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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아드는 잔소리

현관문이 너저분하다. 외출을 끝내고 왔더니 각종 전단지가 덕지덕지 붙어 있다. 비밀번호를 누르려면 열쇠집 광고 스티커부터 떼어내야 한다. 집을 나서며 몇 장 떼어낸 것 같은데, 어느새 또 도어 락 주위를 뒤덮고 있다. 음식점 광고도 빠지지 않는다. 학원 홍보도 보인다.

날아드는 잔소리

구글 선호출처 추가

장나원 수필가·행복연구소 레아 대표

현관문이 너저분하다. 외출을 끝내고 왔더니 각종 전단지가 덕지덕지 붙어 있다. 비밀번호를 누르려면 열쇠집 광고 스티커부터 떼어내야 한다. 집을 나서며 몇 장 떼어낸 것 같은데, 어느새 또 도어 락 주위를 뒤덮고 있다. 음식점 광고도 빠지지 않는다. 학원 홍보도 보인다. 잘 안 떨어져서 손톱으로 모서리를 긁으면 종이가 찢어져 작은 조각이 문에 남기도 한다. 붙인 사람은 종이 한 장일 뿐이겠지만, 그 집에 사는 사람으로선 매번 눈에 거슬린다.

띠리링, 문이 열리는 소리와 함께 휴대전화기 알림 소리가 들린다. 각종 어플에 숫자들이 붙어 있다. 급한 연락은 아니다. 그랬다면 전화를 했을 테니까. 아마 단체방일 테지. 누군가는 건강에 좋다는 영상을, 어떤 이는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를 보냈으리라. 정치 이야기도 하나쯤 있고, 좋은 말이 적힌 사진도 분명 있겠지. 요즘에는 AI가 만들었다는 우스운 영상도 자주 날아온다.

현관문이었다면 벌써 떼어냈을 것들이다. 휴대전화에서는 손가락이 잠깐 멈칫한다. 재미있는 것을 발견하고 함께 웃고 싶었을 표정이 떠오른다. 채팅방 회원들에게 보여주고 싶은 마음도 안다. 감동받은 글귀를 다른 이들도 알기 바랐을 터.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좀 알라고 격분해서, 건강하게 사는 방법이니 몹시 중요하다는 심정으로 전송 버튼을 누르기도 했을 것이다. 한숨을 한 번 쉬고는 스크롤을 휘리릭 올리며 숫자를 없앤다.

'잘 사는 사람의 사소한 습관 4가지' 저녁 시간을 잘 사용하고, 체력을 관리하란다. 만남을 가려서 나가고, 돈이 움직이는 원리를 공부하란다. 아무것도 묻지 않았는데 대답부터 듣는 기분이다. 이것만은 꼭 보라며, 당신의 인생을 바꿀 이야기라고 하는 영상들은 내가 꾸준히 무언가를 놓치고 있다고 말한다. 감사와 행복에 대한 비슷비슷한 글들은 뻔하면서도 틀린 말이 하나 없다. 내가 모자란 사람이라고 끊임없이 알려주는 듯해서 부담스럽다. 나는 속으로 외친다. 장나원 수필가·행복연구소 레아 대표

'오늘은 그냥 좀 살겠습니다!'

사람의 뇌는 끝나지 않은 일을 마음 한구석에 남겨두는 성질이 있다. 읽지 않은 메시지 하나도 작은 숙제처럼 느껴진다. 떼어내면 끝인데, 떼기 전까지는 자꾸 생각난다. 서랍 속에 자질구레한 물건을 넣어두고 문을 닫아도, 부지런한 뇌는 딛힌 문 안에 엉켜있는 사물들을 헤아리느라 힘을 쓴다. 처음부터 없던 것과 일부러 없앤 것은 에너지 소모에 분명한 차이가 있다. 짜증이 날 수밖에 없다.

마음이 불편할 때 들으면 공자님 말씀도 잔소리가 된다. 기억을 더듬어 보면 부모님이 살아생전 들려주신 이야기는 틀린 것이 없었다. 하지만 그때 그 시절에 들었을 땐 대부분 잔소리였다. 한 귀로 듣고 흘려버리기에도 쉽지 않아 입을 앙다물게 했다. 듣고 싶지 않았기에 몇 번만 반복해도 책가방 내려놓는 소리가 거칠었다.

돌아보면, 알게 모르게 그분들의 말씀에 영향을 받으며 살아왔다. 아침마다 날아들던 말이 애정에 절여 있었다는 사실은 살수록 선명해진다. 잔소리를 참고 등교하던 내 마음도 부모님에 대한 사랑이었음을 깨닫는다. 여러 손을 둘러서 오고, 여기저기 퍼 나르기도 하는 잔소리에 비할까. 상대의 마음은 제쳐두고 자기 말을 들어달라는 의도가 다분한, 현관에 무차별적으로 붙은 전단지 같은 잔소리에 비할까. 전하는 메시지가 의미 있으려면 유대紐帶가 선행되어야 한다.

세상이 알려주는 것을 놓치지 않으려던 시절도 있었다. 새로운 것을 알아야 했고, 남들이 아는 것은 나도 알아야 했다. 좋은 정보가 있으면 스크랩을 해두었고, 인생을 윤택하게 할 좋은 말을 마음에 새겨두려 애쓰기도 했다. 어느 순간부터는 저장하기가 버거워졌다. 세상이 너무 쉽게 많은 것을 던져주기 때문이다.

띠링, 카톡 숫자 느는 소리가 들린다. 원하지 않은 정보가 날아들어 잔소리가 될 확률이 높다. '필요한 건강 정보와, 바람직한 정치 기준은 내가 찾아볼게요. 행복한 인생을 위한 조언은 책장을 넘기며 음미하겠습니다'나는 오늘도 전단지 떼는 손끝이 거칠다.

장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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