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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과학

“나 좀 일으켜 줘”…일부러 ‘덜 완벽하게’ 만든 로봇, 석 달 만에 월 매출 1억

빈틈없이 일을 잘해 오히려 사람 같지 않은 이를 두고 흔히 ‘로봇 같다’고 한다. 그런데 일부러 ‘덜 완벽하게’ 만든 로봇이 있다. 엔터테인먼트 로봇 기업 루드다이나믹스의 ‘루드봇(LUDBOT)’이다.

사진=이예리 기자 celsetta@donga.com

빈틈없이 일을 잘해 오히려 사람 같지 않은 이를 두고 흔히 ‘로봇 같다’고 한다. 그런데 일부러 ‘덜 완벽하게’ 만든 로봇이 있다. 엔터테인먼트 로봇 기업 루드다이나믹스의 ‘루드봇(LUDBOT)’이다.

루드다이나믹스는 과학·공학 유튜브 채널 ‘긱블’ 운영사가 올해 3월 사명을 바꾸고 로봇 사업에 뛰어든 회사다. 키 100cm가 채 안 되는 소형 로봇에 지방자치단체나 기업의 캐릭터를 입혀 공급하며, 지금까지 서울 종로구 마스코트 ‘종돌이’와 고려대학교 금연 캠페인 로봇 ‘담돌이’ 등을 선보였다.

● 짧은 다리로 걷다가 “아이쿠”…사람이 먼저 다가가게 만드는 매력

지난달 29일 서울 성수동에서 열린 시연회에서 종돌이 모양의 루드봇이 짧은 두 다리로 뒤뚱뒤뚱 걸어 나왔다. “안녕, 나는 종돌이야”라고 인사한 뒤 걸음을 옮기던 종돌이가 장애물에 부딪혀 넘어지자 관계자가 다가가 일으켜 세웠다.

이세형 루드다이나믹스 이사는 바퀴를 달면 넘어질 걱정이 없지만, 바퀴 달린 로봇은 자동차에 가까워 생명체로 느끼기 어렵다며 “두 다리로 걷고 몸짓으로 인사하는 순간 사람들은 로봇을 사람 대하듯 ‘이 아이’라고 부르기 시작한다”고 설명했다.

사진=이예리 기자 celsetta@donga.com

넘어진 종돌이가 스스로 일어나지 않는 것도 의도된 설계다. 루드봇에는 원래 일어나는 기능이 있었지만, 일부러 넘어진 채 도움을 청하도록 바꿨다.

이 이사는 “사람들이 달려와 일으켜 주는 그 순간 캐릭터와 가장 가까워진다”며 캐릭터 로봇의 본질이 기계보다 콘텐츠에 가깝기에 가능한 접근이라고 설명했다. 외피에는 스펀지 소재를 사용해 넘어질 때 충격을 줄이도록 했다.

키도 같은 이유로 100cm 이하로 맞췄다. 이 이사에 따르면 키가 120cm를 넘으면 일부 이용자가 위압감을 느끼는 반면, 루드봇은 아이들이 먼저 다가와 끌어안는 경우가 많다. 회사는 이 같은 친근한 이미지가 공공·교육 분야에 잘 맞는다고 설명했다.

● 카메라 대신 ‘스테이션’…인형탈보다 브랜딩에 더 유리

기술 설계에는 캐릭터 지식재산권(IP) 외형을 바꾸지 않는다는 원칙이 반영됐다. 종돌이에는 카메라가 없고, 원래 모자를 쓴 캐릭터인 담돌이만 모자 부분에 카메라 1개를 달았다.

박찬후 대표는 IP 보유자들이 캐릭터에 낯선 장치가 붙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며 “캐릭터 얼굴에 카메라를 넣는 것은 얼굴에 흉터를 내는 것과 같다”고 말했다.

대신 회사는 로봇 바깥에 카메라를 두는 ‘3인칭 카메라 스테이션’을 개발하고 있다. 스테이션 카메라 두 대를 공간에 배치해 구역 안의 사람과 사물, 로봇의 위치를 파악하는 방식이다.

이 이사는 인형탈과 루드봇의 차이로 일관성을 꼽았다. 인형탈은 안에 들어가는 사람이 어떻게 연기하느냐에 따라 매번 다른 인상을 줄 수 있지만, 루드봇은 같은 목소리와 동작, 성격을 유지할 수 있어 브랜딩에 유리하다는 설명이다.

루드봇에 성격을 부여하는 ‘페르소나 인젝터’를 연결 중인 모습. 사진=루드다이나믹스 제공

캐릭터의 기본 성격과 동작은 자체 운영 플랫폼 ‘록스(LOX)’에서 설정하고, 세밀한 행동은 로봇에 탑재된 에이전트 ‘루카(LUCA)’와 연동된 현장용 앱으로 제어한다. 현재는 운영자가 앱을 통해 로봇의 움직임과 상호작용을 조작하며, 회사는 향후 자율주행과 대화 기능을 고도화할 계획이다.

록스는 특정 로봇 기체에 얽매이지 않도록 만든 소프트웨어 플랫폼이다. 박 대표는 록스·루카 시스템이 있다면 기체가 바뀌어도 같은 캐릭터의 성격과 동작을 다시 구현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더 저렴하거나 성능이 좋은 기체가 나오면 이를 들여와 기존 캐릭터를 그대로 옮겨 쓸 수 있다는 것이다.

● 대당 2000만 원, 월 구독료 10만 원 미만…2028년 리테일 진출 목표

왼쪽부터 데니스 홍 CSO, 박찬후 대표이사, 이세형 사업총괄이사. 사진=루드다이나믹스 제공

판매가는 대당 2000만 원 안팎으로 정했다. 24개월 약정 뒤 반납하는 임차 상품과 대당 월 10만 원 미만의 정기 케어 구독 서비스도 별도로 운영한다.

회사에 따르면 지금까지 DGIST에 2대, 민간 기업에 6대 등 모두 8대를 공급하거나 계약했다. 박 대표는 로봇 사업 매출이 7월 500만 원대에서 9월과 10월 각각 월 1억 원 수준으로 늘었다고 밝혔다.

루드다이나믹스는 공공·교육 시장에 이어 내년 초 공연·팝업스토어 등 엔터테인먼트 마케팅 시장에 진출할 계획이다. 2028년 하반기 이후에는 관리자 없이 로봇이 스스로 모객과 판촉을 수행하는 리테일 시장에 들어간다는 목표도 세웠다.

회사는 내년 월 매출 10억 원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현재 신규 투자 유치를 진행 중이다. 흑자 구조를 갖춘 뒤 기업공개(IPO)를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박 대표는 “1가구 1로봇 시대가 온다면 그 로봇은 딱딱한 플라스틱이 아니라 인형처럼 귀엽고 친근한 모습일 것”이라며 사람들의 시간을 즐겁고 행복한 경험으로 바꿔 주는 로봇을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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