환경미화원과 급식조리사들이 실제 어떤 환경에서 일하는지 기자가 현장을 기록했다. 기상청에서 관측한 기온과 현장 최고기온 차가 최소 3.8도, 최고 8.1도였고 아스팔트는 39도에 달했다. 직종별 맞춤 대책이 필요한데 현장의 측정 결과들을 정책으로 연결할 수 있는지 같은 대안 제시가 아쉬웠다. <메가프로젝트 전력 수요 늘면…탈석탄 해도 NDC 달성 어렵다>(9월17일)는 정부에서 대규모 산업 프로젝트를 추진하면서 전력수요가 늘어남에 따라 액화천연가스(LNG) 발전을 한다면 온실가스 감축목표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짚었다. 정부의 반론, 제3의 전문가 검토가 함께 실렸으면 좋았겠다. <녹색채권 5조7000억 중 LNG에도 40%>(9월30일)는 재생에너지와 관련해 녹색채권이 40.8% 배정돼 있는데 LNG 발전소도 사실상 같은 비중(40.2%)으로 집행되고 있어서 문제라는 기사다. 실제 재생에너지 비중은 16~23% 정도로 추산된다고 한 꺼풀 더 벗겨내서 문제가 많다는 걸 잘 보여줬다. 다만 가독성이 상당히 떨어져 표나 그래프로 한눈에 볼 수 있게 정리했으면 좋겠다.
허윤철=유용한 정보를 담고 있지만 정보 나열에 머무는 기사가 종종 있다. 이러한 기사는 AI를 활용해 영상 등 다른 형식의 콘텐츠로 재구성하는 방안을 검토해볼 만하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