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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기후피해국 재원 지원 방식, 올해는 달라질까?

매년 열리는 기후변화 국제 협상의 실무 준비 회의가 시작됐다. 각국 협상가들이 모여 연말 기후 정상회의에서 다룰 의제를 조율하는 자리다. 이번 회의에서는 기후피해국에 대한 재원 지원 방식과 석탄발전소 폐쇄에 따른 노동자 보호 문제가 주요 쟁점으로 올랐다.

매년 열리는 기후변화 국제 협상의 실무 준비 회의가 시작됐다. 각국 협상가들이 모여 연말 기후 정상회의에서 다룰 의제를 조율하는 자리다. 이번 회의에서는 기후피해국에 대한 재원 지원 방식과 석탄발전소 폐쇄에 따른 노동자 보호 문제가 주요 쟁점으로 올랐다.

유엔기후변화협약(UNFCCC) 제64차 보조기구 회의(SB64)가 지난 8일 독일 본에서 개막했다. (사진 Lucia Vasquez Tumi/UN Climate Change)/뉴스펭귄

유엔기후변화협약(UNFCCC) 제64차 보조기구 회의(SB64)가 지난 8일 독일 본에서 개막했다. 회의는 오는 18일까지 열린다.

보조기구 회의는 매년 두 차례 열리는 기후 협상 실무회의다. 각국 정상급 대표단이 모여 최종 결정을 내리는 당사국총회(COP)와 달리, 협상가와 기술 전문가들이 모여 COP에서 채택될 결정문 초안을 준비하는 자리다. 보조기구는 과학기술자문보조기구(SBSTA)와 이행보조기구(SBI) 두 개로 구성되며, 각각 과학적 근거와 협약 이행 현황을 검토하는 역할을 맡는다.

이번 SB64는 지난해 11월 브라질 벨렘에서 열린 COP30 이후 첫 번째 공식 협상 자리이자 오는 11월 터키 안탈리아에서 열릴 COP31 전 유일한 공식 협상 기회다. 5000명 이상의 정부 대표 및 옵서버가 참석하며, COP30에서 채택된 결정들의 후속 조치를 논의하고 COP31 협상 의제의 토대를 마련하는 것이 주된 목적이다.

이번 회의에서는 기후재원, NDC(국가결정기여) 이행, 적응, 공정전환, 화석연료 전환 등 여러 의제가 다뤄진다. 그 가운데 적응 재원 구조 문제와 공정전환 메커니즘 설계가 주요 쟁점으로 꼽힌다.

도와주는 거 아니었어? 빚져야 하는 개도국

기후적응이란 해수면 상승, 폭염, 홍수 등 이미 발생하고 있는 기후피해에 대응하는 활동을 말한다. 제방을 높이거나, 가뭄에 강한 작물로 교체하거나, 조기경보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 등이 해당한다.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는 감축(mitigation)과 구분되는 개념이다.

문제는 적응이 가장 시급한 나라들이 대부분 기후위기에 기여한 바가 적은 개발도상국이라는 점이다. 역사적으로 온실가스를 대량 배출한 선진국들이 개도국의 적응을 지원하겠다고 약속한 이유다.

그런데 구조를 들여다보면 온전한 지원이 아니다. 유엔환경계획(UNEP)에 따르면 현재 국제 적응재원의 약 85%는 상환 의무가 있는 대출 형태로 제공되며, 무상 지원은 15%에 불과하다. 적응 사업은 도로나 발전소처럼 수익을 내는 구조가 아니어서 대출 상환이 근본적으로 어렵다. 결국 기후 피해를 막기 위해 빌린 돈이 또 다른 부채 부담으로 돌아오는 셈이다.

국제환경개발연구소(IIED) 분석에 따르면 최빈개도국(LDC) 44개국은 국제사회로부터 받는 기후재원보다 부채 상환에 두 배 더 많은 돈을 쓰고 있다. UNEP의 2025년 적응 격차 보고서는 2035년까지 개도국에 필요한 적응 재원이 연간 3100억 달러(약 470조 원) 이상으로, 현재 국제 공공 적응재원 규모의 12배에 달한다고 추산했다.

이 구조는 악순환을 만든다. 부채 부담이 크면 기후적응에 투자할 재정 여력이 줄고, 투자가 줄면 기후 피해가 커지면서 다시 부채 상황이 악화된다. OECD가 지난해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2024년 기준 공공 기후재원의 67%가 대출 형태로 제공됐으며, 다자개발은행(MDB) 기후재원의 경우 90%가 대출이었다. 이 대출 가운데 시장 금리보다 낮은 우대 조건으로 제공된 비율은 4분의 1 수준에 그쳤다.

이번 SB64에서는 COP30에서 채택된 59개 적응 지표를 어떻게 측정할지 논의를 시작한다. 이 지표들은 각국이 홍수 대비, 식량 안보, 보건 시스템 강화 등 적응 분야에서 얼마나 진전을 이뤘는지 측정하기 위한 기준이다. 그러나 COP30에서 어떤 지표를 채택할지를 두고 개도국과 선진국의 의견차가 크게 벌어졌다. 채택된 지표 대부분은 실제로 어떻게 측정할지 방법론도 아직 합의되지 않은 상태다.

사이먼 스틸 유엔기후변화협약(UNFCCC) 사무총장 (사진 Lucia Vasquez Tumi/UN Climate Change)/뉴스펭귄

탈석탄 폐쇄는 진행 중인데 노동자 대책은

재원 문제와 함께 이번 회의에서 주목받는 또 다른 의제가 공정전환(Just Transition)이다. 에너지 전환 과정에서 일자리를 잃거나 생계에 타격을 받는 노동자와 지역사회를 어떻게 보호할 것인지를 다루는 의제다.

COP27에서 처음 공식 의제로 설정된 공정전환 작업 프로그램(JTWP)은 COP28에서 운영화됐고, 지난해 COP30에서 한 단계 더 나아갔다. 195개 당사국이 채택한 '벨렘 패키지'에는 공정전환 메커니즘 설립이 포함됐다. 국제노동조합총연맹(ITUC)은 이를 "노동자와 노동조합이 UNFCCC를 통해 공정전환 정책 설계에 공식적으로 참여하는 첫 번째 제도적 틀"이라고 평가했다.

다만 벨렘 결정문은 공정전환이 "국가별 상황에 맞게" 이뤄져야 하며 "일률적 접근법은 없다"고 명시했다. 메커니즘의 틀은 만들어졌지만 구체적인 운영 방식은 각국에 맡기는 구조다.

한국의 상황은 이 논의와 직접 맞닿아 있다. 현재 국내에서 가동 중인 석탄발전소는 61기로, 이 중 절반 이상인 29기가 충남에 집중돼 있다. 한국은 2040년까지 석탄발전 40기 폐지를 목표로 지난해 COP30에서 탈석탄동맹에 가입했다.

문제는 속도다. 태안화력은 지난해 12월 1호기 폐쇄를 시작으로 순차 폐쇄가 진행 중이다. 원청 공기업 소속 정규직 노동자들은 고용이 유지될 가능성이 크지만, 하청·재하청 노동자는 유휴인력으로 분류돼 고용 여부가 불투명하다.

경남기후위기비상행동이 지난해 8월 삼천포·하동화력 노동자 309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95.1%가 발전소 폐쇄 후 자신의 고용이 불확실하다고 답했다. 이 가운데 45.6%는 원청으로부터 고용 변화 가능성과 대책에 대해 한 번도 설명을 듣지 못했다고 밝혔다.

기후위기비상행동 등 환경단체들이 5월 14일 서울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정의로운 전환을 위한 6.13. 노동자·시민 대행진 선포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 참여연대)/뉴스펭귄

이 문제는 석탄 의존도가 높은 국가일수록 심각하다. 전환 비용을 감당할 재정 여력이 부족하고, 노동자 재교육이나 사회안전망 구축을 위한 제도적 기반도 취약해서다.

이번 회의에서는 벨렘 공정전환 메커니즘의 운영 방식을 담은 COP31 결정 초안 작업이 시작된다. 메커니즘이 실제로 어떤 지원을 제공할 것인지, 노동자 전직, 사회보호, 경제 다각화 등 각 영역에서 어떻게 작동할 것인지가 협상 테이블에 오른다. JTWP 자체의 첫 번째 효과성 검토도 이번 회의에서 진행된다.

두 의제는 공통된 구도를 갖는다. COP30까지 이어진 협상에서 각국은 적응 지원 확대와 공정전환 메커니즘 설립에 합의했지만, 그 합의가 실제로 작동하는 제도와 재원으로 이어지는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이행을 어렵게 만드는 외부 조건도 있다. 미국은 지난 1월 공식적으로 파리협정에서 탈퇴했다. 세계 최대 경제국이자 역사적 최대 온실가스 배출국인 미국의 이탈은 재원 조성과 정치적 동력 모두에 영향을 미친다. 이 여파로 기후협력이 공동의 지식 생산, 정치적 조율, 재원 조달에 의존하는 구조 속에서 다자 체제의 대응 역량을 약화시킨다는 우려도 이어진다.

SB64는 이런 조건 속에서 COP30 결정사항을 실제 작동하는 제도로 구체화하는 첫 번째 협상 자리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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