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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김만흠 칼럼] 사면초가의 리더십과 대통령의 선택

대통령이 이화영 전 부지사를 감옥에 방치하고 있어 화가 많이 나 있다는 부지사 변호인의 발언이 얼마 전 논란을 불렀다. 이 부지사는 쌍방울 불법 대북 송금 사건 등으로 7년 8개월의 형을 선고받고 5년째 복역하고 있다. 가석방 시켜주지 않는 것에 대한 불만이다.

[김만흠 칼럼] 사면초가의 리더십과 대통령의 선택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 사진=연합뉴스

대통령이 이화영 전 부지사를 감옥에 방치하고 있어 화가 많이 나 있다는 부지사 변호인의 발언이 얼마 전 논란을 불렀다. 이 부지사는 쌍방울 불법 대북 송금 사건 등으로 7년 8개월의 형을 선고받고 5년째 복역하고 있다. 가석방 시켜주지 않는 것에 대한 불만이다. 물론 이 부지사는 답답한 마음의 토로가 진의와 다르게 전달되고 있다며 대통령의 고뇌를 이해한다고 진화하는 자필 편지를 냈다. 대통령 연루 의혹 확산을 경계하며 조작 기소에 논지를 맞춰 검찰 개혁과 법원 개혁을 강조하는 메시지도 담았다. 이런 진화에도 불구하고 대통령의 불법 대북 송금 공범 혐의 사건이 다시 한번 전면에 불거진 것이다. 사면초가의 대통령 리더십에 저변의 사법 리스크까지 꿈틀거린 셈이다.

대통령의 국정 리더십은 제도적으로 보장하고 있지만, 민주적 리더십으로서 그 힘은 국민의 호응과 신뢰에 달려 있다. 유감스럽게도 지난 지방선거 국면에서 급락한 대통령의 국정지지도는 반전의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국정 지지도를 뒷받침했던 동력은 소진된 채, 새로운 호응과 기대감을 만들지 못하고 있다. 기존의 패권적 위력에 압도됐던 문제점들이 오히려 노정되고 있다. 반전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더 추락할 가능성도 있다. 위기다.

◇ 李, 내란 청산 프레임 기반…주식, 국정 동력에 부정적 요소化

집권 초 이재명 대통령 리더십의 가장 큰 힘은 탄핵을 대체한 새로운 리더십에 대한 기대와 내란 청산 프레임의 패권적 기세였다. 그러나 집권 1년을 지나면서 탄핵 세력 책임론은 점차 소진되고, 새 정권 스스로의 책임으로 국민과 마주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 물론 여당에서 아직도 내란 잔불 진화론으로 내란 프레임의 효용을 시험해 보려 한다. 중수청장 후보자도, 친윤 논란을 잠재우려는 역전략인지 모르겠으나, 철 지난 ‘내란 척결’을 사명으로 말하고 있다. 그러나 내란 프레임은 한계 효용을 다한 듯하다.

내란 프레임은 탄핵 기세와 입법 패권을 토대로 야당을 압박하며, 야당에서 사법 리스크 면탈 전략이라고 비판했던 각종 개혁 입법을 관철시켰다. 그러나 국정 동력이 내란 프레임과 사법의 정치화에 쏠리면서 상대적으로 국정 시스템이나 국가 전략 의제는 국민 관심에서 비켜 갔다. 오늘의 대의제 체제에서 국민적 의제를 비켜 간 국가 전략이 제대로 구축되기는 어렵다.

그나마 집권 초 반도체업계를 중심으로 한 주식 시장의 호황은 국정의 실용적 전략에 큰 도움이 됐다. 그러나 주식 시장은 다시 상대적 하락과 불안정 국면에 접어들면서 오히려 국정 동력의 부정적 요소가 되고 있다. 만기친람의 대통령 리더십은 한때 대통령의 유능함으로 평가받기도 했으나, 민생의 실질적 효과와 무관한 훈시는 비실용적 권력 과시가 돼 버렸다. 그래도 이 대통령의 계몽군주식 훈시 리더십은 여전하다.

여권의 일부에서 이 대통령을 비판하면서 중도실용 노선을 지적했지만 국가 차원에서는 실용적이지 못했다. 단지 그들만의 권력 정치가 국정을 지배했다. 자치 단체의 행정하고는 차원이 다른 대한민국의 국정을 대통령 1인의 만기친람식 훈시로 운영할 수는 없는 일이다. 권력 정치와 만기친람의 훈시가 주도했던 국정의 한계와 후과가 인사 정책, 대외 정책, 대북 안보 정책, 각종 국내 정책 등 여기저기서 나타나고 있다.

이재명 정부의 국정에 대한 부정적 평가가 긍정적 평가의 두 배에 가까울 정도로 높다. 최근 대외 정책의 혼란과 대북 정책의 실종을 눈앞에 보고 있어서인지, 외교 안보 정책에 대한 불만이 가장 높게 나온다. 물론 도널드 트럼프 시대의 국제 환경에서 효과적인 외교 정책이 쉽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이럴 때일수록 국민과 함께하는 대외 전략이 필요하다. 패권적 분열 정치 상황은 불확실한 외교 환경에 대한 우리의 대응을 더 약화시킬 수 있다.

북한군 포로 송환 공개 발언 문제로 교착상태가 된 우크라이나와의 관계를 보면 대외 정책의 체계적 결정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는 인식을 가질 수밖에 없다.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의 발언 이전의 조율이나 이후의 대응 모두에서 그렇다. 러·우 전쟁의 틈새에서 조심조심 다스려 왔던 전략을 일거에 흔들어 버릴 수도 있는 거친 대응이었다.

비무장지대 남방한계선 지뢰 폭발 사건에 이르는 대처 과정과 사건 후 대응 또한 체계적인 국가 시스템에 대한 의구심을 부를 수밖에 없었다. 북한에 대한 유화적 태도 기조를 제외하고는 아무런 대책이 없는 것 같았다. 그동안 상식적으로 작동해 왔던, 안보 중심의 대응을 주도하는 국방부, 남북 평화 전략의 통일부, 국제 전략을 고려하는 외교부라는 역할 분담 시스템도 없었다. 역할 분담이 있어야 이런저런 지렛대를 활용하는 정책이 가능하다. 막연한 평화 전략의 신념 속에서 북한을 자극할까 봐 대통령은 ‘불의의 사고’로 규정하고, 통일부 장관은 “지뢰 공격으로 특정할 수 없다”는 북한의 역공세용 발언을 하기도 했다.

안보 국정 시스템에 대한 방치는 탈영 논란을 부르는 국방부 장관을 상당 기간 특별한 해명도 없이 유임시켰던 상황이 말해준다. 국방부의 정책 상황에 대해 소통하러 나온 대변인이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거나 설명하지 않고, ‘답변이 제한됩니다’, ‘조사 후에 말씀드리겠습니다’를 반복하는 영상이 웃음거리 쇼츠로 돌아다닌다. 시스템 불량과 불통을 상징적으로 대변하고 있어도 수개월 동안 그대로 방치한다.

지난 8월 10일 서울 용산구 국방부에서 정빛나 대변인이 옛 청사 복귀 후 첫 정례브리핑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권력 사유화 인사, 역대 정권 최고

‘인사가 만사’라고 하듯이 대통령의 인사(人事)는 그 자체로 국정 전략을 말해준다. 권력 배분과 통합 전략의 상징이기도 하다. 이 대통령은 성남시장 시절 대선 후보로 나섰을 때 “가까운 사람들에게 자리 하나씩 주면 (최)순실이 된다”고 권력의 사유화와 측근 인사 등용을 비판했다. 그게 국정 농단이라고 보았던 것이다. 그런데 권력의 사유화 인사는 역대 정권 최고라 할 만하다. 자신과 관련된 사건을 변호했던 이른바 ‘대장동 변호사’와 측근 인사들을 국회의원에서 정부 고위직, 유엔대사에 이르기까지 전방위적으로 포진시켰다.

만기친람으로 훈시하는 대통령이 인사 논란에 대해선 별 해명이나 변명이 없다. 자가당착의 발언이나 식언에 대해서도 괘념치 않는다. 세무 전문 공무원 출신을 신임 대통령 비서실장으로 임명한 특이한 인사의 고리에도 대장동 변호사가 있다며 논란을 부르고 있다. 청와대에서는 대장동 변호사인 그의 처남과는 아무런 인과관계가 없다고 했지만, 세무 전문가를 정책실장도 아니고 대통령 비서실장으로 등용한 건 특이하다.

대통령은 “정치의 본질은 누가 더 많은 주권자의 공감과 동의를 받는가”에 있다고 엑스(X)에 올렸다. 그러나 국정 전략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인사에서는 국민 공감을 확대하거나 괄목상대하게 만드는 경우가 여태까지 별로 보이지 않는다. 이번 국감에서 ‘하이힐‘ 논란을 만들었던 인사혁신처장처럼, 보편적 공감과 먼 독선적인 기이한 행동으로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인사들이 오히려 눈에 띈다. 대통령이 생각하는 인사의 원칙이나 전략에 다른 깊은 뜻이 있는지 모르겠다.

자치단체장 시절의 측근이나 인연을 넘어서는 인사풀을 활용하지 않거나 못하고 있는 것으로도 보인다. 정파를 넘어 최고의 인재를 등용하고 국가 통합 전략의 일환이 돼야 할 인사권 자산을 스스로 협애화시키고 있다. 의미있는 통합 효과는 없었지만, 그나마 주목받고 등용됐던 보수 인사들이 모두 중도에 하차하거나 사실상 퇴출됐다. 여권 내부의 자원은 권력 투쟁으로 분열하고, 외부 자원을 충원하는 외연 확대는 없다.

그동안은 주로 권력 배분 차원에서 공정성 문제, 권력 사유화가 논란이 됐지만, 국정 담당자로서 역량과 역할 문제가 구체적으로 쟁점이 되고 있다. 앞서 지적했던 이전의 국방부 장관뿐 아니라, 유엔대사의 경우가 대표적이다. 외교 분야 경험이 없이 법학전문대학원 유학 경험이 전부인 변호사를 한국 외교의 최전선인 유엔대사에 임용했던 것이다. 트럼프 시대의 횡포에 우크라이나 북한군 송환 발언 파문, 비무장지대 지뢰 사건 문제까지 겹친 상황에서 우리의 유엔 외교 지휘자다. 국감에서 보여준 그의 자격 역량은 다시 거론할 필요조차 없다. 유엔 무대의 경험과 외교부 장관까지 역임한 경력이 있는 강경화 주미대사와 대조돼 보였다.

결국 총지휘하는 대통령과 정부가 사면초가를 초래한 것이다. 추락한 국정 지지도, 여권의 내분, 국정 시스템의 한계, 외교 안보 정책, 국내의 민생 정책 등 총체적 난국이다. 과연 반전의 계기를 만들 수 있을까? 대통령은 여전하다. 엑스에 교과서적 교훈을 끊임없이 올리고 여권 내부의 비판에 맞대응하며 강하게 반박한다. ‘국민의 공감과 동의’ 같은 금과옥조의 교훈은 바로 대통령 자신이 실천해야 할 과제다. 제3의 논평자가 아니라 그런 권한과 책임을 가진 당사자 대통령이다.

여권의 조기 내분은 여권 구성원들의 특성과 관련이 있지만, 사법리스크를 안은 채 대통령에 오른 이 대통령의 독특한 리더십이 배경에 있다. 이른바 개혁 조치들도 사법리스크를 정치적으로 면탈하려는 시도라는 논란을 부를 수밖에 없다. 여권 내부에서도 사법 리스크는 공동의 위기 의식을 부르며 역설적으로 단일대오의 구심점이 됐지만, 조기 내분의 숨은 볼모가 되고 있다. 특권 없는 공평한 대동세상을 강조했던 이재명 대통령의 주장처럼, 특별한 입법 조치가 아니라 국민 일반처럼 당당하게 대처하는 것이 상식이다.

내각제 체제라면 총선거를 통해 새롭게 출발해야 하는 상황이다. 반전의 계기가 막막한 상황에서 그나마 사법 리스크에 대한 상식적 대처가 모멘텀이 될 수 있다. 패권 정치의 후과가 국가 시스템의 부실로 이어지고 있는 현실에 대한 책임 있는 성찰도 필요하다. 엑스에 올리고 있는 금과옥조들을 대통령 스스로 실천하면 된다. 대통령은 제3의 논평자도 아니고 계몽 군주도 아니다.

※ 외부 필자의 칼럼은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김만흠(전 국회입법조사처장) weeklyhk@hankook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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