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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김봉성 칼럼] 포모의 시대,최후 노후자금

6만 600원에 걸어둔 삼성전자를 매수 취소했다. 올해 2월 20일의 내 단호한 결의는 패악이었다. 비장하게, 3월 5일 만기 적금을 해지했다. 노후 자금이었다. 반도체 순환매로 그동안 소외되었던 화장품에 볕 들 시기가 올...

[김봉성 칼럼] 포모의 시대,최후 노후자금

작년 여름 내 오른손은 최악이었다. 6만 600원에 걸어둔 삼성전자를 매수 취소했다. 올해 2월 20일의 내 단호한 결의는 패악이었다. 비장하게, 3월 5일 만기 적금을 해지했다. 노후 자금이었다. 반도체 순환매로 그동안 소외되었던 화장품에 볕 들 시기가 올 거라고 예상했다. 주식 생활하며, 매수 직후 떨어지는 가랑비는 익숙했다. 그런데 미국이 이란을 침공했다. 3월 3일, 4일, 주가는 역대급으로 폭락했다. 내 평균 매수가는 16만 100원이고, 전쟁 충격이 수습되며 5일에 급등한 종가는 13만 200원이었다. ‘아모레파티’는 내가 가장 싫어하는 말이 되었다. 하지 않은 것도, 한 것도 문제가 되는 운명을 사랑하긴 힘들다.

올해 1월 5일부터 꾸준히 투자한 것은 우상향 중이다. 하루하루는 티나지 않지만, 한 주 단위로는 미세하게 좋아졌고, 한 달 단위로는 티났다. 피검사 결과 받은 직후부터 체중 감량 중이다. 허기에 맞서지 않았다. 탄수화물을 줄이고, 채소를 소처럼 먹어 허기를 막았다. 유산소도 시작했다. 3월 4일 올해 내 자산이 가장 줄어든 날, 내 체중도 가장 낮았다. 두 달 간 4kg을 감량했다. 주식창만 닫으면 세상은 평화로웠다. 어찌 보면 이미 ‘아모레파티’ 중이라서 약오른다. 정상에 수렴해 가고 있는 혈압, 콜레스테롤, 지방간 수치는 내 노후 자금일 것이다.

자료사진 연합뉴스

나는 노후 자금이 많이 필요하다. 장수할 것이기 때문이다. 모계와 부계 조부모님들 모두 장수하셨다. 돈이 없으면 장수는 재앙이다. 의료 혜택이 재앙을 완화한다. 그러나 의료 혜택은 몸을 초월할 수 없다. 인근 1층 한의원 대기실에 빼곡한 노인들을 보고 있으면, 생은 돈으로 해결되지 않는 몸으로 귀결되겠구나 싶다. 아프면 몸이 지옥이다. 아픈 것도 서러운데, 죽을 날이 더 가까워져 시간이 더 아까운데, 병원에서 시간을 소모해야 하는 것 자체가 내겐 또 지옥이다. 지금도 병원 스케줄이 무척 성가시다. 건강은 양적으로나 질적으로 시간을 버는 일이다. ‘시간이 돈’이라면, 내 투자는 합리적이다.

운동을 꽤 싫어한다. 힘들다. 생산 수단이 근력에서 전력으로 대체된 시대에, 제 발로 땀을 흘리는 건 시대착오적 낭비였다. ‘헬스’는 외모지상주의가 만든 과잉 건강 이미지에 끌려 다니는 군중 현상이었다. 영혼 없는 몸들과 거리를 두며, 나는 주체적 소비자를 자처했다. 운동 시간과 수명이 등가교환된다면 운동 안 하고 일찍 죽는 것이 이익이었다. 젊은 시절이 늙은 시절보다 더 활력 있을 테니 젊은 시절 낭비는 무모할 지경이었다.

물론, 지금은 철회했다. 아니, 그때도 알고는 있었다. 아직 건강하기에 부릴 수 있는 합리화였다. 운동 시간은 수명 이전 일상 문제다. 운동은 근력의 일이 아니라 체력의 일이다. 체력이 운동 외 시간의 피로를 줄이고 집중력을 높인다. 귀찮지만 해야 할 것을 그냥 하는 성실한 습관도 몸에 새긴다. 몸 없는 영혼은 신경질이 벼려지기 쉽다. 운동은 단기 수익만으로도 가치 있었고, 수명과 관련된 사실은 추가로 배당된다. 젊은 시절이 더 가치 있다는 생각은 건방졌다. 내 건강 수명이 내 나이보다 적을 걸 생각하니, 남은 시간이 무척 아깝다.

답은 정해져 있다. 끔찍히도 싫어하는 근력 운동을 추가해야 한다. 오래 걷는 것과 자전거로만 지탱될 몸이 아니다. 이젠 몸에서 근육이 빠져 나갈 나이다. 21만원까지 돌파했던 삼성전자가 묻는다. 왜 죽음은 포모(Fomo)가 아닌가. 아모레퍼시픽이 5배 급등할 상상이라도 할 수 있지만, 나는 확실하게 감가상각되어 가는 중이다. 죽음은 단순히 생의 종료가 아니다. 오래 살아버리는 바람에 죽음 직전에 몸은 지옥이 되는 시간을 겪을 수밖에 없다. 지옥에서는 영혼 없는 몸과 몸 없는 영혼은 구분이 무의미할 것이다. 내 종가는 0원이므로 늙은 생은 철저히 몸의 일일 것이다. 영혼에 투자한 시간이 더 이상 배당금을 주지 않을 그 시간이, 두렵다.

이렇게까지 썼지만, 운동, 아우 귀찮다. 그러나 공짜로 얻은 몸의 비용을 할부로 갚는 중이라 생각하면 제법 공정하다. 지옥의 이자를 깎는 투자다. 주식 계좌창을 보고 있으면 더 별 수 없다. 아모레퍼시픽, 어차피 나는 외모지상주의에 편승하려 했던 거 아닌가. 변명할 수 있는 일말의 여지도 없어졌다. Low risk High return. High 귀찮음 Hi 몸. 시간은 현금이 아니라 금이고, 금값 상승 곡선은 물가 상승 곡선보다 가파르다. 독서와 운동의 투자 비율을 조정한다.

김봉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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