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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김병수의마음치유] 치유에는 정석이 없다

마음에는 단 하나의 진실만 있는 것이 아니다. 서로 모순되는 여러 가지 진실이 함께 존재한다. 우리가 옳다고 믿는 것과 정반대의 현상이 마음속에서 자연스럽게 일어난다. 마음은 복잡한 것이 정상이다. 복잡해서, 단순하고 분명하게 드러낼 수 없다.

[김병수의마음치유] 치유에는 정석이 없다

자기계발서 통째 외워도 자존감 커지지 않아

세상과 부딪치며 나를 찾는 과정 자체가 치유

마음에는 단 하나의 진실만 있는 것이 아니다. 서로 모순되는 여러 가지 진실이 함께 존재한다. 우리가 옳다고 믿는 것과 정반대의 현상이 마음속에서 자연스럽게 일어난다. 마음은 복잡한 것이 정상이다. 복잡해서, 단순하고 분명하게 드러낼 수 없다.

무엇을 감추고 무엇을 내보여야 하는지 판단하기 어려울 때도 많다. 솔직하게 마음을 꺼내 보였다가 뒤통수 맞을까 봐, 이상한 사람으로 취급당할까 봐 꽁꽁 숨기기도 한다. 사실 사람이라면 누구에게나 이상한 구석이 있다. 나이가 들면서 우리는 그런 면을 감추는 법을 익힌다. 아무렇지 않은 척, 그렇지 않은 척하며 살아가게 되는 것이다. 그러다 문득 ‘나만 이상한 것은 아닐까’라는 불안이 치밀어 오른다. 세상에서 나만 고장 난 사람 같은 소외감을 느끼기도 한다.

김병수 정신건강전문의

이때 심리 전문가가 나타나서 “당신이 괴로운 건 낮은 자존감 때문입니다. 트라우마가 해결되지 않아서 고통받는 겁니다. 애착 형성의 문제입니다. 나르시시스트에게 괴롭힘을 당하고 있는 겁니다”라고 설명해 주면, 눈앞이 환해진다. “그래, 문제는 바로 그거였어!”라며 혼란이 걷히고, 마음의 짐을 덜어낸 듯 홀가분해진다. 원인을 알아냈으니 이제 원하는 대로 달라질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도 차오른다.

인간과 사회의 복잡한 문제를 개인의 심리나 성격으로 환원하여 설명하려는 경향을 심리화라고 한다. 심리 전문가가 한 말이 꼭 자기 이야기인 것 같고, 그것으로 자기 문제를 모두 이해하고 해결할 수 있다고 느껴진다면 지금 자신이 심리화의 함정에 빠져 있는 것은 아닌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

물론 심리 개념은 자기 이해를 도와준다. 자신이 겪는 고통에 이름을 붙여 주고, 혼란스러운 경험을 정리해 준다. 문제는 하나의 개념을 마음 전체에 대한 최종 해답으로 받아들일 때 생긴다. 이렇게 믿는 순간, 관점은 오히려 좁아진다.

마음에는 그 어떤 용어로도 설명할 수 없는 부분이 너무나 많다. 사람은 누구나 마땅치 않고, 통증을 일으키며, 영혼을 마구 뒤흔드는 무언가를 품고 산다. 그러나 그것을 정확하게 표현할 말을 찾기는 어렵다. 남에게 내 마음을 이해시키기도 힘들지만, 스스로를 납득시키는 일은 더 어렵다. 명확하게 설명하기 어려운 마음을 억지로 언어화하면 자신도 모르게 그럴듯한 거짓말을 만들어 내게 된다. 그런 이야기로 마음을 설명하면 순간적으로 안도감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자기 이해는 권위자가 일방적으로 심어 넣은 생각으로 얻을 수 있는 게 아니다. 자기 계발서를 통째로 외워도 자존감은 커지지 않는다. 심리 콘텐츠를 아무리 많이 봐도 상처가 저절로 치유되지는 않는다. 우리는 쉬운 답을 원하지만, 마음에는 그런 것이 없다.

자기 마음을 잘 모른다고 해서 잘못된 것은 아니다. 우리는 세상을 직접 체험하고,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나는 누구인가?”라는 질문의 답을 조금씩 찾아간다. 그 과정이 곧 인생이고, 자아 발견은 그렇게 이루어진다. 세계와 마찰하면서 영혼의 모호한 부분들을 나름의 방식으로 깨달아 가는 것이다. 도망치고 싶더라도 사회를 향해 한 걸음 내딛고, 불안하더라도 새로운 일에 도전해야 한다. 비록 실패하고 좌절하더라도 말이다. 인간을 성장시키는 것은 한 번의 성공이 아니라 열 번의 서툰 연습이기 때문이다. 돌을 조금씩 깎아 나갈 때 그 안에 숨어 있던 형상이 제 모습을 드러내듯, 치유는 세상과 부딪치며 자신을 발견해 가는 과정 그 자체다.

김병수 정신건강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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