떼아뜨르 봄날 ‘한국의 문제적 인물’ 연작 첫 작품
4.9~19, 여행자극장
[서울문화투데이 진보연 기자] 극단 떼아뜨르 봄날의 2026년 신작 〈이혼고백서〉가 4월 9일부터 19일까지 여행자극장에서 관객과 만난다. 이번 작품은 극단이 새롭게 선보이는 연작 프로젝트 〈한국의 문제적 인물〉 시리즈의 첫 번째 무대로, 한국 최초의 여성 서양화가이자 문인이었던 나혜석의 자전적 산문 『이혼고백장』을 바탕으로 한다.
〈이혼고백서〉는 이미 익숙한 이름으로 소비되어 온 나혜석을 다시 호출하지만, 그를 상징이나 논쟁의 대상으로 재현하는 데 머물지 않는다. 사랑했고, 흔들렸고, 상처 입었으며 끝내 자신의 언어로 삶을 감당하려 했던 한 인간으로서의 나혜석을 정면으로 바라본다. 나혜석과 김우영의 만남과 사랑, 결혼과 균열, 그리고 이혼 이후 쏟아진 사회적 비난까지의 과정을 따라가되 사건의 외형적 재현보다 그 과정에서 한 개인이 타인의 시선 속에서 어떻게 규정되고 해석되는지를 집요하게 추적한다.
극은 사랑의 언어가 지닌 매혹과 균열을 동시에 드러내며 시작된다. 극 중 나혜석이 던지는 “우리 두 사람의 결혼은 거짓 결혼이었나요”라는 질문은 한 개인의 탄식이자 사랑과 제도 사이의 간극을 드러내는 문장으로 남는다. 작품의 중심에는 언제나 나혜석의 내면이 있다. 그는 사랑을 믿고 싶었고 예술가로서의 삶 또한 포기하지 않으려 했으며 여러 역할 속에 자신을 가두지 않은 채 한 사람으로 존재하고자 했다. 작품은 이러한 존재를 미화하지도 단죄하지도 않은 채 그가 끝까지 붙들고자 했던 삶의 중심을 따라간다.
이 작품이 집중하는 지점은 사랑의 파국 자체보다 그 이후에 남겨지는 시선과 판단이다. 같은 사건을 두고 왜 어떤 이는 시간이 지나면 잊히고, 어떤 이는 오랫동안 비난의 중심에 서게 되는가. 〈이혼고백서〉는 한 사람의 연애와 이혼을 둘러싸고 형성되는 소문과 해석, 평판의 언어를 통해 한 시대가 개인의 삶을 어떻게 규정하고 소비하는지를 드러낸다. 그리고 관객에게 묻는다. 사랑은 왜 어떤 이에게는 추억으로 남고, 어떤 이에게는 지워지지 않는 낙인이 되는가.
1934년 발표된 『이혼고백장』은 변명이 아니라 기록이었다. 사랑했고 선택했고 그 선택에 책임지려 했던 한 인간이 자신의 삶을 스스로 증언한 선언이었다. 그러나 그 기록은 곧 ‘고백’으로 읽혔고 사회는 그 고백을 판단의 근거로 삼았다. 연극 〈이혼고백서〉는 이 지점을 오늘의 시선으로 다시 호출하며, 누가 타인의 삶을 쉽게 판단하는가, 한 개인의 사랑과 선택은 언제부터 사회 전체의 판결 대상이 되는가라는 질문을 던진다. 그리고 끝내 되묻는다. 사랑을 말한 죄는 과연 누구의 것이었는가.
떼아뜨르 봄날 특유의 미니멀한 무대와 절제된 연출은 이 질문을 더욱 밀도 있게 전달한다. 배우의 언어와 몸, 장면 사이를 흐르는 음악은 또 하나의 서사로 작동하며 작품을 단순한 전기극이 아닌 기억과 고백, 욕망과 평판이 교차하는 무대로 완성한다. 〈이혼고백서〉는 나혜석을 변호하거나 신화화하려는 작품이 아니다. 오랫동안 상징과 논란 속에서 소비되어 온 한 인물을 다시 한 사람의 얼굴로 마주하게 하며 그의 고백을 통해 오늘의 우리에게 질문을 던진다.
연극 〈이혼고백서〉는 4월 9일부터 19일까지 여행자극장에서 공연되며, 티켓은 놀티켓과 네이버예약을 통해 예매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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