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남자 골프 세계랭킹 1위에 오른 ‘골든 보이’ 조던 스피스(미국)는 차세대 골프 황제 후보로 꼽혔다. 2016년 마스터스 토너먼트에서도 스피스는 대회 2년 연속 우승을 눈앞에 두고 있었다.
최종 라운드 12번홀(파3). 스피스의 첫 티샷이 그린 앞 워터 해저드에 빠졌다. 코스 난이도가 높은 홀에서 누구나 할 수 있는 실수였다. 2위 그룹과 격차도 컸던 만큼 대세에 큰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
문제는 1벌타를 받고 친 세 번째 샷이었다. 실수를 의식한 스피스의 스윙에 힘이 들어갔다. 강하게 치려다 지면을 먼저 타격하는 이른바 '뒤땅'(fat shot)이 발생했다. 공은 또다시 물에 빠지고 말았다. 무려 7타 만에 홀아웃하며 쿼드러플 보기(+4)를 적어낸 스피스는 결국 우승컵을 놓쳤다.
골프에서 가장 위험한 순간은 실수 직후다. 한 번의 실수는 경기의 일부지만 두 번째 실수는 실력이다. 스피스는 "좋지 않을 때 좋지 않은 스윙이 나왔다"며 "연습 부족이다"라고 말했다.
첫 티샷과 세컨샷을 물에 빠뜨려 난감한 표정을 감추지 못하는 모습. (이미지=ChatGPT)
윤호영 카카오뱅크 대표의 상황도 다르지 않다. 윤 대표는 취임 11년차 최장수 최고경영자(CEO)로, 지난해 5연임에 성공했다. 윤 대표가 이끄는 카카오뱅크는 지난해 4803억 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했다. 역대 최대 규모로 전년 대비 9.1% 증가했다. 비이자수익도 22.4% 증가하며 처음으로 1조 원을 돌파했다.
검증된 리더 윤 대표의 라운드 흐름은 반복되는 접속 장애 사고에 흔들리고 있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이양수 의원실에 따르면 2020년부터 2025년 5월까지 카카오뱅크의 전산 장애 발생 건 수는 64건(피해자 6만9687명, 배상금액 194만원)에 달한다. 은행권에서 가장 많은 수준이다.
특히 최근 발생한 접속 장애는 고객 신뢰에 큰 균열을 남겼다. 지난 17일 오후 3시30분경 카카오뱅크 앱은 20여분간 접속이 원활하지 못했다. 카카오뱅크 측은 "시스템 변경 과정에서 발생한 일시적 오류였다"며 "오후 3시55분 정상화됐다"고 밝혔다.
하지만 오후 5시30분부터 약 8분간 다시 장애가 발생했다. 접속 장애 원인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던 것이다. 카카오뱅크는 첫 번째 접속 장애 이후 2시간이 지나서야 직접적인 원인을 확인했고 이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2차 장애가 발생했다. 장애보다 복구 실패가 신뢰 균열 키웠다. 고객 피해 민원은 184건이나 접수됐다.
골프에서도 워터 해저드에 빠지는 것은 피할 수 없다. 하지만 탈출 과정에서 실수가 반복되면 문제는 기술이 아니라 기본기와 경기 운영 방식으로 옮겨간다.
커리어 그랜드슬램을 달성한 골프스타 로리 맥길로이(북아일랜드)도 반복된 실수로 좌절한 바 있다. 2011년 마스터스 토너먼트에서다. 최종 라운드 선두로 출발한 맥길로이는 10번홀에서 티샷 미스로 트리플 보기(+3)를 기록했다. 이후 샷은 급격히 흔들렸고 연속 보기(+1)를 기록하며 우승컵을 반납했다. 한 번의 실수가 아니라 그 이후의 흐름 관리 실패였다. 흐름이 끊기는 순간, 경기의 방향은 바뀐다.
윤호영 대표의 다음 샷이 중요하다. 이미 공은 물에 빠졌다. 반복된 장애는 우연이 아니다. 내부 통제와 시스템 관리의 취약성을 드러낸 것이다. 성장에 매몰되지 말고 안정을 우선해야 한다. 속도가 아니라 신뢰가 필요한 시점이다. 인터넷은행은 결국 신뢰 위에서 작동하는 산업이다.
※ 본 기사 내용은 실제 골프 실력과 무관함.
김병화 경제부장 겸 건설부동산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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