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그림은 반쯤 붓을 대고 반쯤은 비워둔다”
목운 오견규 화백 동구 예술의 거리 화에서 13일까지 초대전
‘해찰하다’ 주제로…수묵으로 구현한 ‘있음’과 ‘없음’의 이치
2026년 10월 08일(목) 17:00
‘빈산’
이선옥 전 의재미술관장은 그를 가리켜 ‘매화를 닮은 화가’라고 평한 바 있다. 사군자 ‘매란국죽’(梅蘭菊竹) 중 가장 앞자리에 서는 꽃이 매화다. 오견규 화백의 그림에선 엄동설한의 추위를 뚫고 이겨내는 매화의 은은한 향기와 고매한 격조가 배어나온다.
목운 오 화백의 전시가 동구 예술의 거리 화에서 오는 13일까지 진행된다.
이번 전시는 갤‘화;담-예술적 사유에 대하여’라는 갤러리 개관 기념으로 기획됐으며 오 화백의 이번 초대전 주제는 ‘해찰하다’.
사전적 의미의 ‘해찰하다’는 “어떤 일에 집중하지 않고 다른 일이나 쓸데없는 짓을 하는 것”을 뜻한다. 다분히 부정적이며 비생산적인 의미를 환기하는 어휘를 주제로 내세운 까닭이 있을 터다.
‘논길을 해찰하다’
작가의 글에서 그 의미를 유추해 볼 수 있다.
“내 그림은 반쯤 붓을 대고 반쯤은 비워둔다. 때로는 여백이 지나쳐도 ‘있음’과 ‘없음’이 서로를 낳는(有無相生) 이치와 같아 ‘없음’ 때문에 오히려 ‘있음’이 도드라진다. 장구한 역사를 지닌 ‘수묵’도 버릴까 말까하다가 반은 취(取)하고 반은 채색을 사용했다.”
“‘있음’과 ‘없음’이 서로를 낳는(有無相生) 이치”는 해찰을 무익하고 무의미한 지경에서 무한한 의미와 가능성으로 격상시킨다. 해찰은 차원 높은 상상력을 발원하기 위한 ‘생산적 게으름’인 것이다.
목운 오견규 화백이 오는 13일까지 동구 예술의거리 갤러리 화에서 초대전을 진행 중이다. <갤러리 화 제공>
대표작 ‘빈산’은 해찰의 의미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나무가 온통 벌거벗었기에 빈산이며, 그 배경이 한겨울이기에 빈산이다. 그럼에도 온통 앙상한 가지의 나목(裸木)은 제각각 검은 가지를 뻗어 흰 산을 덮고 있다. 절묘한 대비이며 이색적인 조화이다. ‘빈산’이 수목이 우거진 여름의 푸른 산보다 더 풍요롭고 감성적으로 다가오는 이유다.
‘논길에서 해찰하다’는 해찰의 의미를 더 깊게 사유할 수 있는 그림이다. 가을걷이가 끝난 늦가을 또는 초겨울 황량한 들판을 초점화한 작품은 ‘삶의 가을’을 비유한 것으로 보인다. 씨를 뿌리고 수확을 하는, 땀을 흘리는 시간이 아닌 결실 이후의 시간은 자연스럽게 ‘해찰’의 시간으로 편입된다. 화폭 너머로 생을 바라보는 작가의 깊은 관조의 시선이 느껴진다.
문화인류학을 공부한 최병진 작가는 “마침내 풍경을 바라보고 있던 온전한 “내”가 되는 순간이다“ 이번 갤러리 화 개관 기념전은 자연의 숨결을 빌려, 켜켜이 쌓인 시간 속에서 마침내 자기 자신의 내면을 마주하게 되는 깊고 아늑한 성찰의 여정이 될 것이다”라고 평한다.
윤해옥 관장은 “붓끝에서 느껴지는 담백함과 깊이는 오랜 세월 정진해온 작가의 삶이 녹아 있기 때문”이라며 “전시실에 들러 해찰하듯 작품을 감상하다 보면 수묵이 발하는 정갈한 향을 느낄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한편 광주 출신의 오 화백은 아산 조방원선생 화숙에서 수업을 받았으며 다수의 개인전과 다수의 단체전에 참여했다. 동신대와 남부대에서 외래교수를 역임했으며 1990년 전남도전 대상, 1994년 광주시전 최우수상, 2011년 허백련미술상본상(광주시문화예술상)을 수상했다.
/박성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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