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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

‘김준수의 선택’ 임규형, 25살 늦깎이 배우의 기적 ‘배우들의 연예인’ [SS인터뷰 ②]

크로스오버 가수이자 뮤지컬 배우 임규형(33)에게 ‘뮤지컬 배우의 배우’라는 수식어가 따라붙는다. 동료 배우들 사이에서 노래 잘하기로 소문난 배우, 그래서 ‘배우들의 연예인’이라는 별명까지 얻었다. 하지만 지금이 있기까지의 길은 처음부터 순탄했던 것은 아니다.

3개월 만에 연극학과 합격, ‘팬텀싱어4’→크레즐→‘디어 에반 핸슨’

아버지의 꿈 대신 이룬 아들…대극장서 노래하는 배우로 성장

‘작은 거인’의 끝없는 도전…11월1일까지 ‘에반’으로 충무아트센터 대극장 공연

[스포츠서울 | 표권향 기자] 크로스오버 가수이자 뮤지컬 배우 임규형(33)에게 ‘뮤지컬 배우의 배우’라는 수식어가 따라붙는다. 동료 배우들 사이에서 노래 잘하기로 소문난 배우, 그래서 ‘배우들의 연예인’이라는 별명까지 얻었다. 하지만 지금이 있기까지의 길은 처음부터 순탄했던 것은 아니다.

2019년 뮤지컬 ‘아랑가’로 데뷔한 임규형은 대부분 중소극장 무대에서 자신의 이름을 차근차근 알렸다. 그러다 2023년 JTBC ‘팬텀싱어4’에 출연해 크로스오버 그룹 크레즐의 멤버(리더)로 대중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이듬해 한국에 처음 상륙한 뮤지컬 ‘디어 에반 핸슨’의 주인공으로 대극장 무대에 섰다.

지금은 뮤지컬과 크로스오버(다른 장르의 2개 이상 음악이 섞여 이루어진 음악)를 오가며 자신의 영역을 넓히고 있다.

사실 임규형이 음악을 전공하기 시작한 것은 남들보다 늦었다.

그의 인생을 바꾼 것은 군 제대 후 우연히 보게 된 한 영상이었다. 후배가 올린 노래 영상이 유튜브 채널 ‘라이징 보이스’에서 높은 조회수를 기록하며 주목받았다. 이를 계기로 어린 시절부터 마음 한편에 품고 있던 ‘노래하고 싶다’는 꿈이 다시 살아났다. “정말 노래하고 싶었다” 이 한마디에서 시작된 선택이었다.

◇ 25살에 다시 시작한 뮤지컬 인생…‘평생 후회하지 말자’는 마음으로 시작

임규형에게 노래는 단순한 취미가 아니었다. 어린 시절부터 음악을 좋아했고, 아버지 역시 노래를 하고 싶어 했던 사람이었다.

그의 아버지는 과거 오디션에 지원했으나 사진을 챙기지 않아 원서조차 제출하지 못하고 돌아섰다. 그래서 임규형은 언젠가 아버지에게 “내가 아빠의 꿈을 대신 이뤄주겠다고 말한 적이 있다”라고 약속한 적도 있다.

그런 아버지에게 자신이 배우가 되겠다고 말하는 것은 결코 가벼운 결정이 아니었다. 군 복무를 마친 뒤 현실적인 고민도 컸다. 이미 나이가 있었고, 관련 전공을 해본 적도 없었다. 입시학원에 다닌다고 해도 결과를 장담할 수 없었다.

그래서 부모님에게 조건을 걸었다. 임규형은 “딱 일 년만 해보겠다고 했다. 입시 학원에 다녀보고 성과가 없으면 내가 스스로 ‘재능이 없는 거다’라고 생각하고 안 하겠다고 말했다. 그렇게 허락받았다”라며 회상했다.

당시 임규형은 25살이었다. 각종 아르바이트를 하며 번 돈으로 학원비를 마련했다. 부모님에게 단순히 ‘해보고 싶다’라고 말하는 것만으로는 허락받기 어려울 것 같았기 때문이다.

그렇게 8월 학원에 등록했고, 10월 말 중앙대 연극학과 수시 전형에 합격했다. 준비 기간은 불과 3개월이었다.

기쁨은 컸지만 두려움도 동시에 찾아왔다. ‘맨땅에 해딩(heading)’하는 느낌이었다고 떠올렸다.

전공 경험이 전혀 없던 사람이 연극학과에 들어가자 모든 것이 쉽지 않았다. 임규형은 “3개월 동안 뭘 배웠는가. 아예 전공도 안 해봤던, 그냥 노래 좋아하는 애가 가서 뭘 하겠는가. 학교 다니면서 따라가는 것도 힘들었다”라고 심적으로 힘들었던 감정을 토로했다.

그런데도 포기하지 않았다. 3학년 복학 후 본격적으로 학교생활을 이어갔다. 조금씩 자신이 선택한 길에 발을 디뎠다. 그는 “누가 확실하지도 않은 길을 허락해주겠는가. 그래서 부모님께 부탁드렸다. 그래도 이걸 안 하면 평생 후회할 것 같다고 말씀드렸다”라고 전했다.

돌이켜보면 지금까지의 모든 과정이 운이 좋았다고 겸손하게 말했다. 하지만 그 운을 붙잡은 것은 결국 자신의 선택이었다.

◇ 자신 있는 ‘노래’, 하지만 쉽게 말할 수 없는 이유

임규형을 설명할 때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노래다. 배우들 사이에서 ‘노래를 잘하는 배우’로 입소문이 났고, 자연스럽게 ‘배우들의 연예인’이라는 별명까지 붙었다. ‘팬텀싱어4’와 크레즐 활동을 통해서는 대중에게도 그의 음악적 역량을 알렸다.

정작 본인은 어떨까. 임규형은 “노래에는 자신 있다. 전공자이기도 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다만 자신 있다고 해서 그것을 앞세워 말하고 다니는 성격은 아니다. 그는 “내가 내는 소리가 사람들이 생각하는 전형적인 뮤지컬 소리가 아닐 수도 있다. 호불호(好不好)도 있을 수 있다. 자신은 있지만 그렇게 말하고 다니지는 못한다”라고 설명했다.

대신 임규형이 믿는 것은 함께 무대와 작업을 만드는 동료들의 평가다. 그는 “같이 작업하는 사람들이 좋게 봐줄 때 그걸 믿는 편”이라고 자신을 다독였다.

특히 기억에 남는 칭찬도 있다. 임규형은 “팜트리아일랜드 대표님인 김준수 선배가 ‘정말 노래를 잘한다’라고 칭찬해주신 적이 있다. 그분은 평생 노래를 하신 분이지 않은가. 그런 분이 칭찬해주시니까 좋았다”라고 감사한 마음을 전했다.

그렇게 임규형은 ‘뮤지컬 배우 군단’ 팜트리아일랜드의 소속 배우가 됐다.

임규형이 김준수의 말과 같은 칭찬을 특별하게 받아들인 데는 이유가 있다. 그는 “누군가가 나를 칭찬했는데 옆에서 보던 사람이 ‘이분은 원래 이런 칭찬 잘 안 하는 분인데’라고 이야기하면 더 믿음이 간다. 빈말을 안 하는 분이라는 걸 알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이 한마디가 배우에게는 생각보다 큰 힘이 된다. 임규형은 “나는 원래 모든 걸 의심하는 사람이다. 그런데 그 경계가 무너지고 진심이 느껴질 때 힘을 많이 받는다”라며 미소를 지었다.

◇ 7년 돌아보면 아쉬운 작품 수…다양한 역할 도전

임규형은 현재에 안주하지 않는다. 오히려 지금까지의 시간을 돌아보며 아쉬운 부분부터 꺼냈다.

배우에게 도전은 선택이 아니라 숙명이라고 생각한다. 임규형은 “노래 레슨은 계속 받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더 나아가기 위해서는 계속 배우고 연습해야 하기 때문”이라며 “뭔가 진전이 안 된다고 느껴질 때는 최대한 레슨을 받으려고 한다”라며 지속적인 노력의 여정을 말했다.

2019년 데뷔 이후 지금까지 적지 않은 시간이 흘렀지만, 작품 수에 대해서는 스스로도 아쉬움이 남는다. 그는 “데뷔 8년 차인데 작품 수가 많지 않은 건 제가 조금 안일하게 생각했던 부분도 있었던 것 같다. 미래를 위해 더 많이 도전해볼 걸 하는 아쉬움이 있다”라고 솔직한 심정을 털어놨다.

앞으로는 지금까지 보여주지 않았던 다양한 역할로서 관객을 마주하겠다는 각오다.

특히 시간이 흐를수록 배우로서 새로운 역할에 대한 욕심이 커진다. 임규형은 “40살에 15살을 연기할 수도 있다. 물론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나도 성숙한 연기를 해보고 싶다. 지금까지 많이 하지 않았던 것들을 더 해보고 싶은 마음”이라고 밝혔다.

◇ 늦게 시작했기에 더 ‘단단’…그가 말하는 배우로 살아가는 법

도전을 이야기하면 실패가 따라온다. 임규형 역시 오디션에서 계속 떨어진다. 하지만 지금은 예전처럼 두렵지만은 않다. 배우는 선택받는 직업이기에 욕심과 의욕만 앞세우지 않겠다는 다짐이다.

오히려 실패를 받아들이는 방식이 달라졌다. 그는 “안 맞는 역할이고 제 길이 아니라면 ‘빠이(Bye)’ 하고 다른 걸로 계속 나아가야 한다. 그렇게 받아들이니까 마음이 편해졌다”라고 예전에 비해 홀가분해진 마음을 털어놨다.

변화는 무대 위에서도 드러난다. 예전에는 잘해야 한다는 욕심이 오히려 표현을 굳게 만들었다면, 지금은 조금 덜어내고 천천히 나아가려 한다. 그러다 보니 표현도 다양해지고 여유도 생긴 것 같다.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계속 움직이다 보니 예상하지 못했던 기회도 이어졌다. ‘팬텀싱어4’가 그랬고, 크레즐, ‘디어 에반 핸슨’도 같았다. 임규형은 “긍정적으로 계속하다 보니까 뭔가 계속 생기는 것 같다. 좋은 일도 계속 생긴다”라고 말했다.

◇ “키 크지 않은데…” 자신과 같은 고민 가진 지망생에 전한 진심

최근 임규형에게는 또 하나의 변화가 생겼다. 자신처럼 배우를 꿈꾸는 어린 지망생들이 그에게 연락을 보내오기 시작한 것이다.

이 중에는 임규형과 비슷한 고민을 털어놓는 이들도 있다. 그는 “남녀 구분 없이 키가 크지 않아서 배우를 할 수 있을지 고민된다는 친구들도 있다”면서 “나 역시 수많은 고민을 지나 지금의 자리에 왔기에 이들의 마음이 남다르게 다가온다”라고 전했다.

임규형이 배우를 시작한 이유도 결국 ‘후회하지 않기 위해서’였다. 25살이라는 나이에 다시 입시를 준비하면서도, 성공을 확신한 것은 아니었다. 오히려 실패하면 스스로 인정하고 다른 길로 돌아설 생각이었다.

그런데 3개월 만에 연극학과 합격, 2019년 무대 데뷔, 이어 ‘팬텀싱어4’를 통해 새로운 가능성을 만났고, ‘디어 에반 핸슨’의 주인공으로 대극장 무대까지 섰다. 그는 “지금까지의 모든 흐름이 운이 좋았던 것 같다”라고 밝혔다.

이 말 뒤에는 지난 시간을 견뎌온 사람만이 가질 수 있는 담담함이 있었다. 처음에는 아버지의 꿈을 대신 이뤄주고 싶었다. 부모님에게는 일 년만 해보겠다고 약속했다. 실패하면 재능이 없는 것이라고 인정하려 했다. 하지만 3개월 만의 도전에 성공, 그 뒤로는 매번 다음 무대를 향해 한 걸음씩 나아갔다.

이제 임규형에게 ‘도전’은 거창한 단어가 아니다. 떨어지면 다시 하면 되고, 맞지 않으면 다른 길을 찾으면 된다. 잘하면 더 배우고, 부족하면 레슨을 받으면 된다라는 생각이다.

아직 만나보지 못한 역할이 많기에 앞으로가 더 궁금하다. 그는 “(작품에) 불러주실 때까지 계속해보려고 한다”라며 강한 의지를 보였다.

25살에 시작한 늦깎이 도전은 어느새 33살의 임규형을 만들었다. ‘배우들의 연예인’이라는 별명도, 크레즐의 임규형도, ‘디어 에반 핸슨’의 에반도 모두 그 과정에서 만난 이름들이다.

그가 앞으로 또 어떤 이름으로 무대에 서게 될지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다만 한 가지는 분명하다. 후회하지 않기 위해 시작했던 그때처럼, 임규형은 지금도 계속 다음 무대를 향해 움직이고 있다.

‘작은 거인’ 임규형의 도전이 계속되고 있는 ‘디어 에반 핸슨’은 오는 11월 1일까지 서울 중구 충무아트센터 대극장에서 펼쳐진다. gioia@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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